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코웨이→코웨이→다시 웅진 코웨이…6년간 무슨 일이?

뉴스1

입력 2018-10-29 18:01 수정 2018-10-29 18:04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결별부터 ‘재결합’까지…반신반의 시각에도 ‘극적’ 인수

모두의 예상을 깨고 웅진이 코웨이를 다시 품었다. 2013년 1월 웅진그룹이 MBK 파트너스에 매각한 지 약 6년 만이다.

웅진씽그빅은 29일 코웨이 지분 22.17%를 약 1조6849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인수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극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웅진이 다시 코웨이를 인수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하는 곳이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 “평생 바친 회사 떠나보냈다”던 윤석금 회장, ‘자식같은’ 코웨이 다시 품었다

웅진은 지난 1989년 웅진코웨이(현 코웨이)를 설립하며 정수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코웨이는 1990년대 중반 외환위기를 전화위복으로 급성장했다. 당시 윤석금 회장은 “정수기를 창고에 계속 쌓느니 차라리 빌려주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웅진이 국내 최초로 정수기 렌털(대여)과 방문 관리 서비스를 시작한 배경이다. 윤 회장은 최근 저서 ‘사람의 힘’에서 “코웨이의 정수기 렌털은 제품을 빌려주면서 서비스 용역을 추가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엄밀히 말하면 고객은 제품과 함께 서비스를 빌려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웨이는 급성장하며 국내 정수기 시장에서 독도적인 1위 업체로 자리했다. 웅진은 코웨이 성장에 힘입어 2011년 국내 재계 순위 31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웅진이 거느린 계열사 수만 32개사에 달했다.

그러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은 웅진의 발목을 잡았다. 신사업으로 추진하던 건설업과 태양광 사업 등이 제 힘을 쓰지 못하고 실적 부진에 허덕였다. 결국 웅진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

2012년 9월26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날 회사 법인카드 사용이 중지된 것은 상징적인 풍경으로 회자된다. 웅진의 경영 어려움이 그만큼 심각한 상태였던 셈이다. 윤 회장은 ‘사람의 힘’에서 “회사를 살려보겠다고 투자했던 2조원이 넘는 돈이 허공으로 사라졌다”며 “평생을 바쳐 일군 회사(코웨이 등)를 떠나보내야만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웅진은 눈물을 머금고 알짜 중의 알짜 계열사인 코웨이를 팔았다. 2013년 1월 코웨이의 지분 약 30.1%를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가는 1조1900억원이었다. 매각 당시 코웨이는 MBK파트너스로부터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장받았다. 우선매수청구권이란 매물을 먼저 살 수 있는 권리다. 윤 회장은 이미 매각 때부터 코웨이와 재결합 의지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 News1
◇ 법정관리 1년만에 졸업… 주요 사모펀드·증권사와 손잡고 인수 추진

웅진은 계열사 매각 등으로 법정관리를 1년 만에 졸업했다. 이후 코웨이 인수설이 제기됐으나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었다. MBK에 매각된 후 코웨이 실적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코웨이는 지난해 연결 기준 연간 매출로 2조5168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시장에선 ‘웅진이 인수하기에 코웨이의 덩치(외형)가 너무 커졌다’는 반응도 나왔다.

공교롭게도 코웨이 실적이 정점에 이를 때 웅진은 인수 추진을 공식화했다. 코웨이 매각 때 MBK파트너스와 맺은 겸업금지 조항이 올해 1월 초 해제되며 웅진의 코웨이 인수설이 확산됐다. 그러자 코웨이는 인수 추진을 아예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이로부터 한 달 뒤 코웨이 매각 후 중단했던 렌털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정수기·비데·공기청정기 렌털 사업을 했다. ‘렌털 사업의 원조임’을 강조하며 코웨이 인수 포석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웅진이 인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시각은 여전했다. 이달 초중순 기준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코웨이 지분 가치(22.17%)는 약 1조4000억원 수준이었다. 올해 웅진의 현금성 자산 수준은 13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웅진이 꺼낸 카드는 사모펀드 스틱인베스트먼트와의 컨소시엄이었다. 한국투자증권과도 손을 잡고 추진해 인수금융(일종의 선수위 대출)도 추진했다. 지난 8월에는 주요 계열사인 웅진씽크빅을 통해 1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웅진 관계자는 “주요 사모펀드인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인수 가능성이 없었다면 웅진과 콘소시엄을 구성했겠느냐”고 강조했다. 특히 윤 회장이 각별한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인수를 추진한 점이 결실을 봤다는 분석이다. 윤 회장은 ‘사람의 힘’에서 코웨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정수기 렌탈제도의 성공 이후 코웨이는 비데, 공기청정기, 연수기로 제품을 확대하면서 시장을 키워나갔다… (중략) 웅진코웨이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우리나라 유통의 흐름을 바꿔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웨이에 대한 윤 회장의 남다른 애착이 결국 코웨이 인수 성사의 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서울=뉴스1)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