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부담 줄인 열차 ‘역 통과 방지 및 자동제어장치’ 개발

김민식 기자

입력 2018-11-21 03:00 수정 2018-11-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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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엔지니어링㈜

샬롬이란 단어는 히브리어로 ‘평안, 평화’를 뜻한다. 이 인사말을 건넨다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평안을 바란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국내 한 회사가 샬롬이라는 단어를 회사명으로 삼은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안심할 수 있는 철도 시스템을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는 포부가 담겨져 있다. 더 나아가 승무원들의 편의성을 높이고 부담을 줄이기 위한 기술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이 기업이 바로 샬롬엔지니어링㈜이다.

현재 열차운전면허 인증기관에서 면허취득장비로 운용 중인 열차 운전 시뮬레이터.
샬롬엔지니어링은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철도의 안전장비를 개발하고, 안전장비 계측과 교육(운행 시뮬레이터) 등 핵심장치들을 제작·공급하는 회사다. 최근에는 이들 기존 개발 장치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바로 현재 수동 운전 중인 수도권의 분당선, 서울지하철 1·3·4호선 차량을 대상으로 한 ‘역 통과 방지 및 자동제어장치’다.

열차모의 운전연습기(TDS)를 직접 시현하는 김봉택 회장.
샬롬엔지니어링 김봉택 회장은 “무엇보다 철도 근무자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철도 차량 안전제어 국산화의 역사

샬롬엔지니어링은 국내 철도신호기술의 연구개발을 통해 해외 기술에 의존하던 철도신호기술의 국산화를 목표로 1986년 설립됐다. 창사 이래 안전한 철도운행을 위한 과학적 운영관리시스템 구축과 철도 안전 분야의 응용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그 덕분에 한국 철도 발전에 이바지하는 한편 철도운용과 안전제어 시스템 분야에서 차별화된 입지를 쌓을 수 있었다.

샬롬엔지니어링이 독자개발한 장애물 및 탈선감지장치 충격 시험기기.
샬롬엔지니어링의 첫 번째 개발 제품은 ‘열차 자동 정지 장치(ATS·Automatic Train Stop system)’다. 이는 제한 속도를 초과한 상태에서 운전자의 적절한 조치가 이행되지 않을 때 열차를 자동적으로 정지시키는 장치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서울∼부산 간 주행시간을 5시간대에서 4시간대로 단축하는 속도 향상을 위한 ‘경부선CTC Package Ⅳ사업’에서 ATS는 필수 장치로 꼽혔다.

그 당시 ATS 장치는 선진국에서 수입해야만 했다. 당시에도 국제 입찰 형식으로 사업 부품 업체를 선정했는데 국내기업인 샬롬엔지니어링이 참여해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다. 입찰 당시 경쟁사였던 일본 제품은 기존에 사용되고 있었지만 장착하려는 전동차에 비해 부피가 너무 컸던 것이 문제였다.

샬롬엔지니어링이 독자개발한 장애물 및 탈선감지장치 충격 시험기기.
수요처에서 샬롬엔지니어링 제품을 선정하자 주위에서 깜짝 놀랐다. 이후 코레일, 로템 등에 독점 납품하게 됐고 이를 계기로 샬롬엔지니어링은 승승장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샬롬엔지니어링은 특별한 아이템을 발굴하고 제품화하기 위해선 기업 부설 연구소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1987년 3월 중소기업 최초로 과기부로부터 인정받는 기업 부설연구소를 개설했다. 당시 직원 3분의 1 이상이 연구 인력이었다.

1995년에는 국내 최초로 부산지하철 1호선 노포기지에 전동차종합자동검사장치(ATTS)를 개발·납품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ATTS는 열차의 주요 기기 성능을 종합적으로 검사하는 자동화 시스템으로 편성된 차량을 진단하여 조치하는 예방 정비와 취득된 정보를 통하여 운행, 안전, 품질관리에 활용되는 장치로서 신조차 납품 검사도 활용하고 있다.

