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란드의 설원… 산타 찾아 떠나는 여행

조성하 전문기자

입력 2018-11-24 03:00 수정 2018-11-2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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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하 여행 전문기자의 休]핀란드 로바니에미(Rovaniemi)

순록이 썰매에 오른 나를 태우고 전나무 숲으로 들어섰다. 어디로 데려가는 걸까. 설마, 산타클로스가 사는 곳? 하지만 어디면 어떠랴. 눈과 얼음의 땅 라플란드의 겨울은 어딜 가도 산타의 마을처럼 보이니. 아크틱서클 산타클로스빌리지의 레인디어파크(순록공원)에서.
산타클로스로부터 최고의 선물을 받은 곳. 핀란드다. 거기서도 순록 쫓는 유목민 사미(Sami)족 땅 라플란드(Lapland)의 로바니에미다. 라플란드(면적 9만8984km²)는 거의가 북극권(북위 66도33분 이북) 동토. 구릉 형태의 산(펠·Fell)이 간간이 발달한 평지인데 이웃한 스웨덴 노르웨이 러시아까지 광대하게 펼쳐진다. 그런데 순록에겐 국경도 무용지물. 자유로이 오간다. 그런 이가 또 있다. 산타클로스다. 라플란드는 산타의 고향이다.

그런 네 나라 중에도 핀란드가 유독 산타 고향으로 인식되는 이유. 3연임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제32대)의 부인 엘리너 여사 덕이다. 루스벨트는 소아마비를 앓아 평생 휠체어에 의지했다. 그렇다 보니 퍼스트레이디의 활동 영역이 넓었다. 여사 자신도 무척이나 활동적이었다. 남편 사별(1945년) 후 유엔 산하 UNRRA(UNICEF·유니세프 전신)를 이끈 것도 그 덕분. 그런 그녀의 눈에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로바니에미가 포착됐다. 독일군에 의해 도시 90%가 파괴된 참혹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기금으로 이 도시를 지원했다. 어린이를 위한 시설 구축에 힘써 달라며. 그런데 시 정부가 착수조차 하지 못한 와중에 엘리너 여사의 핀란드 방문 계획(1950년)이 통보됐다. 시는 부랴부랴 서둘러 겨우 하나를 완성했다. 로바니에미 외곽 북극선 통과 지점에 통나무로 지은 산타 움막이었다. 산타우체국에 공식 산타가 사는 산타빌리지와 순록공원으로 이뤄진 지상 최고의 산타마을 ‘아크틱서클(Arctic Circle·북극권)’은 그렇게 시작됐다. 움막은 건재하다. 이름만 바뀌었다. ‘더 루스벨트 코티지(The Roosevelt Cottage)’로.

핀란드 공식 산타클로스로부터 성탄인사~.
핀란드를 산타클로스 오리진(Origin·원천)으로 이끈 이 자그만 사건. 좀 더 들여다보면 로바니에미 여행길이 보다 흥미로워진다. 핀란드 역사와 디자인 강국의 면모가 녹아들어서다. 12세기 이후 600년간 핀란드란 나라는 없었다. 스웨덴 속국의 한 민족일 뿐이었다. 변화가 인 건 핀족(Finn·핀란드인) 지배 왕가(스웨덴인)가 소멸된 1805년. 이어 스웨덴의 패전으로 러시아제국에 편입됐는데 차르(러시아황제)가 핀란드공국(公國)에 자치권(1809년)을 주며 비로소 나라를 되찾았다. 그리고 러시아혁명(1917년)으로 제국이 해체되며 자주독립했는데 그게 지난해로 100년을 맞았다.

소련은 러시아제국과 달랐다. 위협적 존재였다. 그래서 독일군을 끌어들였다. 그런데 나치가 발호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소련은 연합군에 참여했다. 핀란드의 선택은 하나. 독일을 내치는 것인데 순순히 물러날 독일이 아니었다. 라플란드 주둔 독일군은 철수하며 로바니에미를 초토화시켰다. 여기가 핀란드 남북 교통축의 중심이자 육·수상교통 요지여서다.

