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베어마켓 본격 진입… “최소 연말까지는 약세 이어질듯”

박성민 기자 , 김성모 기자

입력 2018-10-26 03:00 수정 2018-10-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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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063, 또 연중최저… 리서치센터장 5인의 전망

미국 증시발(發) ‘검은 목요일’의 충격이 2주 만에 또다시 국내 증시를 집어삼켰다. 이달 들어서만 12% 급락한 코스피는 사흘 연속 연중 최저점을 갈아 치우며 브레이크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코스피가 올해 최고점인 1월 29일 2,607.109(장중 기준)보다 20% 이상 폭락하면서 본격적인 ‘약세장’(베어마켓)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증시가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하면 ‘조정장’, 20% 이상 내리면 ‘약세장’으로 분류한다.

25일 동아일보 설문에 응한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짧게는 연말, 길게는 내년 상반기(1∼6월)까지 이 같은 약세장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센터장은 연내에 코스피 2,000 선마저 붕괴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 무역분쟁 심화, 국내 기업의 실적 둔화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증시의 바닥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 공포 질린 ‘개미’도 순매도 가세

이날 코스피를 끌어내린 것은 ‘셀 코리아’를 이어가는 외국인과 더불어 공포에 질린 개미(개인투자자)들이었다.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들은 2조7000억 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3조 원 이상을 팔고 떠난 외국인의 물량을 받아냈다.

하지만 24일(현지 시간) 미국 증시를 떠받치던 기술주가 다시 급락하자 코스피 추가 하락에 대한 두려움에 개미들도 투매 행렬에 동참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실적 우려에 4.43% 급락하며 2011년 8월 이후 7년여 만에 최대 하락폭을 나타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종목 비중이 높은 한국 증시는 미국 기술주 부진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국내 증시의 바닥이 더 깊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설문에 응한 센터장 5명 중 3명은 올해 말까지 코스피 2,000 선이 붕괴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76이었는데 이때를 고려하면 1,950 선까지 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너지는 증시를 떠받칠 국내 경제 여건도 녹록지 않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인상 시기를 놓친 데다 경기 부양책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한국 경제가 그나마 수출로 버텨 왔는데 내년 미국과 중국 경기가 둔화되면 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무엇보다 중국이 서둘러 부양책을 쓸 정도로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 문제”라고 지적했다.


○ “현금 보유 늘릴 때”

결국 증시 반등의 해답은 미중 무역 갈등의 봉합 시기에 달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윤희도 센터장은 “다음 달 6일 미국 중간선거와 12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증시가 반등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호 센터장은 “내년 상반기에는 미중 갈등을 ‘상수’로 여기게 되면서 투자심리도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증시의 강세장이 아직 끝나지 않아 반등을 엿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은 “미국 기술주의 성장 모멘텀은 아직 유효하기 때문에 무역분쟁이 완화되면 증시는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저가 매수에 나서지 말라고 당부했다. 당분간 현금 보유 비중을 늘리고 위험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았다. 이 센터장은 “지금은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 비중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며 “내년 상반기 중후반까지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민 min@donga.com·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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