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50년 동안 매일 달리기 하는 이동윤 원장, 왜?

양종구기자

입력 2018-09-22 12:55 수정 2021-01-2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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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윤 원장
이동윤원장 제공
이동윤 이동윤외과의원 원장(66)은 거의 매일 서울 옥수동 자택에서 잠원동 병원까지 편도 7.5km를 달리거나 걸어 출퇴근한다. 부산 동래고 1학년 때부터 달리기를 생활화해 근 50년 가까이 지키고 있다.

“인문계고등학교의 특성이 다 그렇듯 새벽에 나가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오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이었다. 너무 재미없었다. 나만의 즐거움을 찾기 위해 고민을 했는데 운동이었고 선택은 달리기였다. 우리 시대 때는 할 수 있는 운동이 제한 돼 있었다. 기껏해야 달리고 자전거 타고 등산하는 것이었다. 운동회 때 축구나 배구를 하기도 했지만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으론 달리기가 최고였다.”

매일 새벽 일어나 집 뒷동산을 뛰어 오르내렸다. 나중에는 토끼뜀으로 올라가기도 했다. 그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고 나만의 도전이었기에 힘들어도 참을 수 있었다. 힘들면 걸어가면 됐다. 제약이 없었다. 나만 누리는 자유였다. 운동하고 아침 먹은 뒤 학교로 갔다. 아주 즐거웠던 시절이었다”고 했다.

의과대학에 들어가서도 시간이 없었지만 틈나는 대로 달렸다. 단기간에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데는 달리기가 최고였다. 가끔 암벽 등반을 하기도 했다. 떨어지지 않게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을 키우기에 그만이었다. 의대를 졸업 한 뒤에도 달리기는 생활의 시작이었다. 역시 바쁜 생활 속에서 아침 달리기는 그 무엇도 줄 수 없는 행복이었다.

“1990년 대 중반이었다. 동아마라톤을 시작으로 마라톤대회에서 일반인에게도 참가 기회를 줬다. 그 전에는 국위선양을 위해 엘리트 육성 차원에서 선수들만 달리게 했는데 경제도 활성화 되고 사람들이 건강에 관심을 가지며 달리자 대회를 개방한 것이다. 1997년 친구가 ‘마라톤 대회에 한번 나가보자’고 해서 춘천마라톤에 출전했다.”

한 500명 정도가 함께 달렸다. 마라톤은 ‘신세계’였다. 풀코스를 한 번도 달려보지 않아 ‘마의 30km’ 이후엔 걷다 뛰다시피 해 완주했다. 3시간40분55초. 성공적으로 완주한 것이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치과에 가서 보철하면 보철 소독제를 준다. 저녁에 보철을 빼서 컵에 물하고 담궈 놓으면 거품이 계속 올라온다. 마라톤 완주의 즐거움이 그 거품 끓어오르듯 계속 올라왔다. 풀코스 한 번 완주에 ‘해냈다’는 만족감과 희열에 몇 개월은 취해 있었다. 그래서 계속 출전했다. 달리기는 내가 내적으로 더욱 강인해질 수 있게 해준 계기를 만들어주었고 달리기를 통해 내 인생과 성공을 통제할 능력이 있다는 믿음이 더욱 커질 수 있었다.”

이 원장은 그냥 달리지 않았다. 2000년 달리는의사들(현 사단법인 한국달리는의사들)이란 동호회를 만들었다.

“대회 참가자가 많아지면서 안전문제가 등한시 됐다. 주최측에서 신경 쓰지 않았다. ‘우린 잔치판을 폈으니 알아서 달려라. 죽든지 살든지’ 그런 분위기였다. 그래서 의사들이 함께 달리면서 아픈 사람이 있으면 보살피는 레이스 패트롤(Race Patrol)을 2001년 동아마라톤부터 시작했다.”

달리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무턱대고 달리다 사망하는 사고가 계고 일어났다. 그래서 달림이들 교육을 시키기로 했다. 분기에 한번씩 무료 워크숍을 했다. 당시 인터넷이 뜰 때라 서울마라톤클럽 게시판 등에 ‘안전하게 달리는 법’ ‘부상 예방법’ ‘마라톤 에티켓’ 등을 계속 올렸다. 현재 ‘달리는의사들’ 홈페이지에도 즐겁고 건강하게 달리는 법을 계속 올리고 있다.

“달리는 사람 스스로가 어떤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알고만 있어도 무리를 안 한다. 본인이 조금만 신경 쓰면 되는 데…. 거의 대회 때마다 사망 사고가 났다. 참 안타까웠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2002년부터는 소아암환우돕기 마라톤대회를 시작했다. 매년 5월 둘째 주 일요일에 열린다.
“1998년 국제통화금융(IMF) 구제 금융위기가 터졌다. 맞벌이 둘 중 하나는 회사에서 나가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다. 문제는 소아암 환자의 부모가 젊다는 것이다. 경제적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애가 아픈데 일자리까지 잃으면 가정이 제대로 유지될 수가 없다. 이혼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소아암환자는 회복율이 70~80%된다. 거의 다 낫는다고 보면 된다. 환자가 완치 됐을 때 가정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아이의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고 마라톤대회를 통해 소액기부를 받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다 도와줄 수는 없었다.

“젊은 사람들의 특징이 뭐든 쉽게 시작하고 쉽게 포기한다. 아무리 큰 것이라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우리가 보고 있고 관심이 있다는 것만 보여줘도 이혼하려다 참고 가정을 유지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힘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시작했다. 효과도 좋았다.”

