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근태관리 없이 자유롭게 근무하는 ‘C랩’ 활성화

김지현기자

입력 2018-09-21 03:00 수정 2018-09-2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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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8월 향후 3년간 4만 명을 직접 채용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국내에 130조 원을 투자해 70만 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청년에게 일자리를

삼성은 이 같은 채용 외에 자사 역량을 활용한 청년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정부와 함께 청년들에게 양질의 소프트웨어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장기적으로 청년들의 취업 기회 확대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삼성은 향후 5년간 청년 취업 준비생 1만 명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서울과 수도권, 지방을 포함한 전국 4, 5곳에 교육장을 마련해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올해는 1000명 수준으로 시작할 계획이며, 교육 기간 중 교육생들에게는 매월 일정액의 교육비가 지급된다. 성적 우수자들에게는 삼성 관계사의 해외 연구소 실습 기회를 부여하고 일부는 직접 채용을 검토하는 한편 국내외 취업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아울러 삼성은 소프트웨어 교육과 연계해 교육생들에게 △취업정보 제공 △취업 컨설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해외 ‘구루’ 영입

삼성전자는 외부에서 우수 인재를 영입하는 데에도 전사적인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6월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프린스턴대 서배스천 승 교수와 펜실베이니아대 대니얼 리 교수를 영입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승 교수는 뇌 신경공학 기반 인공지능 분야의 최고 석학 중 한 명으로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벨연구소 연구원, MIT 물리학과 교수를 거쳐 2014년부터 프린스턴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를 지내고 있다. 승 교수는 삼성리서치(SR)에서 삼성전자의 AI 전략 수립과 선행 연구 자문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았다.

리 교수도 삼성 리서치에서 차세대 기계학습 알고리즘과 로보틱스 관련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리 교수는 인공지능 로보틱스 분야의 권위자 중 한 명으로 MIT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역시 벨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2001년부터 펜실베이니아대 전기공학과 교수로 일해 왔다. AI 학회인 신경정보처리시스템(NIPS)과 인공지능발전협회(AAAI) 의장이자 미국전기전자학회(IEEE)의 펠로이기도 하다.

두 교수는 1999년에 인간의 뇌 신경 작용에 영감을 얻어 인간의 지적 활동을 그대로 모방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세계 최초로 공동 개발했고, 관련 논문을 ‘네이처’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임직원의 ‘워라밸’

삼성전자는 7월 1일부터 개발과 사무직 대상으로 주 단위 ‘자율출퇴근제’를 월 단위로 확대한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직원에게 근무에 대한 재량을 부여하는 ‘재량근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유연근무제’를 실시 중이다. 근로시간의 자율성을 확대해 임직원이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게 하고,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는 효율적인 근무 문화 조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취지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주 40시간이 아닌 월 평균 주 40시간 내에서 출퇴근 시간과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제도다. 재량근로제는 법적으로 신제품이나 신기술 연구개발 업무에 한해 적용이 가능한 제도인데, 삼성전자는 해당 업무 중 특정 전략과제 수행 인력에 한해 적용하고 구체적인 과제나 대상자는 별도로 선정할 계획이다. 제조 부문은 에어컨 성수기 등에 대비하기 위해 3개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2009년부터 각 사업장의 인프라를 본격적으로 개선해 수원, 기흥 등 녹지와 사무공간이 어우러진 대학 캠퍼스와 같은 글로벌 업무 단지로 조성 중이다. 체험형 조경공간부터 마사토구장(겸 야구장) 및 풋살장을 신설하고, 부서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BBQ 시설을 설치했다. 사업장 내 현판을 문구 중심에서 디자인 중심으로 교체했고 사내 곳곳 건물 외벽에 창의적인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이 밖에 임직원이 취미생활을 통해 삶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내동호회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스포츠, 레포츠, 문화와 예술, 재능나눔 분야 1956개 동호회가 개설돼 있으며 약 7만 명의 임직원이 활동 중이다. 사내 동호회 활동은 회사 안에서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도 연계해 이뤄진다.


창의적 조직 문화 확산

‘C랩’(Creative Lab)은 삼성전자가 창의적 조직문화 확산을 위해 2012년 말 도입한 사내 벤처 프로그램이다. 창의적인 끼와 열정이 있는 임직원들에게 아이디어를 직접 구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임직원들은 일정 기간 현업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근무환경에서 스타트업처럼 근무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첫째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되고, 둘째 실패가 용인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며 “팀 구성, 예산 활용, 일정 관리 등 과제 운영에 대해 팀 내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되며 직급이나 호칭, 근태 관리에 구애받지 않고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근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랩을 통해 우수한 성과를 낸 과제들은 사업화 단계로 이어지게 된다. 삼성전자 사업분야와 연관성이 높은 과제들은 사내 각 사업부문으로 이관되어 후속 개발이 진행되고 외부에서 사업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 과제들은 스타트업으로 독립하여 사업을 이어가게 된다.

삼성전자는 2015년 8월부터 C랩의 스타트업 독립을 지원하고 있는데 올해 5월까지 약 204개 프로젝트가 진행됐고, 임직원 812명이 참여했다.

올해 상반기(1∼6월) 3개 과제가 추가로 독립하면서 현재까지 34개의 과제가 스타트업으로 독립했다. 삼성전자는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창의적인 비즈니스 영역을 발굴하고, C랩을 경험한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도전하는 스타트업 스타일의 연구문화를 경험해 프로젝트가 종료된 이후 현업에서도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확산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C랩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2016년 5월 수원 삼성 디지털 시티 내에 C랩 전용 공간을 추가로 조성했다. 올해부터는 국내 스타트업 활성화와 창업 지원을 위해 C랩을 사내로 국한하지 않고 외부로도 개방해 사외 벤처 지원 프로그램 ‘C랩 아웃사이드’를 운영할 계획이다. 삼성은 C랩 아웃사이드를 통해 향후 5년간 300개 스타트업 과제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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