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 한류… 세계 최고 맛집에 16곳 올랐다

동정민 특파원 , 강승현 기자

입력 2018-12-05 03:00 수정 2018-12-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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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佛관광청 ‘라 리스트’ 톱1000 발표

3일(현지 시간) 저녁 프랑스 파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라 리스트 2019 시상식’에서 전 세계 레스토랑 중 공동 1위를 차지한 프랑스 파리 ‘귀 사보이’ 셰프 귀 사보이(앞줄 오른쪽에서 다섯 번째)와 미국 뉴욕 ‘르 베르나르댕’ 오너 마구이 르 코즈(앞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상패를 들어 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라 리스트 제공
3일(현지 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 7구 외교부 청사 1층 홀. 19세기 중반 나폴레옹 3세 시대에 꾸며진 화려한 조각품과 장식물, 불그스레한 조명 아래로 100여 명이 입고 있는 하얀색 셰프복은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매년 12월 첫째 주 월요일 이곳에서는 필리프 포르 프랑스 관광청장이 운영하는 ‘라 리스트’의 1000대 레스토랑 발표와 시상식이 열린다. ‘전 세계 가이드북의 가이드’를 표방하며 2015년 시작된 ‘라 리스트’는 공신력 있는 세계 가이드북 628개에 등장하는 57개국 1만6000여 곳의 식당을 평가해 1000대 레스토랑을 발표하고 있다. 가이드북의 평가와 구글, 트립어드바이저 등 고객 리뷰, 주요 언론의 기사 리뷰를 종합해 라 리스트가 개발한 알고리즘으로 점수를 매긴다. 심사위원단의 주관적인 평가를 배제하고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면서 짧은 역사 속에서도 프랑스 내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가이드북으로 자리 잡았다. ‘미식의 나라’ 프랑스가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들을 선정해야 한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의지로 시상식 당일엔 엘리제궁에서 환영 행사를 여는 관례도 생겼다.

올해 세계 1등 식당으로 프랑스 파리의 ‘귀 사보이’와 미국 뉴욕의 ‘르 베르나르댕’이 함께 선정됐다. 3년 연속 세계 1등으로 뽑힌 귀 사보이의 셰프 귀 사보이는 “너무나 감격스럽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번 라 리스트 1000대 레스토랑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 식당의 이름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지난해 500대 레스토랑에 올랐던 서울 신라호텔 한식당 ‘라연’은 올해 175위(92점)로 순위가 껑충 뛰며 국내 식당으로는 유일하게 세계 200대 레스토랑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 신라호텔은 ‘라연’ ‘콘티넨탈’ ‘아리아케’ 등 소속 레스토랑 3곳이 모두 1000대 레스토랑에 포함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날 김성일, 윤준식 라연 셰프는 현장에서 갈비찜 꼬치, 치즈를 곁들인 호두곶감말이, 가지 된장구이 등 우리 전통 식자재를 활용한 한식을 선보였다. 주최 측 요청으로 현장에서 직접 요리를 해 참석자들에게 제공한 레스토랑은 1000곳 중 8개 레스토랑에 불과하다. 김성일 셰프는 “좋은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 예와 격을 갖춘 최고의 한식 정찬을 꾸미겠다는 진정성이 통한 것 같다”며 “한식은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담백한 음식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세계인들이 더 좋아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라 리스트의 1000대 레스토랑 중 한국 식당은 10곳이었으나 올해는 16곳으로 늘었다. ‘라연’ ‘밍글스’ ‘정식당’ ‘가온’ 등 한식뿐 아니라 ‘아리아케’ ‘콘티넨탈’ ‘랩24’ 등 일식과 프랑스식 등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세계 미식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콘티넨탈 윤준식 책임주방장은 “엘리제궁에서 만난 다른 나라 셰프들은 된장 간장 같은 장류와 장아찌류 등 한국 식재료에 관심이 많았다”고 전했다. 랩24의 에드워드 권 셰프는 “한국에서 운영하는 프랑스 식당이 본토 프랑스에서 인정받았다는 게 자랑스럽다”며 기뻐했다.

프랑스 관광청장을 겸하고 있는 포르 라 리스트 대표는 “유럽에서 일식 중식에 이어 한국 음식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한식이 고급 음식 문화로 변모 중이라는 게 고무적”이라며 “내년 1월 한국 행사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뉴욕 르 베르나르댕 에릭 리페르 헤드셰프는 기자와 만나 “한국에 여러 번 방문해 한국 음식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며 “특히 사찰 음식에 대해서는 별도로 공부를 하기도 했는데, 정말 판타스틱한 음식이 한식”이라고 칭찬했다.

1000대 레스토랑을 국가별로 보면 일본이 148개로 가장 많았고, 중국(143개·홍콩 마카오 포함) 프랑스(116개) 미국(92개)이 뒤를 이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강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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