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선 도심서 수소차 셀프충전… 한국선 불법

김현수 기자

입력 2018-10-16 03:00 수정 2018-10-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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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막힌 친환경 미래차


“충전소가 시내 한복판에 있는데, 시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나요?”(문재인 대통령)

“여기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한 지 3년이 됐는데 사고는커녕 시민들의 불만 제기도 없었습니다.”(브누아 포티에 에어리퀴드 회장)

14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중심부 알마 광장에 위치한 수소충전소. 문 대통령이 현대차가 만든 투싼 수소전기 택시 충전을 지켜보며 포티에 에어리퀴드 회장과 충전소 입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글로벌 에너지 업체 에어리퀴드는 수소충전소 건립 등 수소 에너지 확산에 주력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알마 광장에 위치한 프랑스 1호 수소충전소도 에어리퀴드가 세운 것이다.

역사가 오래되고 관광산업 비중이 큰 유럽 주요 도시는 건축 규제가 까다롭다. 그런 유럽마저 도심에 수소충전소를 세운 것은 한국 눈높이로 볼 때 낯선 풍경이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을 시작했는데도 수소충전소 입지 규제가 까다로워 시내 한복판에 충전소를 세우기 어렵다.

대통령이 지켜본 파리 택시 운전사가 직접 수소 충전을 하는 장면도 한국에선 불법이다. 한국에선 충전소가 고용한 직원만 충전할 수 있다. 수소를 에너지 연료가 아닌 위험물로 보고 만든 과거 법률 체계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의 파리 시내 충전소 방문 이후 수소 경제를 둘러싼 파격적인 규제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전기차다. 지난해 세계적으로 전기차는 7만4000대, 수소차는 3000대 정도 팔렸다. 하지만 주행거리와 충전시간 등을 따져보면 수소차가 한 수 위다. 현대차 넥쏘는 3분이면 완전 충전해 609km를 갈 수 있다. 전기차는 일반적으로 완충에 3∼4시간, 주행거리는 300km 안팎이다.

그럼에도 수소차 보급 속도가 더딘 가장 큰 이유는 충전 인프라 부족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수소차를 양산한 한국에도 수소충전소는 15개뿐이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유럽까지 적극적으로 수소충전소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인프라가 있어야 수소차가 팔리는 순환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도 2022년까지 수소차 1만5000대 보급, 충전소 310기 설치 로드맵을 제시했다. 하지만 실행은 산 너머 산이다. 우선 충전소 부지 선정이 어렵다.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유치원, 대학 등 학교 부지로부터 200m 이내에는 수소충전소 설치가 어렵다. 대형마트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상업시설이나 전용 주거지역에도 설치를 못 한다. 철도안전법에서도 철도보호지구의 경계로부터 30m 이내에는 수소충전소 입지를 제한하고 있다.

충전소를 설치하면 관리 규제가 기다리고 있다. 유럽은 교육 과정만 이수하면 수소충전소 안전관리자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압축천연가스(CNG)나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는 교육만 이수하면 되지만, 수소충전소는 가스기능사 자격증을 얻은 사람만 안전관리책임자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격증 소지자를 찾는 일도 쉽진 않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수소를 에너지원이 아닌 위험물로 인식하는 과거의 편견이 법에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저장 기술 발전으로 수소차와 수소충전소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이 마련돼 있지만 법이 기술의 발전을 못 따라가고 있다는 의미다. 안전에 민감한 일본과 유럽에서도 기준을 통과하면 도심 충전소 설치가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고 있다. 2015년 일본 도쿄 미나토구에 설치된 이와타니 수소스테이션 시바코엔역 지점은 반경 3km 내에 번화가인 긴자 지역과 국회의사당 및 정부청사가 위치해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수소에 대한 인식 개선부터 규제혁신까지 넘어야 할 벽이 높다”고 강조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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