아크틱서클(등불기둥 위의 줄)의 산타빌리지.
파괴는 창조의 터전. 대화재의 런던 시카고 올레순(노르웨이), 대지진의 네이피어(뉴질랜드)가 건축도시로 탄생한 것도 같다. 로바니에미는 재건되며 ‘라플란드의 수도’로 도약했다. 또 산타 움막을 계기로 ‘산타의 도시’란 명성을 얻으며 멋지게 환생했다. 그런 로바니에미 도심은 순록의 뿔과 머리 모양으로 계획됐다. 1944년 핀란드를 대표하는 건축가 알바르 알토(1898∼1976)의 아이디어다. 순록은 라플란드의 이끼와 나무뿌리를 먹고 살아온 이 땅의 주인. 알토는 뿔과 머리를 그리고 그 선을 따라 도시계획을 완성했다. 두 가닥 뿔과 눈 입에 광장과 공원, 운동장, 주거지와 산업지대를 배치시켰다.

한낮에 찾은 도심의 로르디(Lordi·2008년 유러피안송콘테스트 입상 핀란드 록밴드) 광장. 한밤중처럼 깜깜한데도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렸다. 스케이트링크와 얼음미끄럼틀에서다. 그 옆 무민(Moomin) 캐릭터도 발산하는 빛으로 눈 덮인 광장에 온기를 더한다. 도심은 걸어서 한 시간이면 다 볼만치 작다. 건물도 4층 이내라 아담하다. 거리도 한산한 편. 하지만 레스토랑은 정반대. 담소하는 금발에 파란 눈의 주민, 화사한 색깔의 스웨터와 포근한 조명, 따스한 온기로 실내는 봄처럼 화창하고 생기가 넘친다. 이런 식당에선 어디서나 연어수프를 먹을 수 있다. 버터로 볶고 야채와 허브로 맛을 낸 수프. 라플란드 여행 내내 입맛을 돋워준 잊지 못할 음식이다.
●여행 정보

항공로: 인천∼헬싱키∼로바니에미. 인천∼헬싱키 8시간, 헬싱키∼로바니에미 1시간.


홈페이지: ◇핀란드: 오로라, 스키, 라플란드 여행 등 겨울 핀란드 여행 어트랙션에 대한 상세한 소개.

로바니에미: ‘공식 산타클로스 고향(The Official Hometown of Santa Claus)’이자 ‘라플란드 수도(The Capital of Lapland)’의 다양한 관광 명소와 한겨울 액티비티가 영어로 소개된다.

핀에어: 헬싱키 허브(Hub)의 국영항공사. 아시아 취항 편수 비중이 유럽 어떤 항공사보다 크다. 8시간대(인천∼헬싱키·7032km) 비행거리로 ‘출항 후 24시간 내 귀항’이란 호조건을 갖춰서다. 헬싱키공항은 한겨울 더욱 빛을 발한다. 30cm 폭설에도 활주로를 폐쇄하지 않아서다. 제설팀(중장비 9개로 구성)의 신속한 처리 덕분. 9분 만에 활주로 한 개를 정비한다. 연결편 환승도 35분(평균)에 그친다. 터미널 1·2가 한 지붕에 있고 한국(전자)여권은 자동입국시스템으로 처리돼서다. 로바니에미와 탈린(에스토니아·80km) 연결도 쉽고 스톱오버(Stopover·연결편 탑승에 주어지는 핀란드 체류) 체류도 5일이나 된다. 기내면세품에 무민 캐릭터와 마리메코 제품이 포함된 것도 기억해 두자. 26일까지 예약 시 파리항공권을 69만 원부터 제공하는 이벤트(창립 95주년) 진행 중.



▼눈과 얼음의 세상 로바니에미… 낯선 빛과 삶을 즐긴다▼

스노맨월드의 눈으로 지은 레스토랑. 실내는 영하 5도.
전 세계 여행자들이 한겨울에도 늘 깜깜한―일조(日照)라야 고작 1∼4시간―로바니에미를 찾는 이유. 여기서 산타클로스의 고향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다. 그런데 가보니 실제로도 그랬다. 밤하늘의 오로라에 설원의 개썰매 몰기, 순록이 끄는 썰매에서 캐럴을 듣고 얼음과 눈으로 지은 호텔과 식당에서 잠도 자고 식사도 하니…. 게다가 아크틱서클에는 산타클로스가 살고 일 년 열두 달 하루하루가 매일 크리스마스인 산타클로스빌리지까지 있다. 세상에 이런 곳. 오직 여기 로바니에미뿐이다.


