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사냥꾼 스라소니

노트펫

입력 2018-11-09 10:08 수정 2018-11-0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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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7월이 되면 그늘에서 가만히 있어도 덥고, 조금이라도 걸으면 마치 비가 내리듯이 땀이 흘러내린다. 하지만 2017년 7월의 시카고(Chicago)의 7월은 그렇지 않았다.

당시 머물던 시카고의 여름은 한국의 가을과 비슷했다. 아침과 저녁에는 점퍼나 후드티를, 낮에는 반팔이 아닌 긴팔 티셔츠를 입어야 했다. 그래야 감기에 걸리지 않을 것 같았다. 이런 선선한 날씨는 사람들의 외출 본능을 일깨운다. 그래서 숙소에서 나와 도심을 산책하듯 걸었다. 특별한 목적 없이 걷다가 발길이 머문 곳은 입장료가 무료라서 부담스럽지 않게 들어갈 수 있는 동물원(Lincoln Zoo)이었다. 무료동물원이라고 해서 결코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 3대 도시인 시카고의 격에 걸 맞는 동물원이다.

그런데 링컨동물원을 관람하다가 신기한 모습의 고양잇과동물을 마주치게 되었다. 그 맹수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춘 것으로 파악되는 동물이었다. 비록 낯선 동물이지만 당당한 위용과 고양잇과동물 특유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과거 한반도의 생태계에는 호랑이, 표범, 곰, 늑대 같은 대형 맹수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들은 서식지의 파괴와 일제가 자행한 유해조수구제사업 때문에 모조리 사라지고 만다. 그런데 그렇게 사라진 맹수 중에는 그 존재조차도 우리의 뇌리에서 희미해진 존재도 있다. 그 동물은 바로 링컨동물원에서 만났던 스라소니다.

그런데 스라소니라는 표준어인 보다 평안도 사투리인 시라소니가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심지어 시라소니가 표준어라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 이유는 주먹으로 동양의 주먹 세계를 평정했던 신의주 출신 협객 이성순의 별명이 스라소니가 아닌 시라소니였기 때문이다.

그는 20대인 1930년대부터 시라소니라는 별명으로 조선은 물론 중국까지 주먹 싸움으로 평정한다. 그 결과 그의 이름인 이성순보다 시라소니가 더 많이 알려지게 된다. 그의 특징은 마치 야생의 고독한 스라소니처럼 외로이 싸우고 사는 것이었다.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다가 1983년 별세한 그를 다시 세상으로 이끈 것은 협객들의 삶을 다룬 드라마였다. 2002년 57.1%라는 기록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던 ‘야인시대’에서 그의 활약은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후 표준어인 스라소니가 아닌 평안도 사투리 시라소니가 더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게 되었다.

그런데 스라소니속은 단일 종이 아닌 유라시아 스라소니(Eurasian lynx), 이베리아 스라소니(Iberian lynx), 캐나다 스라소니(Canadian lynx), 붉은스라소니(Bobcat) 등 총 네 종으로 구성되어져 있다. 그 중에서 한반도에서 살던 스라소니는 체구가 가장 큰 유라시아 스라소니였는데, 성체 수컷 기준 최대 30kg에 달할 정도로 당당한 체구의 소유자다.

스라소니는 삵(Leopard cat)과 같은 소형고양잇과동물이 사냥하기 어려운 고라니, 노루 같은 발굽동물도 사냥할 수 있다. 심지어 멧돼지도 먹이 목록에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 스라소니가 멸종되지 않았다면 고라니, 멧돼지 등이 지금처럼 전성기를 맞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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