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신무경]왜 한국 게임은 아시아경기에서 외면받았을까

신무경 산업1부 기자

입력 2018-11-14 03:00:00 수정 2018-11-1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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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무경 산업1부 기자
이달 초,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e스포츠 대회 ‘롤드컵’을 지켜보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는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 2만6000여 명의 함성과 환호성을 몸소 느끼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스포츠 경기처럼 경쟁하는 선수들과, 그들의 모습에 열광하는 팬들을 보고 올림픽 경기로서 가능성을 엿봤다.” 롤드컵은 미국 게임사 라이엇게임즈가 개발한 리그오브레전드(롤)와 월드컵의 합성어로 2011년 이래 매년 열리는 대회다.

IOC 관계자가 모니터 앞에서 키보드와 마우스를 ‘두드리는’ 게임을 몸을 ‘던지는’ 스포츠와 동일 선상에 두고 평가한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실제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는 롤을 포함해 미국의 ‘스타크래프트2’와 ‘하스스톤’, 일본의 ‘프로 에볼루션 사커 2018’, 중국의 ‘아레나 오브 발러’, 핀란드의 ‘클래시 로얄’ 등 6가지 게임이 시범종목으로 채택됐다. 2022년 항저우 아시아경기부터는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다.

게임이 스포츠로 평가받을 수 있는 건 아마도 ‘공정한 플레이’ 덕분이 아닐까 싶다. 참여한 선수들이 공평한 상황에서 실력만으로 정정당당하게 겨룬다는 점에서 스포츠와 다를 바 없다. 게임을 즐기고 사랑하는 유저들에게는 이런 평가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게임 강국’이라는 한국에서 만든 작품들은 왜 아시아경기의 시범종목에 채택되지 못할까? 한국 게임의 특수성을 설명해야 할 것 같다.

대부분의 한국 게임은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지만 유저가 원할 때마다 결제하는 ‘부분 유료화’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택하고 있다. 문제는 돈을 내면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랜덤박스’(확률형 아이템)를 팔고 있다는 것이다. 돈을 내고 실력을 단숨에 수십 단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아무리 봐도 스포츠정신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세계에서 공정한 플레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외국 게임도 아이템을 팔지만 내 캐릭터를 꾸미기 위한 수단일 뿐 이기기 위한 내공을 돈으로 사게 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국내 게임업체 중에는 의도적으로 특정 시점에 돈을 내지 않으면 신속하고 편리하게 게임을 즐길 수 없도록 만들기도 한다. 이용자들은 국내 게임업체들의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에 식상해하고 있다.

해마다 상승세를 보였던 국내 게임사들의 매출이 주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제작 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국내 게임업체의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에 소비자들이 등을 돌린 것은 아닐까. 이참에 게임업체들도 많은 이용자가 공정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이용요금 체계를 새롭게 고민해봤으면 한다.

“돈을 내면 캐릭터가 강해지는 비즈니스 모델은 공평하지도 않고 스포츠 정신에도 반한다.” 롤을 만든 라이엇게임즈의 니콜로 러렌트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기자에게 말해준 한마디가 귓가에서 떠나질 않는다.
 
신무경 산업1부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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