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게임을 어떻게 바꿀까?

동아닷컴

입력 2018-11-12 11:42 수정 2018-11-1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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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가 10년간 즐기던 B게임이 서비스가 종료 됐다. 지난 10년간 시간과 열정을 투자한 것은 물론 게임에 적지 않은 돈까지 썼지만, A씨에게 남은 것은 없다. 남아 있는 소량의 게임의 캐시 게임 서비스 종료 과정에서 돌려받았을 뿐이다.

# C씨는 최근 즐기던 게임에 흥미를 잃었다. 때 마침 D라는 마음에 드는 게임이 출시됐고, 자신의 캐릭터와 아이템을 D게임으로 옮겨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 게다가 전에 플레이하던 게임의 일부 장비를 매각하면서 암호화폐를 획득했고, 이를 D게임에서 사용해 좀 더 수월하게 게임을 즐기는 중이다.

A씨와 C씨의 가상의 두 사례는 블록체인이 우리 게임의 모습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준다. 먼저 A씨의 사례는 현재 서비스 중인 대부분 게임의 모습이다. 이러한 게임들은 이용 약관을 근거로 삼아 게임 내 최종적인 자산을 게임 개발사에 귀속시킨다. 게이머가 게임을 그만두거나 서비스가 종료될 때 게이머들은 합리적인 보상을 기대할 수 없다.

반면, C씨의 사례처럼 게임에 블록체인이 도입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론적으로 게임 아이템의 주인공이 개발사나 퍼블리셔가 아닌 게이머 자신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아이템 판매도 자유롭다. 약관을 어기면서까지 게임의 자산을 현금으로 팔았던 시대를 벗어나, 암호화폐 월렛을 통해 자유롭게 주고 받을 수 있다. 여기에 D게임에 흥미를 잃어도 즐기던 캐릭터와 장비를 가지고 E게임도 F게임도 자유롭게 오가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다. 게다가 아이템의 해킹 등에 대한 염려도 적다.

블록체인(출처=픽사베이)

■ 이미 시장은 움직이고 있다. 게임도.

블록체인은 쉽게 말해서 분산형 기술의 한 종류다. 지난해 연말부터 폭발적이 관심을 이끌어 냈던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이 대표적인 암호화폐다. 쉽게 보면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이라고 보면 된다. 블록체인은 탈 중앙화를 지향해 모든 참여자가 권한을 갖는 퍼블릭(개방형)블록체인과 하나의 중앙 기관에서 허락한 사용자만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블록체인은 투명성과 높은 신뢰성이 강점이다.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만, 쉽게 말하면 블록체인의 경우 전체의 51%를 속여야 해킹이 가능하다. 설사 51%을 좌지우지 할 능력이 있다해도 경제적인 논리가 이를 막는다. 해킹과 관련해 기존 중앙집권형 형태보다 유리하다.

이런 특징을 살려 블록체인은 이미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끌어내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정부에서 해외직구나 수입물품의 통관 애로사항을 블록체인을 통해 해결하려 하고 있으며, 복제가 어려운 블록체인의 특성을 살려 블록체인을 활용한 저작권 보호에도 관심을 비치고 있다.

또 한 보험사는 진료만 해도 보험료가 자동 청구되는 보험금 자동청구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며, 부동산 거래에도 블록체인 도입 논의가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이 외에도 이미 우리 생활에 밀접한 다양한 분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의 도입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게임 분야에서도 블록체인은 큰 관심의 대상이다. 블록체인에서 작동하는 프로그램 혹은 서비스인 DApp 분야(Decentralized application, 분산 어플리케이션)가 크게 주목 받고 있다. 쉽게 말해 블록체인 생태계에서도 콘텐츠 분야가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위메이드 트리 홈페이지(풀처=위메이드 트리 홈페이지)

우리 돈 1억 원 이상의 가격에 가상의 고양이가 거래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은 크립토키티가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크립토키티와 같이 게임에 블록체인을 결합하면 서비스 제공사가 망해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내 게임 자산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론상 서비스의 종료가 불가능하고, 게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포크(FORK) 시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등의 높은 자유도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게임사간 협의가 필요하지만, 블록체인이 게임에 더해지면 게임의 캐릭터나 장비를 다른 게임으로 보내 사용하거나 판매할 수도 있다. 블록체인이 게임 내 캐릭터와 아이템에 대한 실질적이 소유권자를 게이머로 만들어 주기에 가능한 얘기다.

