‘분신’ 택시기사 분향소 국회 앞에 설치…“제2의 분신 우려”
뉴시스
입력 2018-12-12 16:04 수정 2018-12-12 16:06
카카오의 택시 카풀(승차공유) 서비스 출시에 반대하며 분신 사망한 택시기사 최모(57)씨의 분향소가 국회 앞에 차려졌다. 분향소를 찾은 택시 업계 관계자들은 ‘또 다른 최씨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택시노조) 등 4개 단체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최모(57)씨의 분향소를 차렸다. 최씨는 지난 10일 국회 정문 부근에서 자신이 운영하던 택시 안에서 몸에 시너를 끼얹고 불을 붙여 사망했다.
분향소 한쪽에는 소화기 한 대가 비치됐다. 비대위 관계자는 “제 2의 최씨가 나올까 봐 준비했다”고 말했다.
지나는 길에 분향소를 찾았다는 기사 이인열(67)씨는 “택시 문제가 이어져 오고 있지만 정작 상황을 바꿀 힘을 가진 정부와 국회는 관심이 없다. 매번 기사와 고객 간 싸움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씨는 “카카오 같은 대기업이 독점하는 방식은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향소 인근을 지나던 윤대우(67)씨는 “기사들도 평범한 시민이고 일종의 사회적 약자다. 택시기사의 월 평균 수입이 200만원도 안 된다던데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카카오가 (수수료를) 떼가는 것도 많다던데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대위가 오전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강신표 택시노조 위원장은 “친노동정책이 후퇴하고 재벌 친화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 카카오가 택시업체까지 진출한 것은 정부의 비호 없이는 안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강 위원장은 “불법 카풀을 비호한 청와대는 각성하고 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최씨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앞으로 남긴 유서를 공개했다.
유서에 따르면 최씨는 “애플리케이션(앱) 하나 개발해서 4차산업혁명, 공유경제란 말로 포장해 불법 자가용 영업을 하는 카풀 사업자 카카오에 대해 정부는 엄정한 법 적용을 해 강력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최씨는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기름값 절약하고 출퇴근 시간에 차량 정체를 줄여보고자 같은 지역에 사는 주민끼리 같은 방향으로 출근하는 경우에 한해 선의로 태워주자고 시작한 게 카풀”이라고 썼다.
이어 “택시 산업에 대해선 택시발전법이 제대로 적용돼 택시 근로자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행정지도를 해주길 바란다”며 “이번 기회에 택시가 시민의 발이 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및 정비를 통해 택시가 대중교통에 편입되도록 법 개정을 해주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오후 최씨의 분향소를 찾아 비대위 관계자들과 만나 “(카카오 카풀은) 출퇴근 시간에 택시를 잡기 어려우니까 나왔는데 궁극적으로 잘못 악용될 우려가 있고, 횟수도 안 지키고 (할 가능성이 있어)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게 계기는 아니지만 당정간에 협의를 제가 직접 긴밀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비대위는 오는 20일 10만명이 참여하는 3차 ‘끝장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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