올 5월까지 대회를 15회째 열었다. 중간에 2년을 쉬었다. 모든 대회 운영비는 협찬을 받고 참가비는 환자를 돕는데 썼는데 경제 상황이 나빠지자 협찬을 받을 수 없었다. 주위에서 ‘왜 안 하느냐’는 성화와 ‘우리가 돕겠다’는 사람들이 있어 다시 시작했는데 빚만 2,3 억 원을 지는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회원들이 잘 도와줘서 이젠 잘 운영된다. 지금까지 6억 원 정도를 모아서 소아암 환자들 치료비로 지원했다. 1년에 3명에서 10명까지 도와주고 있다. 우린 그 애들이 잘 자라기만을 바란다.”

환자 선발과 치료는 신촌 세브란스병원과 삼성 서울병원 사회사업팀에 전권을 준다.

“사실 좋은 일이지만 힘들다. 하지만 우리가 이 대회를 운영하면서 일반 주자들에게 소액기부 문화의 개념을 친숙하게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처음엔 ‘내가 좋아하는 달리기 나 혼자하면 그만인데 뭘 남을 도와주고 자시고 하느냐’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우리 대회 충성파들이 많이 생겼다.”

2010년부터는 행복트레일런대회도 개최했다. 당연히 수익금 전액은 소아암환자 돕기로 쓰인다. 매년 11월 셋째 주 일요일에 열린다.

“산악연맹 주최로 1993년 산악마라톤이 생겼다 2년 만에 없어졌다. ‘미친 새끼들 왜 산에서 뛰어’라고 반발하는 등산객들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라톤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결국 울트라마라톤, 사막마라톤, 산악마라톤, 철인3종 경기 등 익스트림 스포츠로 가기 때문에 산악마라톤이 인기를 끌 것으로 봤다. 우린 산을 달릴 경우 어떻게 의료지원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위해 대회를 만들었다.”

달리는의사들은 친목단체이지만 항상 ‘건강한 사회’ 만들기를 고민하고 있다. 현재 회원수만 700명 가까이 된다. 의사라고 다 회원으로 받아주지 않는다. ‘하프코스’이상 완주해야만 자격을 준다. 전국 지방별로 한달에 한번 씩 모여 훈련하고 대회 때 만나서 달리면서 ‘우의’를 다진다.
이 원장은 풀코스는 200번 가까이 완주했다.


“이젠 풀코스를 1년에 서너 번만 완주한다. 2007년 100회 완주한 뒤 횟수를 세지 않는다. 100회 이후엔 의미가 없다. 그저 숫자 일 뿐이다. 최고기록은 3시간6분대인데 그저 이동윤 역사의 한 페이지일 뿐이다. 즐겁게 재밌게 달리는 게 의미가 있다.”

50년 가까이 달렸는데 그동안 부상은 없었을까.

“전혀 없다. 다치는 사람은 테크니컬 에러 때문이다. 먼저 몸을 만들고 그에 맞는 강도로 달려야 하는데 몸은 안 만들고 마음만 따라가니 무리를 하고 다치는 것이다. 사망사고도 그래서 발생한다.”

이 원장은 ‘운동 전도사’이기도 하다.

“우리 몸 자체가 안 쓰면 퇴화된다. 도태되는 것이다. 근육도 안 쓰면 몸 자체적으로 없애버린다. 그게 우리 몸의 생존 본능이다. 열심히 움직여야 한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마음도 살아 있지 않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짜증을 내는데 외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몸에서 받아줄 자신이 없으니 짜증으로 회피하는 것이다. 운동을 하면 어떤 스트레스도 받아 줄 수 있는 몸이 된다.”

이 원장은 ‘100세 시대 건강법’으로 “내가 100세가 됐을 때 어떤 상태로 있을 것인가가 중요하다. 항상 그런 이미지를 그리며 살아야 한다. 남은 생을 앓다 죽으면 얼마나 억울한가. 내가 자주 쓰는 말이 ‘9988234’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앓다 죽는다는 의미다. 죽기 전까지 건강해야 한다는 이미지를 매일 그리면 스스로 몸을 관리하게 된다.”

이동윤원장 제공
이 원장은 운동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막연하게 건강해야지라는 생각은 안 된다. 그럼 운동을 하지 않는다. 요즘 젊은이들 삶이 어렵고 힘들지만 현실을 인정하고 어떻게 열심히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려면 건강해야 한다. 그럼 결론은 운동밖에 없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생활화하기 위해선 부모 삶의 방식이 중요하다. 부모가 솔선수범하면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따라서 한다.”

이 원장은 ‘국민 전체가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달리며 ‘달리기의 중요성’ 사람들에게 알리겠단다. ‘달리기의 모범’ 되고 싶단다.

“장수에 따른 건강수명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다. 미국에서 1970년대 조깅문화를 만든 제임스 픽스라는 교수가 쓴 책에 보면 심폐지구력, 근력, 유연성, 체중조절, 근육강화, 소화, 수면 등의 건강 문제에 가장 도움을 주는 운동이 달리기라는 내용이 나온다. 미국의 대통령건강관리위원회가 연구한 자료를 인용한 것이다. 요약하면 질병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대사성 질환을 줄이고, 심폐기능과 면역력을 강화하는데 달리기가 가장 효과적인 운동이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전 국민이 달리기를 좋아하는 그날까지 달릴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목표는 ‘소아암환우를 돕는 재단’을 만드는 것이다. 그의 삶은 언제나 달리며 남을 돕는 것에 맞춰져 있다. 이 시대의 진정한 ‘의사’였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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