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 내세운 中상하이박람회, 한국기업 상품홍보 상영 막아

윤완준 특파원 , 권오혁 특파원

입력 2018-11-05 03:00 수정 2018-11-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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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첫 국제수입박람회 5일 개막… 시진핑 ‘中은 수입국’ 강조할듯
한국업체 기업소개 영상만 허용


4일 중국 상하이(上海) 시내 곳곳에 제1회 국제수입박람회(5∼10일) 개막을 알리는 포스터와 플래카드가 박람회 마스코트인 ‘판다’ 그림을 배경으로 내걸렸다. 박람회가 열리는 국가회의전람센터 내부는 막바지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곳곳에 공안 보안요원이 배치돼 있어 삼엄한 통제 조치가 펼쳐졌다.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의 와중에 열리는 이번 박람회를 통해 대내외에 개방을 약속하고 자유무역의 수호자임을 자처할 계획이다. 하지만 한국 콘텐츠 기업들이 선보이려고 했던 콘텐츠 영상 상영을 분명하지 않은 이유로 금지해 한국 관계자들 사이에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 여전한 것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 시진핑, 트럼프 달랠 선물 내놓을지 주목

한국 미국 일본 독일 등 박람회 주요 참가국 정부와 기업 관계자들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5일 개막식 연설에서 미중 무역전쟁을 완화할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 주석이 미국 중간선거(6일)와 미중 정상회담(다음 달 1일)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반길 만한 ‘선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거기(시 주석의 연설)에 작은 화해가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현지 관계자들은 시 주석이 개막식 연설에서 개방과 수입의 대폭 확대를 약속해 중국이 무역흑자를 추구하는 수출국가가 아니라 수입국가란 점을 강조하고 지식재산권 보호 등의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왕빙난(王炳南) 상무부 부부장은 3일 박람회장 기자회견에서 “박람회는 (중국의) 새로운 대외개방 정책의 선언”이라며 “중국 개방의 대문은 닫히지 않을 것이고 더 크게 열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요구하는 것이 단지 수입 확대가 아니라는 게 문제다. 미국과 유럽 정부 및 기업 관계자들은 첨단기술 탈취 등 지식재산권 침해, 중국 시장 진입 장벽, 불공정 경쟁 등을 해결할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왕 부부장은 “중국은 평등하고 상호 존중하는 협의를 하길 원한다”고 말해 일방적인 양보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 자유무역 수호한다 해놓고 한국 콘텐츠 가로막아

4일 상하이 현지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 콘텐츠 기업 12곳이 5일부터 박람회장에서 중국 바이어들에게 공개하려 했던 콘텐츠 쇼케이스 영상이 중국 당국에 의해 상영이 금지됐다. 중국 측은 기업 소개 영상만 허용해 상품 판매를 위한 콘텐츠 소개는 할 수 없게 됐다.

한국 측이 문제가 없다고 본 애니메이션 게임 예능 콘텐츠를 뚜렷한 이유 없이 금지하자 시 주석이 참가한 박람회에서 문제가 될까 봐 민감하게 대응한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콘텐츠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박람회장 바깥 호텔로 바이어들을 불러 콘텐츠 홍보 영상을 틀기로 했다. 한국은 당초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박람회에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개막식을 얼마 앞두고 무역투자실장이 참가하는 것으로 급을 낮췄다.

상하이=윤완준 zeitung@donga.com·권오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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