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大타협기구 경사노위, 勞 경사돼선 안 된다

동아일보

입력 2018-11-23 00:00 수정 2018-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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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를 표방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어제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첫 회의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경사노위는 기존 노사정위원회에 참석했던 노동계 사용자 정부 측 외에 비정규직,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 청년, 여성 대표 등도 포함시켜 참여폭을 넓혔다. 하지만 노동계 대표 가운데 한 축인 민노총은 불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민노총의 불참에 대해서는 “빈자리가 아쉽다”며 빠른 시일 내에 참여해주길 희망했다.

경사노위는 사회적 갈등의 소지가 있는 문제들을 제도의 틀 안에서 대화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기구다. 문 대통령도 “정부는 공정한 중재자로 노동계와 경영계 간의 의견 차를 좁히고 정책을 실현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홈페이지 첫 화면에 ‘노동존중사회를 위한’ 위원회라고 공개적으로 못 박은 경사노위가 과연 경영계와 노동계, 소상공인, 청년 등 각계 의견을 중립적으로 다루는 대화의 장이 될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민노총 강경 지도부 출신인 데다 탄력근로제 확대 반대를 이유로 민노총이 벌인 총파업에 대해서도 공개석상에서 “민노총 총파업은 잘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경사노위가 노동계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많은데,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여야 할 기구의 책임자가 거리 투쟁을 잘한다고 말하고 있으니 편파적 운영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출발부터 우려를 자아내는 경사노위의 향방은 탄력근로제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여야정이 합의한 탄력근로제 확대에는 민노총은 물론이고 경사노위에 참여한 한국노총도 반대를 분명히 하는 ‘뜨거운 감자’다. ILO 협약 비준은 노동계가 강력히 요구하고 있고 경영계가 반대하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 관행 개선위원회는 해고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는 내용의 ILO 협약을 비준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아무리 민노총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하지만 경영계 등 다른 협의 상대와 내부 논의도 하기 전에 먼저 발표한 것이라면 사회적 대화기구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경제·사회적 갈등이 난마처럼 꼬인 한국 사회에서 대화와 타협의 장(場)인 경사노위의 출범은 의미가 크다. 민노총은 1999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에 반대해 노사정위를 탈퇴한 이후 20년째 노사정 대화기구에 불참하고 있다. 장외에서 투쟁의 목소리만 높이는 것이 과연 민노총의 장래를 위해 도움이 될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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