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항공사업 위험부담 작아… 백두산에 전세기 띄울 구상”

변종국 기자

입력 2018-10-25 03:00 수정 2018-10-2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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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기업인]이스타항공 최종구 사장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세계지도를 바라보며 “신규 도입하는 B737-MAX8로 동남아까지 훨훨 날고 싶다”며 “2025년까지 항공기 60대 도입, 63개 노선 취항, 매출 2조 원 규모로 성장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북한 전세기 사업과 중국 시장 강화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고자 합니다. 특히 북한 전세기 사업은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주요 행사 때마다 북한에 전세기를 띄우는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의 최종구 대표이사 사장을 17일 서울 광화문 인근 식당에서 만났다. 배경이 궁금했다. 최 사장은 “남북관계 개선으로 민간 교류가 확대될 것에 대비해 북한에 전세기를 띄우는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성장을 이끌어 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스타항공이 북한 전세기 사업에 관심을 가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스타항공은 2015년 이희호 여사 방북 때와, 같은 해 10월 남북노동자축구대회 때 평양(순안공항)에 전세기를 띄웠다. 올해도 남북 합동 콘서트 ‘봄이 온다’ 공연단이 북한에 갈 때 이스타항공을 이용했다. 최 사장은 “기초단계지만 대북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한국의 몇몇 업체들도 우리와 전세기 운항을 논의하고 있다”며 “북한의 삼지연공항을 이용한 백두산 관광 상품 개발 등에 대비해 전세기 운항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북한의 정치적 리스크를 고민해야겠지만, 항공사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는 것이 최 사장의 생각이다. 초기 투자비용이 적고, 북한과의 교류가 단절될 경우 전세기 운항을 하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작다. 최 사장은 “이스타항공은 북한에 가장 많이 전세기를 보낸 경험이 있다. 지금이라도 비행기를 준비해 달라고 하면 신속하게 준비할 수 있다”며 웃었다.

최 사장은 인터뷰 도중 중국 항공 시장 이야기가 나오자 다양한 에피소드를 쏟아 냈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7개의 중국행 국제항공운수권을 가지고 있어 LCC 중 가장 많다. 그는 “중국 여행객들이 한국에서 엄청난 쇼핑을 한다. 그걸 위탁수하물로 보낼 때 받는 초과화물 수수료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또 “중국 여행객들은 공항에서 돌려받은 세금 환급도 기내 비행기에서 다 쓴다. 한중 관계가 다시 회복되면 큰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중국 춘추항공과 코드셰어를 비롯한 항공기 공동 정비, 예약 발권 시스템 등에 관한 협력도 논의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연말쯤 국내 항공사 중 최초로 B-737 MAX(맥스)8 기종 2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맥스는 기존 B737-800보다 약 1100km는 더 멀리 갈 수 있고, 엔진 연료 효율성도 20% 정도 더 좋다. 최 사장은 “연비도 좋고, 기종 확대로 노선 운영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 회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은 다른 항공사 CEO들과 달리 항공 업계 출신이 아니다. 보험, 투자자문사에 근무하다 2001년 이스타항공 설립자인 이상직 전 회장과 창업 준비 단계부터 함께했다. 2009년에는 이스타항공 경영지원실장으로 입사해 홍보와 대관업무까지 담당했다. 지난해 4월 이스타항공 대표로 선임됐을 때 ‘항공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최 사장의 다양한 경력이 오히려 약이 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최 사장은 “항공업계는 국토교통부나 여행사 등과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는데 그곳에 항공업계 출신이 많다. 오히려 제 목소리를 못내는 경우가 많지만, 업계 출신이 아니다 보니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항공업계의 애로사항을 가감 없이 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항공업계에서 최 사장님 입을 통해 업계 의견이나 고충을 대신 전달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고 말하자, 최 사장은 “안 그래도 미운 털 박힐까봐 요즘엔 자중하려고 한다”며 너털웃음을 보였다.

최 사장의 최대 강점으로는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꼽을 수 있다. 경제계 인사뿐 아니라 정치계, 법조계, 언론계 인사까지 폭넓게 알고 있다. 그가 대표 자리에 올랐을 때 받은 축하 화환만 수백 개였다. 최 사장은 “사람을 가장 소중히 여긴다. 주변 사람들 경조사는 절대 빠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녁 식사를 두 번 하는 경우도 흔하다.

최 사장의 경영철학은 ‘가족 같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회사 직원들의 이름을 거의 다 안다. 직원들과 회식도 자주 하는데, 격의 없는 소통 속에서 아이디어가 샘솟는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출한 재능이 하나 있다고 했다. “나는 사람 얼굴과 길을 특히 잘 기억한다. 직원 이름도 한 번 들으면 다 외운다.” 경영철학을 실현시키기 위해 더없이 중요한 재능으로 보인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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