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백혈병’ 11년 분쟁 마침표

김재희기자

입력 2018-11-24 03:00 수정 2018-11-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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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은 직원-가족들께 죄송”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 공식 사과
질환 40여종 2028년까지 보상… 중재안 이행합의 협약서 서명
반올림측 “보상기준 확대 다행”


“오늘 이 자리를 빌려 병으로 고통받은 근로자와 그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와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의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부문 대표(사장)가 사과문을 읽었다.

가장 앞자리에 앉은 황혜경 씨와 어머니인 김시녀 씨는 두 손을 꼭 붙잡았다. 황 씨는 삼성전자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렸다. 김 대표가 “소중한 동료와 그 가족들이 오랫동안 고통받으셨는데 삼성전자는 이를 일찍부터 성심껏 보살펴드리지 못했다”고 언급할 때 김 씨는 눈물을 보였다.

이날 협약식에는 김 대표를 비롯해 황상기 반올림 대표 및 반올림 피해자 가족 20여 명, 김지형 조정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안경덕 고용노동부 노사정책실장, 심상정 정의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김 대표는 사과문에서 “중재안에서 정한 지원보상안과 지원보상위원회 위원장이 정하는 세부 사항에 따라 지금부터 2028년에 이르기까지 보상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과문 발표 후 황 대표가 단상에 올라 “삼성전자 대표이사의 사과는 직업병 피해가족들에게 충분하지는 않지만 오늘의 사과를 삼성전자의 다짐으로 받아들이겠다. 보상 대상을 기존 삼성전자 기준보다 대폭 넓히고 저희에게 (직업병 피해를) 알리지 못했던 분들도 포괄하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이날 협약서에 서명하면서 2007년 이후 11년간 이어진 삼성과 반올림 간 분쟁은 마침표를 찍게 됐다. 지원 보상 대상은 삼성전자 최초의 반도체 양산라인이 준공된 1984년 5월 17일 이후, 반도체나 LCD 라인에서 1년 이상 일한 삼성전자와 사내 협력업체 현직자 및 퇴직자 전원이다. 질병 범위는 백혈병 등 16종의 암을 포함한 40여 종의 질환과 유산, 차세대(자녀) 질환까지 포함됐다. 보상액은 백혈병 기준 1인당 최대 1억5000만 원, 사산과 유산은 각각 1회당 300만 원과 100만 원이다.

지원보상 업무를 위탁할 기관은 ‘법무법인 지평’으로 선정했다. 삼성전자가 재발 방지 및 사회공헌 일환으로 출연한 500억 원의 발전기금을 기탁할 기관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 정해졌다. 기금은 전자산업안전보건센터 건립 등 안전보건 연구개발과, 기술지원서비스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 산재 예방사업에 사용된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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