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드르렁 드르렁’… 나도 수면 검사 한번 받아볼까
조건희 기자
입력 2018-10-18 03:00 수정 2018-10-18 03:00
건강보험 적용되는 수면다원 검사
비용 10만 원대로 부담 확 줄어
센서 달고 밤새 수면 상태 관찰, 코골이와 호흡곤란지수 등 측정
결과에 따라 수술-양압기 처방… 양압기 대여도 보험 적용돼 저렴
수면무호흡증에 대한 전문의들의 설명은 이렇다. 자는 동안 연구개(입천장 안쪽 부드러운 부분)나 혀가 숨길을 막아 코를 골다가 호흡이 멎는 증상이 반복된다. 잠을 제대로 못 자 피로가 쌓인다. 혈중 산소농도가 떨어져 심장이나 폐의 혈관에 문제가 생긴다. 두통은 물론이고 심하면 치매까지 생길 수 있다. 고혈압이나 뇌질환으로 악화될 우려도 있다.
하지만 수면무호흡증 등 수면장애를 한번에 검사하는 ‘수면다원 검사’는 비용이 70만∼100만 원이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다행히 7월 1일부터 이 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비용이 병·의원 규모에 따라 57만8734∼71만7643원으로 줄어들었다. 환자는 비용의 20%인 본인부담금 11만740∼14만3520원만 내면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기자는 15일 수면장애 전문 클리닉인 서울 강남구 코슬립수면의원을 찾았다. △육안으로 봤을 때 혀가 목구멍을 많이 막고 있고 △평소 코를 자주 골며 △자는 도중 자주 숨이 막히고 깨고 △낮에 졸음이 쏟아지는 등의 증상을 토대로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날 바로 수면다원 검사를 받았다. 검사는 하룻밤 내내 진행된다. 오후 9시 반경 머리와 가슴, 다리 등 곳곳에 센서를 달고 손가락 끝에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착용했다. 몸에 연결된 전선이 30개가 넘었다. 이 상태로 잠들면 코를 얼마나 골았는지, 숨이 멎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기록된다. 그 모습을 의료진이 밤새워 폐쇄회로(CC)TV로 지켜본다. 자세가 심하게 흐트러지거나 센서가 떨어지면 조용히 와서 바로 잡아준다.
기자는 측정기기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던 탓인지 중간에 여러 차례 깼다. 군대 선임이 등장하는 악몽도 꿨다. 다음 날 오전 5시 반경 검사가 끝났다. 평소와 수면 환경이 달라서 검사 결과가 왜곡되진 않을까 궁금했다. 담당 수면기사는 “수면무호흡증과 무관하게 깬 것은 결과에서 제외하는 식으로 보정한다”고 말했다.
검사 결과 기자는 잠들어 있던 320분 중 19분(5.9%) 정도 코를 골았고 총 4110회의 호흡 중 288회(6.5%)가 원활하지 않았다. 이를 토대로 계산된 호흡곤란지수(RDI)는 4.5점이었다. 불면증 증상과 함께 RDI가 5점 이상을 기록하면 수면무호흡증으로 확진된다. 기자는 다소 코를 골지만 치료가 필요한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왜 평소에 자다가 자꾸 깨는 걸까. 신홍범 코슬립수면의원 원장은 “평소 머리맡에 스마트폰을 두고 잠들기 직전까지 웹서핑 등을 하는 습관이 ‘수면 위생’을 해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침대 근처에는 알람시계도 치우는 게 숙면에 좋다. ‘반드시 몇 시까진 잠들어야 한다’는 강박도 오히려 잠을 방해할 수 있다.
수면 습관을 바꾸고 코골이 방지 장치를 써도 효과가 없을 때 일명 ‘코골이 수술’을 한다. 연구개나 편도를 잘라내 공기가 드나드는 통로를 넓히는 수술이다. 매년 4000명 안팎이 이 수술을 받는다. 남성이 여성보다 6배 이상 더 많다. 남성은 30대, 여성은 50대 환자가 가장 많다.
코골이 수술로도 해결되지 않을 땐 양압기를 쓴다. 양압기를 코에 걸고 자면 숨을 들이마실 때 자동으로 바람을 불어넣어줘 숨구멍이 열린다. 안경 도수처럼 사람마다 맞는 압력이 달라 사용 전 꼭 검사를 해야 한다. 수면무호흡증으로 확진되면 양압기 대여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돼 월 1만7800원만 내면 쓸 수 있다. 기자가 시험 삼아 양압기를 쓰고 누워서 숨을 쉬어보니 훨씬 편했다.