■ 블록체인 게임? 아이템의 주인은 게이머

블록체인 게임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들도 지금 당장은 아이템과 캐릭터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이야기를들은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회장과 한국블록체인콘텐츠협회 회장대행을 맡고 있는 황성익 회장, 게임엑스코인(GXC) 김웅경 대표, 블록체인 플랫폼을 준비 중인 위메이드 트리 관계자 등 주요 블록체인 관계자들은 게임 내 아이템과 블록체인의 관계에 집중했다.

게임 내 아이템이나 캐릭터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게임 아이템은 더 이상 게임사의 전유물이 아니고 게이머의 것이 될 수 있다. 게이머는 블록체인 기반의 아이템과 캐릭터 등을 담을 수 있는 월렛이 생기고 원한다면 거래소를 거쳐 캐릭터나 아이템의 매매도 가능하다.

한 관계자는 "게이머 입장에서는 게임 아이템이 내 것이 되며, 이를 팔아 토큰을 확보해 돈을 벌 수도 있죠. 더 쉽게 말하면 게임하면서 돈을 벌 수 있어요. 즐기는 블록체인 게임의 코인이 상장이라도 되어 있다면, 변동성까지 추가되죠"라는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암묵적으로 약관을 어기며 아이템을 현금 거래하던 시장에도 큰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코인의 지급 방식 등은 게임마다 다를 수 있다.

게임엑스코인 설명(출처=게임엑스코인원페이저)

실제로 최근 갈라랩과의 협업을 통해 블록체인 MMORPG 게임 '프리프', '라펠즈'의 론칭 계획을밝힌 게임엑스코인(GXC)은 이미 이러한 시스템을 체험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구축해 놨다. 홈페이지 내에 마련한 데모게임을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 암호화폐가 나오고, 이를 GXC 덱스(탈중앙화 거래소)에서 팔거나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 모든 테스트는 마쳤다.

또 다른 부분은 타 게임으로의 아이템과 캐릭터의 이전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게임사마다 협의가 필요하지만, 이론적으로는 A라는 게임에서 쓰던 장비와 캐릭터를 가지고 B라는 게임으로 넘어가 사용이 가능하다. A에서 B로 넘어갈 때 세세한 비율 등을 게임사가 정하겠지만, 적어도 같은 코인을 활용하는 게임에서 이동을 하게 되면 이득을 얻은 채 게임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상장에까지 성공한 한빛소프트의 브릴라이트 코인도 마찬가지다. 브릴라이트 코인은 백서를통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사용하던 내 캐릭터와 장비들을 '그라나도 에스파다'로 옮겨와서 사용할 수 있고, 오늘 신규로 출시된 VR 게임에 내 '오디션' 캐릭터를 그대로 옮겨와서 사용할 수 있는 미래의 게임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블록체인 게임이 그리는 미래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문구가 아닐까 한다.

브릴라이트 코인 생태계 (출처=브릴라이트백서)

또한 게임 간의 장비 이전이 꼭 게임사의 수익 감소로 이어진 다는 법은 없다. 오히려 이득이 될 수 있다. 블록체인을 이용해 마케팅 비용을 게임 생태계 안으로 가져와 중개자 없이 게이머가 보상을 받도록 만들 수도 있다. 이는 게임사와 게이머 모두에게 혜택이 된다.

