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지원 공유” 실리콘밸리의 비주류들 의기투합

황규락 특파원

입력 2018-09-10 03:00 수정 2018-09-1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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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인도 등 주류사회 맞서 한국 등 14개국 기관대표 협력모임

“Go further? go together!(멀리 가려면 함께 가자)”

이달 5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레스토랑 클리프하우스에 모인 14개국 관계자들이 잔을 들고 이렇게 외쳤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중국 일본 독일 핀란드 등 실리콘밸리에서 자국 기업의 현지 진출을 돕는 기관 대표들은 ‘국제혁신연합(IIA·가칭)’을 발족했다. 이스라엘 등 주류 커뮤니티를 제외하면 실리콘밸리의 대부분 국가가 모인 것. 이번 모임을 이끈 이헌수 한국혁신센터(KIC) 실리콘밸리 센터장이 “우리는 실리콘밸리에서 주류는 아니다. 그렇지만 비주류인 우리가 연합하면 더 큰 무언가를 해내리라 생각한다”고 말하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 ‘실리콘밸리의 비주류’로 칭하는 국가들이 모인 이유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다. 2000년대 초반부터 각 국가가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세우고 자국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도왔으나 수많은 문제점에 부닥쳤다. 미국의 투자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네트워크로 활용할 인재 풀이 한정돼 있어 기업들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가 힘들었다. 그러는 동안 인도 이스라엘 등 일찌감치 미국에 자리 잡은 주류 커뮤니티는 무섭게 성장했다. KIC 관계자는 “유대계 커뮤니티는 서로 필요한 인맥을 연결시키며 끈끈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창업마피아라고 불릴 정도”라며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작은 나라들이 힘을 합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IIA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일은 서로의 기업 지원 플랫폼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KIC의 스타트업 실리콘밸리 진출 프로그램에 덴마크나 독일 등 다른 나라 스타트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반대로 실리콘밸리에 있는 우리 기업이 다른 나라로 진출하고 싶을 때도 각국 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실리콘밸리에서 얻기 힘든 인재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모임에 참석한 실리콘밸리 프랑스테크허브의 그자비에 와르텔 대표는 “우리는 여러 분야의 인재가 많지만 일부 과학기술 분야에는 전문가가 부족하다”면서 “인재를 공유하면 서로의 빈 곳을 채워주는 시너지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아직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신에너지산업기술개발기구(NEDO)의 가메야마 시노스케 대표는 “대부분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지원 프로그램에 다른 나라 기업이 합류한다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국가별 지원 프로그램을 어디까지 공유할 것인지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이 센터장은 “한 기업이 다른 나라의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 해당 기업이 소속된 국가가 비용을 지원하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IIA는 다음 달 다자간 업무협약을 맺고 의장국을 선정할 예정이다. 대만혁신기업가센터(TIEC) 예치청 센터장은 “모임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앞으로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황규락 특파원 rock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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