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동행지수 6개월째 하락, 메르스때 이후 처음… 불황 늪으로

최혜령 기자 , 김준일 기자

입력 2018-11-01 03:00 수정 2018-11-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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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커지는 경고음]생산-소비 동시추락, 경기 하강 우려

9월 산업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급감한 것은 경제 성장의 핵심 축인 기업과 가계가 활력을 잃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 지출과 공공 부문에 의존한 정책이 한계에 부닥치면서 경제 전반이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졌다.

1997년 외환위기는 태국 밧화 폭락이 계기였고,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지금은 특별한 사건 없이도 미중 무역전쟁과 통화전쟁이 장기화하는 과정에서 한국 경제가 타격을 입으면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생산·소비·투자 동반 부진

9월 산업생산이 5년 6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한 것은 자동차와 전자부품을 중심으로 한 광공업 생산이 전달보다 2.5% 감소한 탓이 컸다. 이 기간 자동차 생산은 4.8%,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액정표시장치(LCD) 등 전자부품 생산은 7.8% 줄었다.

생산과 함께 소비도 추락했다. 9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해 12월 이후 9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7월부터 개별소비세 인하가 시행됐는데도 승용차 판매가 1개월 전보다 12.4% 줄었다.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2.9% 올랐지만 이는 SK하이닉스 청주공장이 준공되면서 생긴 반짝 효과일 가능성이 크다. 투자가 특정 업체에 한정돼 있고 반도체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 1년 전과 비교한 설비투자는 19.3% 감소했다.

경제의 기초체력을 판단하는 지표로만 보면 현 상황은 과거 위기 때와는 다르다. 보유 외환은 9월 말 기준 4030억 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보유 외환 규모가 2008년 말 2397억 달러, 1998년 말 470억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지금은 안전판이 탄탄한 편이다. 올 3분기(7∼9월) 투자 소비 생산 증가율을 과거와 비교하면 외환위기 때보다는 확연히 낫고 금융위기 때보다는 부진한 편이다. 하지만 분기 통계만으로 장기 불황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경제가 어려울 때 해외 채권단이 회수에 나서면서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는 단기 외채 비중이 5년째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말 47.1%까지 올랐던 전체 외채 대비 단기 외채 비율은 올 6월 말 기준으로 28.4%로 안정적이다.

다만 경제 전문가들은 지표에서 드러나지 않는 위기의 징후를 읽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 세계 경제는 미중 무역 갈등 국면에서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 여파로 신흥국 시장에 몰려 있던 자금이 미국으로 떠나면서 금융 불안이 커진 데다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가 재정 위기를 겪는 불안정한 국면이다.


○ ‘고통 따르는 구조개혁 더는 미루지 말라’

청년 실업 문제를 풀지 못한 한국으로선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흐름에서 충격을 받을 여지가 있다. 미국이 양적완화의 시대를 서서히 끝내기로 하며 금리를 올린 2015년 12월 이후 한국은 시장에 풀린 돈을 흡수할 기회를 수차례 놓치다가 지난해 11월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을 뿐이다.

통화 정책의 방향을 틀지 못하는 사이 가계 부채는 1500조 원에 육박하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그럼에도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밑돌 지경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조차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경제와 고용 여건이 단기간 내에 개선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기업 구조조정을 포함한 개혁 작업과 금리를 올리는 정상화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실업과 부실 채권이 늘어나는 고통이 따르겠지만 정상화 과정을 더 미루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규제개혁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는 성장 정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를 인상하면 가계 부채 문제가 대두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위험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김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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