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바티칸과 주교임명 합의 후 지하교회 말살 추진”
뉴시스
입력 2018-11-29 17:20 수정 2018-11-29 17:20
중국 당국은 바티칸과 주교 임명권과 관련한 잠정 합의를 시발로 해서 지하교회의 일소를 추진하고 있다고 홍콩 요셉 천르쥔(陳日君 86) 추기경이 29일 경고했다.
천르쥔 추기경은 이날 닛케이 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이 바티칸과 중국 내 주교임명권 문제를 타결한 것은 탄압을 강화하기 위한 “첫 걸음”에 지나지 않는다며 “중국이 조정하는 꼭두각시인 주교 7명을 공인함으로써 지하교회를 말살할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에는 약 1200만명에 달하는 가톨릭 신자가 있다. 이들은 관제 천주교 애국회와 바티칸에 충성을 서약한 지하교회 소속으로 나뉜다.
이달 들어 홍콩 언론은 중국 당국이 일부 지하교회의 주교를 구속하는 등 9월 바티칸과 합의 후에 감시와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교구 주교를 역임한 천 추기경은 “잠정 합의는 교황을 따르는 신자를 배신한 것”이라며 “교황이 최종적으로 중국 주교를 임명한다고 해도 중국 측이 지명한 후보 중에서 뽑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단정했다.
천 추기경은 이미 중국 당국이 지하교회 주교에 자택미사를 금지하는 등 압박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조기 방중을 요청하고 있다. 천 추기경은 “교황이 이르면 내년에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교황의 방중을 외교적 성과로 삼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천 추기경은 사태 진전이 빠르게 진행하면 중국과 바티칸이 주교 임명권에 정식 합의할 공산도 농후하다고 경계했다.
‘무신론’ 입장을 취하는 중국공산당은 문화대혁명 기간 가톨릭에 대해 탄압과 박해를 가했다. 중국은 표면적으로 신앙의 자유를 인정한다고 주장하지만 이슬람교도인 무슬림과 티베트불교 신자 등을 겨냥한 감시를 확대하고 있다.
상하이 출신으로 홍콩으로 이주한 천 추기경은 “나는 누구보다도 중국을 잘 알고 있다. 아직 중국을 상대로 싸움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지난달 말 바티칸을 찾은 천 추기경은 지하교회 신자에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프란치스코 교황에 전달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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