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교인들이 폭행” vs 명성교회 “밀고 당기는 과정…그들이 원인제공”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18-10-10 14:02 수정 2018-10-1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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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D수첩’ 캡처

명성교회의 세습 논란과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MBC TV 시사 프로그램 ‘PD수첩’ 제작진이 취재 과정에서 명성교회 교인들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명성교회 관계자는 “새벽에 캄캄한데 느닷없이 마이크를 들이대니 제재를 안 할 수 없지 않느냐”며 “폭행이라는 표현은 말이 안 되고 밀고 당기고 하는 과정이었다”고 반박했다.

‘PD수첩’은 9일 ‘명성교회 800억의 비밀’ 편을 통해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와 아들 김하나 목사의 세습이 비자금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방송에 따르면, 헌금이 연간 400억 원에 달하는 명성교회 재정을 담당했던 박모 장로가 지난 2014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그의 죽음으로 비자금 800억 원의 존재가 드러났다. 제작진은 김삼환 목사의 생일과 명절 등에 김 목사에게 수천만 원의 현금이 전달됐다는 증언, 명성교회의 공시지가 1600억 원 상당 전국 부동산 보유 내역 등을 방송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서 PD 등 ‘PD수첩’ 제작진이 김삼환 목사를 찾아가 질문하는 과정에서 일부 교인들과 충돌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기도 했다. 방송에서 제작진은 이른 새벽 교회를 찾아가 김삼환 목사에게 “800억 원 비자금 말씀 좀 해달라”, “외화 밀반출 혐의 인정하시는가?” 등의 질문을 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교인들과 제작진의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방송에는 제작진 중 한 명이 “아악! 때리시면 어떡합니까”라고 말하는 장면도 담겼다.

이와 관련, ‘PD수첩’의 서정문 PD는 10일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다음 날 약간 몸이 쑤시는 정도였고 다른 스태프 분들은 목이 졸리거나 어깨가 꺾이거나 바닥에 내팽겨 치는 과정에서 손에서 피가 난다든가 그런 충돌이 있었다. 전치 2주씩 받았다”고 말했다.

박건식 PD도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삼환 목사 찾아간 제작진들 폭행당하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제작진이 취재 과정에서 명성교회 교인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박 PD는 “이번 제작진은 유달리 촬영이 힘들었다. 수없는 인터뷰 요청에도 명성교회는 시간 끌기로 일관했다. 김삼환 목사와 통화가 간신히 이뤄졌지만, 바로 끊어버렸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제작진은 할 수 없이 김삼환 목사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한다. 고난이 시작된다. 대형교회 목사님을 면전에서 뵙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더구나 취재 대상이 새벽기도로 유명한 명성교회였다. 새벽 4시 반까지 강동구 고덕동, 명일동으로 가려면 회사에서 새벽 3시에는 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며칠간의 실패 끝에 드디어 김삼환 목사님이 차에서 내린다. 서정문 PD등 제작진이 김삼환 목사에게 세습 등의 질문을 하는 순간 신도들이 폭력성을 드러낸다”며 “다짜고짜 PD의 팔을 꺾고, 촬영하던 비디오저널리스트, 조명기사를 길바닥에 패대기쳐 버린다. 카메라와 조명장비가 부서진다. 무슨 폭력 집단에 온 듯 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회는 기도를 하는 곳으로 알고 있다. 믿음, 소망, 사랑이 기독교의 힘”이라며 “폭력이 힘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명성교회 관계자는 “새벽에 캄캄한데 느닷없이 마이크를 들이대니 제재를 안 할 수 없지 않느냐”라며 당시 차량 교통을 안내하던 교인들과 제작진과의 충돌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폭행’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폭행은 말이 안 되고 밀고 당기고 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현장에 있지 않았으나, 사건 이후 서 PD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전해들은 뒤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상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벽에 기도하러 수천 명이 온다. 새벽에 예고도 없이 몇 사람이 나타나 마이크를 들이대면 당황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느닷없이 갑자기 나타나 제재를 안 할 수 없었고, 그 과정에서 (상황이)일어났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수많은 사람들이 새벽에 본인들 신앙 때문에 기도하러 오는 곳인데 그런 소란을 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취재라는 걸 떠나서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지 않느냐”라며 ”어쨌든 원인 제공은 그분들(PD수첩 측)이 했다”고 강조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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