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수익 함께 웃는다” 저유황유 생산 준비 착착

김재희기자

입력 2018-12-04 03:00 수정 2018-12-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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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울산콤플렉스 탈황설비 신설 현장 가보니

지난달 20일 찾은 울산 남구의 SK 울산콤플렉스(SK 울산CLX) 내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 공사 현장에서 리액터(반응기)가 배치될 자리를 철골로 표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SK에너지 제공
울산 남구에 위치한 SK 울산콤플렉스(SK 울산CLX) 본관 앞의 철도출하지역. 이곳에는 1년 전만 해도 SK 울산CLX 내 정유공장에서 생산된 석유제품을 옮기는 유조화차(철도)가 일직선으로 깔려 있었다. 지난달 20일 찾은 철도출하지역은 흙과 돌로 메워 이미 평평한 땅으로 뒤바뀌었다. 지난해 10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에너지가 신설하는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가 들어설 부지로 낙찰됐기 때문이다. VRDS는 고유황 연료인 감압 잔사유를 탈황반응을 통해 경질유 및 저유황유로 바꾸는 생산 설비다. 석유제품은 황 함량이 낮을수록 친환경 제품으로 평가된다.

약 1km를 직진해 부지의 끝자리에 다다르자 VRDS의 핵심 설비인 리액터(반응기) 8대가 들어갈 공간을 마련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리액터의 수직하중을 견디기 위해 1.8m 깊이의 콘크리트가 깔렸고, 그 위로 리액터가 들어갈 위치를 표시하기 위한 철골들이 동그란 모양으로 꽂혀있었다. 내년 2분기부터 리액터, 히터 등 주요 시설이 들어올 예정이다. 현장에서 만난 문상필 SK에너지 공정혁신실장은 “길이 1km, 폭 120∼140m로 부지가 좁고 길어, 공장이 들어서기에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SK에너지는 VRDS가 꼭 필요한 설비라고 판단해 활용 가능한 공간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SK에너지가 열악한 부지를 개조해가며 VRDS 신설에 나선 이유는 선박용 저유황유의 향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 1월부터 세계 선박 연료유의 황 함량 규격을 기존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육상 운송용 경유는 황 함량 0.001%의 강한 규제를 적용하는데, 선박 연료유는 황 함량 3.5%까지 허용해 대표적 대기환경 오염원으로 지적돼 왔다. 문 실장은 “저유황유 생산은 재무적 가치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을 줄이는 사회적 가치도 있으니 투자를 진행하라는 최태원 SK 회장의 결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VRDS 설비가 완공되는 2020년에는 SK이노베이션이 국내 업체 중 저유황유 생산량 기준 1위 업체가 된다. VRDS 설비는 하루 처리 가능한 잔사유가 4만 배럴인데, 이 중 3만4000배럴이 저유황유다. SK이노베이션의 트레이딩 전문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도 해상 블렌딩(바다에서 유조선에 반제품을 투입해 저유황유를 생산하는 방식)을 통해 연간 10만 t(약 63만 배럴) 수준의 저유황유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 SK이노베이션은 IMO 규제 시행의 가장 큰 수혜주 중 하나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국제유가 및 제품가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 있지만, VRDS를 통해 연간 2000억∼3000억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IMO의 규제가 발효되는 2020년에 고유황유의 가격하락과 저유황유의 수요 상승이 맞물려 저유황유 수익성이 가장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 SK에너지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최대화하기 위해 가동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는 것이 숙제다. SK에너지는 2020년 6월 VRDS의 상업생산을 목표로 했으나 공사기간을 두 달 앞당겨 4월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 실장은 “11월 말 현재 공정이 계획보다 1개월 정도 앞서있다”며 “지금 이대로라면 2020년 2월 준공 후 두 달간의 시범 가동을 거쳐 4월 상업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울산=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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