아크틱서클(Arctic Circle): 북극권(북위 66도33분 이북)이 시작되는 로바니에미 외곽에 조성된 산타클로스 테마파크다. 라플란드엔 8월 말부터 눈이 내린다. 그래서 이곳은 눈 세상으로 변한 지 이미 오래. 산타클로스 우체국엔 전 세계 어린이들로부터 답지한 성탄 축하카드와 편지가 70만 통이나 쌓인다. 우리나라에서 오는 것도 매년 2만 통. 공식 산타클로스는 거대한 괘종시계 추가 왕복하는 집에서 아이들을 맞아 담소를 나눈다. 기념품점엔 라플란드의 산타클로스 전설을 담은 다양한 기념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 안 마당 눈밭엔 북극권을 알리는 선이 하늘로 지나고 그 아래선 저마다 기념촬영을 하느라 소란스럽다. 그리고 한 옆 전나무 숲에선 순록이 사람들을 태우고 눈밭을 걷는다. 한여름에 찾아도 여긴 크리스마스인데 눈에 덮여 온통 은빛으로 빛나는 지금 찾으면 어떨까. 평생 한 번 찾을 버킷리스트에서도 첫 번째에 놓아야 할 곳이다.


베어힐허스키 썰매: 눈 세상으로 변한 라플란드의 숲과 얼어붙은 채 눈에 덮인 호수를 시베리안허스키종 개 다섯 마리가 끄는 썰매로 달리는 기분. 라플란드의 겨울을 음미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그것도 머셔(개 썰매 주자)가 끄는 썰매에 타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머셔가 되어 썰매를 끈다면 더더욱. 여기선 90분 동안 직접 개를 몰아 썰매로 질주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구간은 구릉을 오르내리고 시네테 빙호를 가로지르는 16km. 개들의 원초적 질주 본능에 성인 두 사람을 태운 40kg 썰매는 스키처럼 부드럽게 미끄러진다. 물론 오르막에선 개와 함께 뛰느라 땀도 흘리지만. 하루 8000Cal의 동물지방을 먹고 뛰는 개들은 썰매 경주용으로 개량된 시베리안허스키.


스노맨월드&글래스리조트: 아크틱서클 산타클로스빌리지 옆에 있는데 스노맨월드는 눈과 얼음으로 지은 식당과 바. 11월 들면 인공 눈과 얼음으로 짓는데 완성에는 6주가 걸린다. 식당의 벽은 눈, 의자와 테이블은 얼음. 그리고 실내기온은 영하 5도. 손님도 직원도 모두 방한 파카를 입는데 음식은 따뜻한 세 가지 코스를 낸다. 바에선 보드카와 칵테일을 얼음 잔에 담아낸다. 글래스(Glass)리조트는 외계행성 거주지로 보일 만치 외형이 기하학적인 로지 숙박시설. 외벽 한 면의 거대한 통유리창을 통해 밤하늘 오로라를 감상한다.


아크틱스노호텔: 눈으로 지은 스노호텔, 지붕 전체가 통유리인 ‘글래스 이글루’ 빌리지를 갖췄다. 스노호텔의 침대와 테이블은 모두 얼음. 객실은 다양한 원색 조명으로 분위기가 동화적이다. 잠은 순록모피를 덮은 침대 위 침낭에서 잔다. 실내기온은 영하 2도. 글래스 이글루는 밤하늘이 훤히 보이는 유리돔 천장의 실내에서 오로라를 감상하는 숙박시설. 네 명 한 식구가 쓸 수 있는 대형까지 크기도 다양하다. 이 호텔의 스노사우나는 세계 최초. 눈집 안에 들어가 전기오븐에 찬물을 끼얹는다. 피어나는 고온 수증기로 실내는 순식간에 섭씨 85도로 뜨거워진다. 이게 무너지지 않는 건 15분 후 사우나를 마치고 문을 열어두면 영하 10도 이하의 외기로 인해 열기로 녹은 실내 눈이 얼음으로 변하기 때문. 시네테 빙호(도심에서 30km 외곽)에 위치. 3월 31일까지 연다.


아이스 플로팅(Ice Floating): 한밤중 꽁꽁 언 호수에서 얼음을 깨 물에 들어가는 액티비티. 목적은 밤하늘 오로라 감상이다. 새로 시도된 이색 방식으로 수영 실력과 무관하며 추위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착용하는 드라이슈트(몸이 젖지 않는 방수복)가 슈트 안 공기로 몸을 띄우고 한기와 물을 완벽하게 막아줘서다. 해난구조사가 실제 활동 중에 입는 슈트다.

핀란드 로바니에미에서 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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