이후에도 판타그라프, 차륜, 옥상기기를 실시간으로 검사해주는 일상검사장치(ITIS), 운행중 차량과 충돌 위험성이 있는 장애물 및 탈선감지장치(DEOD), 레일의 미세한 균열을 사전에 감지하는 레일 탐상시스템, KTX·산천고속열차 차상신호 종합시험기, 객차단위 시험기, 영상감시 장치 등 30종류의 시험기를 개발하여 기술 집약적인 철도 안전을 위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철도박람회인 이노트란스 2018(INNOTRANS 2018) 전시회에 참가 중인 샬롬엔지니어링㈜.
특히 열차 자동 정지 장치(ATS)기술을 기반으로 한 단계 고도화해 자동운전이 가능토록 한 차상신호장치(ATC/ATO)와 지상설비에서 송신되는 정보를 각 차상안테나를 통해 수신해 차상시스템 스스로 운행 방법을 결정 제어하는 동시에 열차를 자동으로 출발, 정위치 정차를 제어하는 자동열차보호운행장치(ATP/ATO)를 개발해 부산지하철, 대구지하철에 운행 중이다. 또 무인자동운전 중인 영종도 자기부상열차에도 납품했다.

샬롬엔지니어링은 차상 신호장치를 하나로 통합한 ATP·ATC·ATS겸용장치(ATPCS) 개발도 마무리하면서 미래 먹거리도 확보했다.

‘역 통과 방지 및 자동제어장치’로 승무원 부담↓

이처럼 샬롬엔지니어링은 열차의 핵심 기술인 신호 장치 개발에 30년간 집중해온 회사다. 열차 차상신호 종류별 전 제품 기술보유 기업이라는 강점도 두드러진다. 또한 이 회사서 개발하는 모든 제품은 회사 보유 기술을 기반으로 생산되는 만큼, 기술 고도화와 확장성, 통합화가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최근엔 차량의 역 통과 방지 및 자동제어장치를 개발해 유관 업계와 시장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김 회장은 “승무원이 직접 운전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일부 수도권 열차 구간은 정차 구간에서 역을 멈추지 않고 지나가는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며 “그러나 해당 장치가 도입될 경우, 이와 같은 실수를 원천 방지할 수 있어 승무원의 운행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열차와 관련된 안전 분야에서도 한 단계 더 진전을 이루는 셈이다.

샬롬엔지니어링의 비전을 묻는 질문에 김 회장은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1단계로 50년 기업이 되기 위해 기존 제품의 고도화 및 차별화, 신기술 및 신제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품질 경영 시스템 정착, 우수 인재 육성 및 확보, 해외철도 기업과 기술교류, 회사의 신(新)비전 선포 등을 차근차근 실행해나갈 예정이다.

이후엔 100년 넘게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기존 사업에 있어서 국제 수준의 경쟁력 확보, 미래 유망 사업 발굴 및 투자, 해외시장 적극 진출, 우수인재 확보 등에도 각별히 신경 쓴다는 게 김 회장의 계획이다.



▼ 인터뷰 / 샬롬엔지니어링㈜ 김봉택 회장

“철도 안전 첨단 시스템 개발해 미래 대비”

“남북한 철도 연결사업 및 유라시아 철도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차상신호 통합장치(ATPCS)는 유용하게 사용될 것입니다.”

샬롬엔지니어링 김봉택 회장은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 것과 연구하는 일에 몰두하는 경영인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어온 도전정신을 가지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회사를 설립한 후 특정 아이템을 착안하여 3주내로 구상을 마치고 3개월 내에 설계를 통해 가능성을 판단하고 3년 내에 제품을 만드는 ‘트리플 3’를 실천해왔으나 이젠 2주내 구상, 2개월 내 설계, 2년 내 제품을 만드는 ‘트리플 2’에 도전하고 있다. 그 덕분에 현재 100여 건의 지식재산권을 보유할 수 있었다. 샬롬엔지니어링 또한 30년을 넘긴 장수 중소기업이 되었다. 최근 개발한 차상신호 통합장치의 경우, 현장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은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레일탐상장치 또한 주목받는 제품이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그동안 고액으로 전량 수입해오던 제품”이라며 “이번에 시스템 국산화 성공으로 수입 대체가 가능하므로 외화 절약과 유지보수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품목으로 거침없이 확장하면서 기업의 경쟁력 또한 높아지고 있다. 그는 “리더십 역량이 회사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대표라면 모름지기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과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과 함께 하는 경영, ‘스마트워크’를 위한 경영환경 구축, 매출액 10% 이상의 연구개발 투자, 인재 중시 경영 등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소기업으로서 탄탄한 기반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샬롬엔지니어링은 앞으로 어떤 기술 기업으로 성장하게 될까. 김 회장은 “미래 대비 철도 제품 개발에 매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5세대 무선통신을 이용한 정보공유 및 제어, 디지털 및 인공지능(AI)화, 자율 주행 점진적 확대 등에 대비해 미래를 준비하는 신제품 개발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포부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미래를 선점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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