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억으로 408개 자회사 소송 가능… 기업들 “외국 투기자본 놀이터 될것”

황태호기자

입력 2018-12-11 03:00 수정 2018-12-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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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대표소송 정부안, 상장 90개 지주사 적용해보니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임원상대訴… 주주대표소송제도 범위 넓혀



정부가 추진하는 다중대표소송제도가 실제로 도입될 경우 200억 원 미만의 지분으로 408개 상장 지주회사의 자회사 임원들에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다중대표소송제란 모회사 주주가 불법 행위를 한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주주가 기업 임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주주대표소송제도의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모회사 소수 주주의 경영감독권을 높여 자회사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등 대주주의 사익추구 행위를 막자는 취지지만 경영 간섭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0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다중대표소송제 법안을 상장된 90개 지주회사에 적용한 분석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법무부가 지지하는 발의안의 경우 184억4000만 원으로 90개 지주사의 자회사 중 72%인 408개 기업 임원에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가 지지하는 안에 따르면 △지분 50% 이상의 자회사 임원에 대해 △모회사 주식 1% 이상(상장사는 0.01%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손해배상 소송 자격을 가질 수 있다.

개별 기업에 적용하면 10억 원 미만으로도 10곳이 넘는 자회사에 소송을 걸 수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예컨대 5억8000만 원어치 지분으로 롯데그룹의 13개 계열사에 소 제기가 가능하고, 20억 원이 있으면 자산규모가 450조 원이 넘는 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 14곳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정부안보다 주주 소송 자격을 대폭 완화해 1주만 있어도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대상 계열사도 지분에 상관없이 증손회사까지 확대한 고 노회찬 의원 안을 적용하면 350만 원으로 90개 상장 지주사의 전체 계열사(1188개)에 대해 소 제기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단독주주권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논의에서 사실상 배제된 상황이어서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채이배 의원 발의안은 상장 지주사 지분 0.001%만 보유해도 장부열람권을 갖도록 해 기업 기밀 유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경연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다중대표소송이 도입되면 상장 지주회사는 외국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놨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상법상 기본 원칙인 법인격 독립의 원칙은 자회사에도 적용되는데, 이를 부인해가며 모회사 주주에게 소송권을 주는 데 신중해야 한다”며 “기업에는 또 하나의 족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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