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2심서 집행유예 석방…“박근혜 요구 거절 어려운 측면”

뉴시스

입력 2018-10-05 18:14 수정 2018-10-05 18:16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경영 현안 청탁과 관련해 뇌물을 준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신동빈(63) 롯데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는 5일 뇌물공여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의 항소심에서 1심을 깨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로써 지난 2월13일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아 법정 구속됐던 신 회장은 약 8개월 만에 풀려나게 됐다. 신 회장이 항소심에서 신청한 보석 청구는 석방으로 인해 기각됐다.

재판부는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특허 재취득과 관련해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과의 단독면담 당시 명시적인 청탁을 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룹의 중요 현안과 관련해 신 회장이 직무 관련 권한을 가진 박 전 대통령 요구에 따라 그 대가로 제3자(최순실)에게 뇌물을 공여했다”며 “이는 공무원의 직무집행 공정성 및 사회 신뢰를 침해하고 국책사업이 공정하게 집행될 것이라는 국민의 신뢰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청탁 대상인 면세점 특허 재취득과 관련해 대통령의 직무집행인 점과 70억원이 그 대가라는 점에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었다”며 “신 회장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함으로써 대통령 직무 관련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밝혔다.

다만 “신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적극적 금원 지원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했다”면서 “특히 국가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의 지원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그 강요행위로 인해 의사결정 자유가 다소 제한된 상황에서 뇌물공여 책임을 엄히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다른 기업도 박 전 대통령 요구에 응해 추가 출연을 하거나 약속한 사정도 감안했다”며 “최씨 개인 이익을 지원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고, 면세점 관련 특별히 롯데에 유리하게 집행된 건 없는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롯데 경영비리와 관련해서도 아버지 신격호(96) 명예회장이 주도적으로 결정해왔으며, 신 회장은 수동적인 역할에 그쳤다고 판단된 점이 반영됐다. 신 명예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9)씨 모녀에 대한 부당급여 지급 혐의도 추가 무죄로 판단됐다.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 관련 업무상 배임만이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신 회장은 신 명예회장의 지시가 잘못된 것을 알고도 중단시키지 않고 업무상 배임에 가담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고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총수일가의 이익과 피해회사의 손해 정도 등에 비춰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신 명예회장이 가족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려고 신 회장과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주도하고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신 회장도 당시 그룹 내 지위상 선뜻 반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동적으로 관여한 것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경영비리와 관련해 함께 기소된 신 명예회장은 징역 4년에 벌금 35억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3년에 벌금 30억원으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롯데그룹의 실질적 경영자로서 가족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위해 피해회사들에 커다란 손해를 입혔다”면서도 고령에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1심과 같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서씨에게 주식을 증여해 세금을 포탈한 혐의는 면소로 판단됐다.

부당하게 급여를 지급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동주(64)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서씨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서씨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는 경영비리 사건과 다른 횡령·배임 등 사건을 합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11억9700만원이 선고됐다.

채정병 전 롯데카드 대표와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부회장), 소진세 롯데그룹 사회공헌위원장,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도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신 회장은 지난 2016년 롯데 월드타워 면세점 신규 특허 취득과 관련해 도움을 받는 대가로 최순실씨가 관련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신 회장은 서씨와 신 전 이사장 등이 최대주주인 회사에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임대해 회사에 77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도 기소됐다. 서씨 모녀와 신 전 부회장 등에게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 자금으로 500억원대 급여를 부당하게 지원하고 롯데피에스넷 지분 인수 및 유상증자 관련 배임 혐의도 받았다.

1심에서는 국정농단 사건과 경영비리 사건이 각각 진행됐지만, 2심에서는 신 회장 측 요청에 따라 병합돼 한 재판부에서 심리가 진행됐다.

1심은 K스포츠재단 지원 배경에 면세점 관련 묵시적 청탁이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유죄로 판단, 신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추징금 70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경영비리와 관련해선 대부분 무죄로 판단됐고, 일부 유죄로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 관련 업무상 배임과 서씨 모녀에게 부당급여를 준 횡령 혐의만 유죄로 인정됐다.

 【서울=뉴시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