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를 한국의 브로드웨이로” 공연 관광 뜬다

손가인기자

입력 2018-11-06 03:00 수정 2018-11-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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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한국 뮤지컬을 관람하러 온 일본인 관광객이 좌석 앞에 설치된 태블릿 PC로 작품 설명을 읽어보고 있다. 정부는 국내 공연에 외국어 자막을 지원하는 등 공연 관광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지난달 19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는 세종대왕이 주인공인 뮤지컬 ‘1446’을 보기 위해 관객 800여 명이 객석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중 일본인 관람객 30여 명의 좌석 앞 등받이에는 태블릿 PC가 1대씩 부착돼 있었다. 이 태블릿 PC는 한국 뮤지컬을 관람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정부가 무상 대여해 주는 자막 지원 기기다.

일본인 관광객들은 이 기기로 뮤지컬의 시대적 배경과 등장인물 등 작품 정보를 확인했다. 막이 오르자 화면에는 등장인물의 대사와 노래 가사를 번역한 일본어 자막이 실시간으로 떴다. 도쿄에서 온 하무라 마쓰에 씨(56)는 “한국 역사에 기반을 둔 이야기여서 자세한 설명과 자막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감동을 느끼지 못했을 것 같다”며 “일본 친구들에게 한국 공연 관광을 추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5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이야기가 있는 관광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뮤지컬과 연극 등 공연이 미래형 관광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1∼9월 한국에서 공연을 관람한 외국인 관광객은 61만2835명으로 지난해보다 약 20% 늘었다. 특히 올해 9월에는 전년 같은 달보다 40% 급증했다.

예전에도 공연 관광은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저가 패키지로 묶은 공연을 많이 찾았던 데다 언어적인 장벽 때문에 ‘난타’나 ‘점프’처럼 대사 없는 공연을 볼 수밖에 없어 선택지가 적었다.


최근엔 많이 달라졌다. 자막 지원 기기가 제공되면서 ‘사랑은 비를 타고’ ‘김종욱 찾기’ ‘당신만이’ 같은 뮤지컬이나 ‘톡톡’ 같은 연극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났다. 관광객의 국적도 일본인이 급증했고, 이들의 객단가도 예전보다 크게 올랐다.

지난해 3월 한한령 이후 발길이 끊긴 중국 관광객도 다시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호텔 예약 플랫폼 호텔스닷컴이 최근 1년 내 1회 이상 해외여행 경험이 있는 18∼58세 중국인 3047명을 대상으로 얼마 전 조사한 결과 ‘여행지에서 현지 예술전람에 참관하고 싶다’고 대답한 사람이 59%(3위, 중복 응답 허용)였다. 특히 1980∼1990년대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67%가 ‘여행지에서 콘서트나 음악 축제 등에 참가하고 싶다’고 답했다.

관광 콘텐츠로서 공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정부는 본격적인 공연 관광 육성작업에 들어갔다. 지난해 하반기 ‘대학로를 한국의 브로드웨이로 만들겠다’는 취지로 시작했던 ‘웰컴대학로’ 행사를 대폭 확장했다.

행사에 참여하는 작품 수를 지난해 23개에서 올해 41개로 늘렸다. 그동안은 외국인 관광객 관람을 위해 대사가 필요 없는 논버벌 퍼포먼스가 많았지만, 올해는 소극장 연극이나 지방 상설공연까지 확대했다. 그 대신 언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외국어 자막을 지원하는 공연을 지난해 5개에서 올해 9개로 늘렸다.

또 정부는 우리 창작 콘텐츠가 싸구려 콘텐츠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공연관광협회와 협약을 맺었다. 앞으로는 공연 업체가 터무니없이 싼 값에 입장권을 팔 경우 정부의 각종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앞으로 외국인을 위한 공연예약결제 사이트가 완성되면 제값을 내는 개별 관광객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관광공사의 정진수 관광상품실장은 “외국인 개인 관광객을 위한 한국 공연 관광 가이드북을 발간하고 해외에서도 한국 공연을 예매할 수 있는 사이트를 개발 중”이라며 “웰컴대학로 행사도 정기화해 공연 관광을 한국의 대표 관광 콘텐츠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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