신 원장은 “환절기엔 비염 등 코막힘 때문에 일시적으로 코골이가 심해질 수 있지만 오래 지속되면 꼭 수면클리닉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비용 10만 원대로 부담 확 줄어
센서 달고 밤새 수면 상태 관찰, 코골이와 호흡곤란지수 등 측정
결과에 따라 수술-양압기 처방… 양압기 대여도 보험 적용돼 저렴
15일 본보 조건희 기자가 수면장애 전문 클리닉인 서울 강남구 코슬립수면의원에서 수면장애 여부를 가려주는 ‘수면다원 검사’ 장치를 몸에 달고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 검사는 7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의 부담이기존 70만∼100만 원에서 11만∼14만 원으로 줄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기자는 자면서 코를 골지 않는 줄 알았다. 아내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을 때도 믿지 못했다. 코 고는 소리를 녹음해 들려준 뒤에야 알게 됐다. 생각해보니 자다가 중간에 깨거나 아침에 일어나도 피곤할 때가 많았다. ‘혹시 수면무호흡증은 아닐까’라는 걱정이 들었다.수면무호흡증에 대한 전문의들의 설명은 이렇다. 자는 동안 연구개(입천장 안쪽 부드러운 부분)나 혀가 숨길을 막아 코를 골다가 호흡이 멎는 증상이 반복된다. 잠을 제대로 못 자 피로가 쌓인다. 혈중 산소농도가 떨어져 심장이나 폐의 혈관에 문제가 생긴다. 두통은 물론이고 심하면 치매까지 생길 수 있다. 고혈압이나 뇌질환으로 악화될 우려도 있다.
하지만 수면무호흡증 등 수면장애를 한번에 검사하는 ‘수면다원 검사’는 비용이 70만∼100만 원이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다행히 7월 1일부터 이 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비용이 병·의원 규모에 따라 57만8734∼71만7643원으로 줄어들었다. 환자는 비용의 20%인 본인부담금 11만740∼14만3520원만 내면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기자는 15일 수면장애 전문 클리닉인 서울 강남구 코슬립수면의원을 찾았다. △육안으로 봤을 때 혀가 목구멍을 많이 막고 있고 △평소 코를 자주 골며 △자는 도중 자주 숨이 막히고 깨고 △낮에 졸음이 쏟아지는 등의 증상을 토대로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날 바로 수면다원 검사를 받았다. 검사는 하룻밤 내내 진행된다. 오후 9시 반경 머리와 가슴, 다리 등 곳곳에 센서를 달고 손가락 끝에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착용했다. 몸에 연결된 전선이 30개가 넘었다. 이 상태로 잠들면 코를 얼마나 골았는지, 숨이 멎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기록된다. 그 모습을 의료진이 밤새워 폐쇄회로(CC)TV로 지켜본다. 자세가 심하게 흐트러지거나 센서가 떨어지면 조용히 와서 바로 잡아준다.
기자는 측정기기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던 탓인지 중간에 여러 차례 깼다. 군대 선임이 등장하는 악몽도 꿨다. 다음 날 오전 5시 반경 검사가 끝났다. 평소와 수면 환경이 달라서 검사 결과가 왜곡되진 않을까 궁금했다. 담당 수면기사는 “수면무호흡증과 무관하게 깬 것은 결과에서 제외하는 식으로 보정한다”고 말했다.
검사 결과 기자는 잠들어 있던 320분 중 19분(5.9%) 정도 코를 골았고 총 4110회의 호흡 중 288회(6.5%)가 원활하지 않았다. 이를 토대로 계산된 호흡곤란지수(RDI)는 4.5점이었다. 불면증 증상과 함께 RDI가 5점 이상을 기록하면 수면무호흡증으로 확진된다. 기자는 다소 코를 골지만 치료가 필요한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왜 평소에 자다가 자꾸 깨는 걸까. 신홍범 코슬립수면의원 원장은 “평소 머리맡에 스마트폰을 두고 잠들기 직전까지 웹서핑 등을 하는 습관이 ‘수면 위생’을 해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침대 근처에는 알람시계도 치우는 게 숙면에 좋다. ‘반드시 몇 시까진 잠들어야 한다’는 강박도 오히려 잠을 방해할 수 있다.
수면 습관을 바꾸고 코골이 방지 장치를 써도 효과가 없을 때 일명 ‘코골이 수술’을 한다. 연구개나 편도를 잘라내 공기가 드나드는 통로를 넓히는 수술이다. 매년 4000명 안팎이 이 수술을 받는다. 남성이 여성보다 6배 이상 더 많다. 남성은 30대, 여성은 50대 환자가 가장 많다.
코골이 수술로도 해결되지 않을 땐 양압기를 쓴다. 양압기를 코에 걸고 자면 숨을 들이마실 때 자동으로 바람을 불어넣어줘 숨구멍이 열린다. 안경 도수처럼 사람마다 맞는 압력이 달라 사용 전 꼭 검사를 해야 한다. 수면무호흡증으로 확진되면 양압기 대여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돼 월 1만7800원만 내면 쓸 수 있다. 기자가 시험 삼아 양압기를 쓰고 누워서 숨을 쉬어보니 훨씬 편했다.
신 원장은 “환절기엔 비염 등 코막힘 때문에 일시적으로 코골이가 심해질 수 있지만 오래 지속되면 꼭 수면클리닉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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