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윤 요리쌤의 오늘 뭐 먹지?]라멘, 값싸고 배부른 한 끼의 성찬
동아일보
입력 2018-12-06 03:00 수정 2018-12-06 03:00
오레노라멘의 ‘쇼유 라멘’(왼쪽)과 ‘도리빠이탄 라멘’. 홍지윤 씨 제공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30여 년 전 일본 도쿄에 처음 갔을 때다. 식당 간판에 적힌 중화소바(中華そば)라는 글자를 보고 도대체 무슨 음식일까 궁금했다. 알고 보니 그것은 라멘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에도 말기 요코하마, 나가사키, 고베, 하코다테 같은 항구 도시가 개방되면서 도시마다 중국거리(中華街)가 생겨났는데 이때 차이나타운에서 먹던 국수가 그 시초다. 중국 서북부 란저우(蘭州) 지방에서 먹는 면 요리의 일종인 라몐(拉麵)의 수타법을 따라하다가 라멘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 있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항구 도시에서 먹던 라멘은 싸고 배부른 서민 음식으로 인기를 끌면서 일본 전역으로 퍼져 나갔고 지역적 특색이 가미된 개성 있는 라멘들이 탄생했다.
라멘은 국물의 제조법과 고명으로 특색이 드러난다. 특히 간장, 소금, 미소(일본식 된장), 설탕, 미림 등의 양념을 합한 다레에 소, 돼지, 닭 등의 뼈를 비롯해 가쓰오부시, 멸치, 해조류 등을 끓인 다시(出汁) 국물을 궁극의 비율로 섞어 만드는 수프가 라멘의 핵심이다. 돼지 뼈를 골수까지 진하게 우려낸 육수에 직화로 지져 먹음직하게 마무리한 차슈를 올린 돈코쓰 라멘은 주로 덥고 습한 규슈 지방에서 인기 있다. 깔끔한 맛을 선호한다면 닭 육수 베이스에 간장으로 간을 한 쇼유 라멘, 더욱 산뜻하고 가벼운 맛을 원한다면 간장 대신 소금으로 간을 한 시오 라멘이 좋다. 기호에 따라 반숙 달걀, 파 채, 숙주, 구운 김 등의 고명을 올리고 시치미(고추와 여러 가지 향신료를 건조한 매콤한 양념가루)나 유즈코쇼(유자 껍질을 고추, 소금과 함께 혼합한 양념) 같은 향신 조미료를 더하면 느끼함을 줄이고 다채로운 맛을 즐길 수 있다.
냉면 한 그릇이 1만 원을 넘긴 지 오래고 파스타는 요리 한 접시 가격으로 치솟았지만 라멘은 여전히 저렴한 값에 배를 든든히 채울 수 있는 음식이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밀집한 마포구는 초기부터 라멘의 격전지가 됐다. 일본 현지의 맛을 그대로 살린 멘야산다이메는 돈코쓰도 좋지만 해산물을 넣어 시원한 맛을 살린 구로 라멘과 국물에 찍어 먹는 쓰케멘 등 특색 있는 메뉴가 많다. 기름기가 적고 개운한 맛을 선호한다면 깔끔한 스타일의 베라보가 좋고, 최근 인기몰이 중인 오레노라멘은 뽀얗고 깊은 맛의 국물, 백탕에 저온으로 조리한 부드러운 닭가슴살 고명이 특징이다.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chiffonade@naver.com
○ 멘야산다이메 서울 마포구 홍익로5안길 24, 돈코쓰 라멘 7500원
○ 오레노라멘 서울 마포구 독막로6길 14, 도리빠이탄 8000원
○ 라멘 베라보 서울 마포구 동교로 67, 시오 라멘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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