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훈풍타고, 북한산 수산물 식탁에 오르나

뉴시스

입력 2018-09-28 10:02 수정 2018-09-2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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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남북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북한과의 해양수산 분야 협력을 위해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진전과 대북 제재 완화라는 선결 조건이 필요하지만, 본격적인 남북 경협을 대비해 정부의 사전 조치 작업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정상회담 공식수행단으로 방북한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27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해상에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해 “수산 협력 분야 가운데에서 공동어로 사업은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닐 수 있다”고 밝혔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우리도 그 안(공동어로구역)에서 물고기를 잡아 오고, 북한 어선도 잡아가는 ‘주고받는’ 게임이라고 한다면 제재 대상이 아닐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김 장관은 유엔 제재위원회 심사를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군사당국간 협의가 먼저 되면 UN과 합당한 절차를 거쳐 타진해 볼 수 있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북한과 해양수산 협력 분야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인 군사분야 합의서에 담긴 해양수산분야 협력 ▲서해경제공동특구 ▲동해관광공동특구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김 장관은 이를 위해 우선 한강 하구 공동조사를 가장 먼저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김 장관은 “한강하구 공동사업은 올 12월 말까지 진행한다고 돼 있다”며 “이 곳은 기수지역(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이어서 해수부가 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다. 남북에서 10여명이 공동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 장관의 이날 발언은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적 변수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향후 남북 간 활발한 경제협력을 대비하기 위해 사전 조치 작업의 필요성과 4·27 판문점선언 이행 의지를 거듭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한반도 수산자원 보호와 새로운 어장 확보라는 우리 측과 수산자원 증산을 원하는 북한 측의 이해관계도 맞아 떨어진다.

실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어로 전투’라는 구호 아래 북한 어민들에게 수산자원 증산을 위한 무리한 조업을 강조할 만큼 북한은 수산자원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김 국무위원장이 집권 뒤 어획량이 2012년 73만톤, 2014년 84만톤, 2015년 93만톤까지 늘었다. 또 지난 2014년 북한이 중국에게 ‘조업권’을 팔아 넘기 뒤 중국어선들이 북한 수역에서 수산물을 마구 잡이로 남획해 황폐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남북의 해양수산 분야 협력은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 다른 경협보다 비용이 덜 들어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고, 실질적인 성과도 거둘 수 있다는 포석도 깔려있다.

대북 제재 상황에서도 경협을 본격 추진하기 위한 사전 조치 작업에 나서는 이유도 본격적인 경협에 앞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단계별 경협 확대 방안을 본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정부의 복안이다.

김 장관은 이날 해주·남포항 등 북한 노후화된 항만 개발 필요성과 북한 모래 수입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 장관은 “해주나 남포항 등지에 항만뿐 아니라 배후단지까지 활용해서 물자도 생산하고 곧바로 수출도 할 수 있는 경제특구를 건설할 것을 북한에 제안할 것”이라며 “바다만 생각할 게 아니라 항만과 연계한 협업 사업을 구상하고 제안하고, 우리의 경제자유구역처럼 개성공단과 같은 모델을 항만개발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김 장관은 “북쪽에서 남포항 개발이나 해주항 개발, 이런 사업은 긴급한 사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어떻게 개발할지, 수심은 얼마나 확보할지 등 개발 타당성 조사를 위한 공동조사를 선행 사업으로 관계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장관은 북한 바다 모래 수입과 관련해 “바다모래 재취 문제는 수산자원 보호 차원에서 가급적 안하는 게 원칙”이라며 “북한 바다라고 해서 마구잡이로 가져올 수 있는 지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해주항은 항만으로 제대로 기능하려면 하구 지역의 모래를 준설해 수심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전문가들이 이야기한다. 남포항도 마찬가지”라며 “준설은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SOC 사업이라 북한이 오랜 기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북쪽의 이익과 바닷모래가 필요한 남쪽의 이익이 충분히 만날 수 있고, 우선 해역 조건을 정밀 조사하는 일을 시작해 보겠다”고 전했다.

다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여전한 상황에서 남북 해양수산 분야 협력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우선 해결돼야 해양수산 분야 협력이 본궤도 오를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앞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군사분야 합의서에는 4·27 판문점선언에 담긴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화 ▲서해 평화수역 조성 ▲군사당국자회담 정례개최 등을 구체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세부계획이 포함됐다.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 평화수역 조성을 위해 한강하구를 공동어로구역으로 설정하고, 이곳을 출입하는 인원과 선박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기로 했다. 또 우리 어민들의 안전한 어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남북 공동순찰대를 신설, 중국 등 3국의 불법 어업 활동을 감시하는 내용도 담겼다.

남북 공동순찰대는 비무장 선박으로 구성하고, 공동순찰 시 상대를 자극하는 발언이나 행동을 금지하는 것도 명문화했다. 남북은 이를 위해 연내까지 공동어로구역에 대한 현장조사를 공동 진행할 예정이다.

향후 남북 경협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서해 NLL 일대 해상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은 물론 해양수산 분야를 망라한 남북 협력 움직임이 연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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