위메이드 트리의 관계자는 "게임사의 정책이 중요하겠지만, 블록체인 적용된 게임은 게임이 서비스를 종료해도 특정 아이템에 대한 소유권이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다른 게임에서도 쓸 수 있다. 이는 게임의 접속자 수 유지 및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블록체인으로 연결 되어 있는 게임이 가진 강점이며, 연결된 블록체인이 게임 유입 과정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현재 블록체인을 아이템이나 캐릭터에 집중하는 이유도 있다. 모든 콘텐츠에 블록체인을 결합하면 좋겠지만, 동시접속자가 수만에서 수십만명에 달하는 게임에서는 아직은 이르다. 처리 성능을 지금보다 훨씬 높여야 한다. 암호화폐의 트랜잭션 처리 속도 즉, TPS(Transaction Per Second)가 빨라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실시간 콘텐츠에 붙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게임에서 특정 동작을 수행하면 블록체인 기반의 거래 체결 및 이행인 스마트컨트랙트를 작동시켜야 한다. 쉽게 말해서 데이터가 오고 가야 되는데, 처리 속도가 느리면 게이머가 기다려야하는 시간이 많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실시간으로 지속적인 플레이가 힘들다. 아직까지는 RPG의 특정 던전이나 낚시, 영지 관리 등 정도에 블록체인을 결합할 수 있는 정도다.

위메이드 트리의 관계자는 "1000TPS 정도는 되어야 RPG 장르에 어느정도 콘텐츠를 붙일 수 있을 것이며, 물론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모든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게임을 결합한 게임다운 게임은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 관계자들은 내년 후반기를 그 시점으로 보고있다. 블록체인 게임개발은 블록체인과 게임 개발까지 동시에 신경 써야한다. 아무래도 블록체인이 각광 받기 시작한 이후에 개발을 시작한 게임들의 완성 시간을 고려하면 그 정도 시점이 되지 않겠냐는 말이다. 아울러 게이머 입장에서도 암호화폐 월렛의 사용 등 적응과 학습 시간이 필요하다.

■ 새로운 플랫폼의 시대 열리나

현재 블록체인 사업에 발을 들인 게임사나 관계자들은 최종적으로 플랫폼을 염두에 두고 있는 모습이다. 자사가 개발한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코인 생태계 많은 게임사를 게임을 입점 시켜야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A게임에서 B게임으로 아이템의 이전이나 판매 등에서 수수료로 수익을 챙기게 된다. 그리고 게임을 개발하는 게임사도 코인을 새롭게 만드는게 아닌 이상 기존의 코인과 솔루션 사용할 수 밖에 없다. 결국에는 또 플랫폼 싸움이다.

이미 경쟁도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한국블록체인콘텐츠협회, 엔진코인(ENJ)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해외에서 유명한 엔진사는 국내 모바일 게임 업계의 엔진코인 플랫폼 활용 지원, 블록체인 사업 플랫폼으로의 활용 확대, 엔진코인 플랫폼 채택 고객 확보, 블록체인 게임 개발을 위한 행사 개최 등 한국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를 위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엔진 로고(제공=한국블록체인콘텐츠협회)

클레이튼과 협업 중인 위메이드 트리도 블록체인 플랫폼을 염두에 두고 있다. 위메이드가 가진 게임과 IP(지식재산권) 게임들을 서비스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타사와의 협업도 가능하다. 한빛소프트의 브릴라이트 코인도 마찬가지로 게임간 경계를 넘어 자산을 이동하거나 거래할 수 있도록 하여 '초연결 게임 사회'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는 '브릴라이트 플랫폼'을 꿈꾼다.

게임엑스코인(GXC)도 플랫폼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자사의 강점 중 하나로 게임사가 아닌 점을 꼽았다. 직접 경쟁하는 게임사가 아니기 때문에 자사의 생태계로의 접근이 다른 게임사보다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한편, 이외에도 인 넥슨의 지주회사 NXC는 지난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빗의 지분 65.19%를 인수했고, 지난달에는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의 지분 80%를 인수했다. 넷마블도 지난 3월 사명을 넷마블게임즈에서 넷마블로 변경하며 블록체인 관련 사업 및 연구개발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대형 게임사들도 어떤 방식으로든 블록체인에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블록체인이 마치 닷컴버블 시절과 같은 느낌이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돈냄새가 나는 사업일 것이다.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시장 선점을 위한 회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광민 기자 jgm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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