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으로 본 제주 비경]육지보다 ‘바다 밭’이 더 편안한 해녀 할머니
임재영기자
입력 2018-11-08 10:53 수정 2018-11-08 11:06
가을햇살이 따스한 2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한 해안. 바다 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면서 소라를 캔 해녀 할머니가 태왁과 망사리를 땅으로 올려놓고는 지팡이를 잡았다. 80세를 훌쩍 넘긴 듯한 해녀의 한걸음 한걸음에서 삶의 무게가 느껴졌다. 바다 속을 마음 놓고 헤집고 다닌 모습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평생을 함께 한 ‘바다 밭’이 할머니에게는 오히려 편안한 공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에서 해녀(사진)들은 무방비로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해녀 노래 가운데 ‘칠성판(관에 쓰는 얇은 나무 판)을 지고 바다로 뛰어 든다’는 내용이 있다. 맨몸으로 바다에 들어가 자신의 호흡에만 의지한 채 소라, 전복 등을 채취하는 물질이 그만큼 위험하고 고단하다는 뜻이다. 이처럼 생사를 넘나드는 탓에 해산물 채취기법이나 무속신앙, 노동요, 공동체생활 등 해녀 문화는 독특하다. 제주 해녀문화가 2016년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이유다.
해녀는 중국, 러시아, 일본 등지로 나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출가어업으로 지역경제를 지탱했다. 일제강점기 해녀들의 생존권 투쟁은 당시 세계적으로 드문 여성운동이었지만 ‘항일운동’에 가려져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해녀 숫자는 1970년 1만4000여 명에서 최근 3985명으로 감소했다. 70세 이상 고령 해녀가 60% 가량을 차지하는 등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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