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넘어 삶의 질 측정하자”…세계석학 권고 韓 정부 따를까

뉴스1

입력 2018-11-27 18:03 수정 2018-11-2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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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포럼…스티글리츠 등 ‘고위전문가그룹’ 보고서 발표
“GDP 사람들 공감 못해…사회, 경제, 환경 측정해야”


앙헬 구리아 OECD사무총장이 27일 오전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OECD 세계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번 포럼은 ‘미래의 웰빙(The Future of Well-Being)’이라는 주제로 열리며 각국 정책 입안자, 세계적 석학, 신기술 생산자 및 사용자 등 102개국에서 3235명이 참석한다. 2018.11.27/뉴스1 © News1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학 교수 등 세계적인 석학들이 양적 지표인 GDP를 넘어 국민의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측정하는 지표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GDP로는 현재 경제상황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러한 권고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일과 삶의 균형에서 최악의 상황을 보이는 한국도 이를 구축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7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6차 OECD 세계포럼에서 세계적인 석학들은 ‘경제성과와 사회발전 측정에 관한 고위전문가그룹’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스티글리츠 교수뿐만 아니라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 쟝-폴 피투시 파리정치대학 명예교수, 마틴 듀란 OECD 통계국장 등 고위전문가그룹이 참여했다. 보고서가 처음으로 발표된 시점은 지난 2009년으로 이번 보고서는 그 후속편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달라진 경제상황 등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고위전문가그룹 공동 의장인 스티글리츠 교수는 “2009년에 세부적으로 다루지 못한 불안정과 경제 침체의 영향 등을 다뤘다”며 “10년이 지나면서 경제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세계도 많이 변했다”라고 말했다.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양적 지표인 국내총생산(GDP)를 넘어 국민의 직접적인 삶의 질인 ‘웰빙’(well-being)을 측정하자는 것이다. 이에 보고서는 ΔGDP를 넘어: 경제·사회적 성과에 중요한 사항 측정 Δ더 나은 측정을 위해: GDP를 넘어 계량적 웰빙 측정의 연구 촉진 등으로 주제를 분류했다.

공동 의장인 쟝-폴 피투시 파리정치대학 명예교수는 “GDP가 도출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여기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못 미친다면 GDP나 성장률은 아무 의미가 없다”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GDP에서 나타나는 양적 지표만을 본 탓에 2008년 금융위기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적절한 대책도 세우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세계 금융위기는 무분별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이 발단이 됐으며, 미국은 달러 공급을 늘리는 양적 완화 정책을 단행했다.

피투시 교수는 “우리는 눈이 가려져 있었다. 공공부채는 살펴봤지만 가계부채는 살펴보지 않았고, 민간 부분 부채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지금 돌이켜보면 알 수 있다”며 “지금도 전반적인 금융부분을 만족스러운 방식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새로운 데이터를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만약 타당한 측정 지표가 있었다면 우리의 대응 논의는 훨씬 더 풍부하고 심도있게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양적 완화가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켰는데, 이를 미리 알았다면 자본이율의 세율을 높이는 등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함께 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국가의 건강과 국민의 삶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사용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경제적 안정성, 환경의 질적 저하, 신뢰와 기술, 건강, 직업 및 소득 등 삶에서 가장 중요한 측면들이 포함된다.

권고안은 총 12가지로 국가통계기관이 세금보고서를 사용해 최상위계층의 소득분포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GDP 통계가 제공하는 불평등에 관한 정보를 통합하며, 경제적 불안정과 관련한 정책 효과를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고위전문가그룹은 이같은 웰빙 지표를 구축하는 국가 사례로 뉴질랜드와 스코틀랜드 등을 들었다. 뉴질랜드는 효율적인 자원 배분, 사회 전반에 걸친 분배와 지위 향상 기회, 자아 정체성, 신뢰, 관계 등을 핵심 국가 지표로 제시하고 있다.

공동 의장인 마틴 듀란 국장은 “소득과 부의 불평등, 지속가능성 등 주관적 웰빙을 측정하는 지표를 개발해야 하고, 이는 새로운 정책 지표가 될 것”이라며 “OECD는 권고안을 이행하는데 의지를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대해선 “한국의 워라벨(Work-life balance)이 굉장히 안좋은 상황에 있다”며 “주관적 웰빙 지표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고서의 권고에 따라 우리 정부도 웰빙 지표를 구축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한국정부는 포용국가를 새로운 국가 비전으로 제시했다. 삶의 질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새로운 지표를 개발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포럼 준비위원장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역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OECD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다양하게 논의된 통계들이 정책으로 연결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인천=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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