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음악축제 열어 사회참여-인식개선 기여

최한나 기자

입력 2018-12-05 03:00 수정 2018-12-05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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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V 포터상]SK이노베이션

《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은 근래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경영 패러다임이다. 동아일보와 채널A, 산업정책연구원(IPS)은 2014년부터 경제적 가치 창출과 동시에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는 CSV 선도 기업 및 기관에 매년 ‘CSV 포터상’을 수여하고 있다. 심사에는 CSV 이론의 창시자인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참여한다. 올해 제5회 CSV 포터상을 수상한 주요 기업 및 기관을 소개한다. 시상식은 5일 서울 중구 동호로 신라호텔에서 열린다. 》
 
SK이노베이션이 10월 공동 주최한 ‘제2회 전국 발달장애인 음악축제(GMF·Great Music Festival)’에서 대상을 받은 서초한우리 오케스트라. SK이노베이션 제공
“대상을 받아서 행복합니다. 앞으로 첼리스트의 꿈을 꾸고 싶습니다.”

말투는 어눌했지만 눈빛만큼은 진지했다. 10월 SK이노베이션이 공동 주최한 ‘2018 전국 발달장애인 음악축제(GMF·Great Music Festival)’에서 대상을 수상한 서초한우리 오케스트라 소속 임윤환 씨(20)의 다부진 포부다.

GMF는 SK이노베이션 주최로, 발달장애인들이 음악적 재능을 갈고 닦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뽐내고 이를 통해 타인과 소통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국내 최대의 장애인 음악 축제다. 작년에도 함께한 하트하트재단을 비롯해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와 SM엔터테인먼트,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등이 힘을 보탰다. SK이노베이션은 GMF를 통해 발달장애인들의 사회적 참여를 지원하고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전파성 부문에서 올해 CSV 포터상을 받았다. SK이노베이션은 “GMF는 발달장애인들에게 꿈과 도전의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가 이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만들어 보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관람석 800석이 일찌감치 다 찰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올해 대상을 받은 서초한우리 오케스트라는 발달장애인 14명과 일반 학생 2명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다. 임 씨가 이 오케스트라 단원이 된 것은 작년 초. 지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하고 말수가 적으며 매사 소극적이던 임 씨를 지휘에 맞춰 다른 이들과 함께 연주하며 웃도록 만든 것은 바로 첼로였다. 임 씨는 첼로를 연주할 때만큼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몰입하고 감동하며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오케스트라에 합류해 다른 이들과 호흡을 맞춰 가는 경험을 하면서 이전보다 활발하고 명랑해졌다. 다른 이들과 소통하며 함께하는 법을 익혔고 틀린 친구를 감싸주거나 연주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내세울 정도로 표현이 늘었다.

GMF 날짜가 정해지고 서초한우리 오케스트라의 참여가 공식화하면서 임 씨는 어떤 단원보다도 열심히 연습하며 의욕을 불태웠다. 이제껏 어떤 일에 도전하고 그 목표를 위해 땀 흘리는 경험을 많이 갖지 못했던 임 씨에게 놀라운 변화였다. 그리고 임 씨가 겪은 변화와 성장은 GMF 당일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해져 감동과 눈물을 불러왔다. 심사위원 점수 80%와 관객 투표 20%가 더해져 수상 팀이 결정됐다. ‘서초한우리’ 이름이 불리는 순간 이들은 서로 부둥켜안으며 환호했다. 이현주 서초한우리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어떤 일에 몰입하고 그것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는 경험은 매우 소중하고 값진 기회”라며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고 대회에 참여하면서 작은 사회를 경험하고, 이를 통해 더 큰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이 GMF를 개최한 것은 올해가 두 번째다. 첫 회부터 38개 팀(343명)이 참여할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올해는 33개 팀(299명)이 참여해 실력을 발휘했다. 이처럼 2년 연속 300명 안팎의 참여자가 몰린 것은 장애를 가진 이들이 재능을 뽐낼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들은 인지능력이나 사회성이 부족한 대신 음악이나 미술 등 예체능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음악이나 미술 등은 이들이 자신감을 높이고 사회와 소통하며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로 많이 활용된다.

SK이노베이션이 GMF를 기획하고 개최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점을 고려한 결과다. 발달장애인들이 가진 음악적 재능을 지원하고 사회성을 향상하며 나아가 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오해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특히 GMF는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상자들에게 사내 게릴라콘서트나 지역 축제 등 지속적인 공연 기회를 제공해 꾸준한 활동을 돕는다. 실제로 작년에 대상을 받은 ‘드림위드앙상블’은 올 9월 청와대 초청으로 영빈관에서 연주했고, 이달에는 유엔 초청으로 미국 뉴욕에서 공연을 했다. 올해 대상 팀인 서초한우리 오케스트라 역시 크고 작은 행사를 앞두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발달장애인의 사회성 향상에 많은 관심을 갖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운영하고 있다. 2016년부터 전 직원이 발달장애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으며 프로야구 SK 와이번즈 등 스포츠단과 함께하는 희망스포츠교실, 발달장애 아동들의 신체 및 감성 개발을 위한 숲 체험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 바리스타나 쉬운 글쓰기 등 사회적 자립을 위한 교육 지원 활동도 벌이고 있다. 임수길 SK이노베이션 실장은 “앞으로도 발달장애인들에게 희망과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인식을 개선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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