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쇼핑공간에 담긴 업사이클링 가치… 복고 감성으로 ‘몰캉스족’ 사로잡았다

이학선기자

입력 2018-09-17 03:00 수정 2018-09-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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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그룹 ‘동춘175’

동춘175 외부 전경.
올해 7월, 패션기업 ㈜세정이 오랜 준비 끝에 선보인 복합 생활쇼핑 공간 ‘동춘175’가 최근 핫플레이스로 급부상 중이다. 동춘175는 유휴 창고에 새로운 가치를 더한 업사이클링의 대표 사례로 언급되는 동시에 복고 감성을 활용해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곳은 부지 면적 1만2830m²에 총면적 9240m² 규모로 쉼이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동춘175의 부지 위치엔 남다른 의미가 담겨있다. 이 부지는 1974년부터 35년간이나 세정이 물류센터로 운영하던 곳이다. 회사의 첫 물류센터로서 세정을 지금의 규모로 성장시켜준 소중한 발판이었던 셈이다. 인디안으로 대표되는 세정의 연매출은 오늘날 1조680억 원 수준에 이른다.

쇼핑몰의 이름은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이 1968년 부산에서 시작한 의류 상점 ‘동춘상회’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다. 175는 쇼핑몰 주소지인 경기 용인시 기흥구 동백죽전대로 175번길을 의미한다. 동춘175 사업은 박 회장의 셋째 딸인 박이라 부사장이 주도한 것이어서 회사의 역사를 이어간다는 상징성이 각별하다.

이 부지 1층에 동춘상회라는 매장을 연 것도 세정의 역사를 기리는 한편 사업 초창기의 모습을 떠올리게끔 하는 조그만 상점들을 지원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동춘상회는 지역사회 소상공인과 신진 작가들이 만든 제품을 선보이는 라이프 스타일 편집 매장이다. ‘상회’에 들어가는 한자도 자세히 살펴보면 장사를 뜻하는 ‘상(商)’이 아니다. 상생을 의미하는 ‘상(相)’을 썼다. 지역과의 상생, 작은 소상점과의 상생을 통해 동춘상회의 뜻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다. 우수한 품질에도 적절한 유통 라인의 도움을 받지 못했던 상품과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상생형 라이프스타일 숍으로서 가치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패션기업 ㈜세정이 선보인 복합 생활쇼핑 공간 ‘동춘175’ 내부 전경.
여기에 복합쇼핑몰로서의 편의도 더했다. 7월 7일 열린 오픈 행사에 참석한 박 회장은 “쉼, 여유, 상생 키워드는 빠르게 변하는 현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핵심 가치로서 동춘175를 통해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삶의 여유와 휴식을 즐기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말처럼 동춘175는 ‘쉼이 있는 쇼핑 공간’이라는 콘셉트에 어울리는 분위기가 특징이다. 넓고 쾌적한 공간, 편안히 쉴 수 있는 곳이라는 공간으로 꾸미면서 올여름 몰캉스족을 끌어들였다. 그 결과 오픈 1개월 만에 인스타그램 관련 게시물이 5000여 개나 생성됐을 정도다.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온라인 등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방문객들도 몰렸다. 평일 기준으로 일 평균 약 5000명, 주말에는 1만여 명이 방문하면서 지역 대표 관광지로 거듭났다. 휴식을 염두에 둔 공간이라는 점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넓은 테이블과 분위기 있는 인테리어로 소규모 모임 장소로 좋은 브런치 카페 ‘롱브레드’와 입장 시 놀이 및 안전을 위한 교사가 배치돼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바운스 트램폴린 파크’는 지역 내 30, 40대 여성 고객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곳은 세정 브랜드만을 고집하지 않는 열린 공간이기도 하다. 여성 의류, 패션 잡화 등 주목 받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웰메이드2.0’도 많은 소비자의 발길이 머무는 곳이다. 또 플라워 원데이 클래스, 아트마켓과 그림투자 세미나, 키즈 필라테스 강좌 등 다채로운 문화 클래스까지 선보이고 있다.

이 같은 남다른 노력 덕분에 동춘175의 가치는 더 높아지고 있다. 지역민의 사랑을 받는 공간으로 거듭난 것도 확인됐다. 특히 용인에 거주하는 일명 ‘3040 육아맘’들에겐 이미 사랑받는 핫플레이스다.

세정 관계자 측에 따르면 실제 동춘175 공식 홈페이지를 찾은 고객 중 약 50%가 30, 40대 여성으로 나타났다. 동춘175를 방문한 고객은 용인시에 거주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동춘상회의 상품 카테고리별로 식품군(교아당, 복순도가, 용인 백옥미, 메종드율), 생활용품군(살림백서, 르플랑), 아동용품군(베리아일랜드, 장차, 제로퍼제로)의 인기가 높다.

주말에 이곳을 방문한다는 지역 주민 김아랑 씨(39)는 “원목을 활용한 인테리어와 탁 트인 공간, 높은 천장 등을 보면 쇼핑몰이기 이전에 모던한 느낌의 쉼터라는 인상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이학선 기자 suni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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