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조·시민단체와 밀월 끝났다”… 말 아닌 정책으로 보여라

동아일보

입력 2018-12-03 00:00 수정 2018-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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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시민사회 노동조합과 어떤 의미에서 밀월관계가 끝났다”며 “정부가 기업과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것처럼 시민단체와도 기업과 같은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모든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킬 수 없는 만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시민단체의 요구도 모두 받아들일 순 없다는 의미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출신의 김 위원장마저 노조 시민단체의 시대착오적인 주장과 도를 넘는 간섭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고 본 것이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이 노조와 시민단체에 대한 구두 경고로만 그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민노총은 지난달 21일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총파업에 나섰다. 1일에는 진보좌파 진영이 정부의 기존 규제개혁안을 원점으로 돌리고 탄력근로제 확대를 저지하겠다며 대규모 집회까지 열었다. 정부로서도 한 번은 이들과 끊고 갈 필요성을 느꼈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은 6월에도 진보진영에 무리한 정부 비판 자제를 당부했고 10월에는 혁신성장을 위한 은산(銀産)분리 완화조차 무조건 반대한 시민단체에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변한 것이 전혀 없기에 발언 수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친정 격인 시민단체와 막무가내 민노총을 비판한 만큼 반(反)기업·친(親)노동 정책도 손을 봤으면 한다. 하지만 소송 남발과 경영권 위협을 우려한 기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만든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은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이에 따른 기업 불만을 달래기 위한 립서비스 차원이라면 곤란하다. 김 위원장뿐 아니라 정부의 경제당국자들은 이제 말뿐인 노조 비판을 넘어 정책으로 보여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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