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술 90년’ 고려대의료원, 미래의학 연구의 중심에 서다

박진혜기자

입력 2018-09-05 03:00 수정 2018-09-05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의료기관

미래의학 선도를 가치로 내건 고려대의료원의 의과대학, 안암병원, 안산병원, 구로병원(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 고려대의료원 제공
고려대의료원(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이기형)이 의과대학 90주년을 맞아 미래의학에 대한 새로운 청사진과 포부를 밝혔다. 의료계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지속적인 발전을 이뤄내며 국내 최고의 의료기관으로 성장한 고려대의료원은 4일 의과대학 90년 기념식에서 그동안의 역사와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의학을 선도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지난 90년의 역사를 통해 지금까지 추구해온 인술의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의 의학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최초의 여성 의학교육 기관으로 탄생

1890년 10월, 의료선교사 로제타 홀 여사가 보구여관에서 여성 환자들을 돌보며 여성이 남자 의사에게 몸을 보일 수 없는 유교적 관습 아래서 여의사 양성의 필요성을 절감해 5명의 여학생에게 의학교육을 시작했다. 그중 한 명인 김점동(에스터박)을 미국 볼티모어여자의대에 유학을 보내 우리나라 최초의 여의사로 길러낸 것이 1900년이었다.

이후 로제타 홀 여사를 중심으로 1928년 9월 4일 조선여자의학강습소가 만들어졌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의학교육기관이었으며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의 모태가 됐다. 1933년 로제타 홀 여사가 정년으로 귀국하게 되자 김탁원 길정희 부부가 조선여자의학강습소를 인수해 경영하며 경성여자의학강습소로 개명했다. 1938년 5월 우석 김종익의 유지에 의한 결실로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가 설립됐다.

1941년 9월 1일에는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 부속병원을 개원해 우리 민족의 아픔을 치유해 왔다. 1948년 5월 서울여자의과대학 부속병원, 1957년 1월 수도의과대학부속병원으로의 개칭과 증축을 통해 남녀 의사를 배출하며 인술로 많은 환자들을 치료했다. 이듬해 9월에는 광화문에 제2부속병원을 개원해 응급 및 중증 환자들을 돌봤다. 1967년 수도의대를 거쳐 국학학원을 인수해 종합대의 모습을 갖춘 우석대 의과대학은 1971년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에서 재탄생했다. 이후 고려대 의과대학 부속병원 시대를 열며 혜화병원에서 선도적인 진료로 국내 의료계를 이끌었다.


시대의 어둠 밝히고 의료소외계층 보듬다

1979년 9월 의과대학 부속병원 확충사업으로 구로·반월·여주에 병원 건립을 확정하고 1983년에는 구로병원, 1984년에는 여주병원, 1985년에는 반월병원(1986년 안산병원으로 개칭)을 각각 개원했다. 당시 구로병원과 안산병원은 철저한 준비 끝에 독일 차관을 도입해 의료소외지역에 지어졌다. 이는 지역 최초의 종합병원으로 지역민들에게 희망으로 자리매김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990년 구로병원을 600병상으로 증설하는 한편 1991년 710병상 규모의 안암병원을 신축 이전했다. 이때 국내 최고 시설과 장비, 의료진이 대거 투입된 이래 지금까지 대한민국 의료의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고려대의료원은 산하 의과대학, 안암·구로·안산 3개 병원 등에 총 7000여 명의 교직원이 재직 중으로 진료·연구·교육 각 부문에서 국내 의료계를 선도하며 창조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중 의과대학은 지난 90여 년간 뛰어난 연구와 학문 업적을 국내외에서 인정받으며 지금까지 8000여 명의 의료인재를 배출한 것은 물론, 세계연구중심대학 연합체인 U21 국내 유일 회원대학이기도 하다. 2014년에는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춘 문숙의학관을 신축해 교육 시설기반을 확충했으며, QS 세계대학평가에서도 100위권대에 오르는 등 새로운 의학 교육을 선도하고 있다.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 기준 의과대학 평가를 국내 최초로 받았으며, 최근에는 세계 주요 9개 의과대학과 함께 GAME(Global Alliance of Medical Excellence)를 창립하는 등 국제 의학교육 스탠더드 확립에 앞장서고 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시작,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

고려대의료원의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는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총면적 13만 ㎡(약 4만 평)의 규모로 건축된다. 기존 병원의 총면적이 약 8만 ㎡임을 고려하면 완공 시점에서는 현 규모의 3배가량으로 늘어나게 된다.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는 주차장과 진료공간을 먼저 건축한 후 기존 주차장 부지에 융복합 R&D센터를 건립한다. 새로운 진료공간에는 암·심장·뇌신경질환 등 3대 중증질환을 중심으로 한 특성화센터가 중점 배치돼 진료 수준 향상에 힘쓸 예정이다. 융복합 R&D센터는 고려대의료원 산하 안암, 구로, 안산 등 3개 병원의 진료 및 연구역량이 총집약돼 국내 최고의 의학 연구를 선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게 된다. 또 수술실 확장 공사와 기존 병동 및 중환자실 리모델링도 실시해 공사가 끝나는 2022년에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의 의료기관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기형 의무부총장은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는 진료와 연구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물론이고 고려대와 의료원의 미래를 책임질 대표 시설”이며 “미래의학 100년을 이끌어갈 핵심 의료기관으로 성장하기 위한 첫 단추”라고 밝혔다.



첨단 인프라 바탕 미래의학 실현할 정밀의료사업단

고려대의료원은 2013년 단일 의료기관으로는 유일하게 두 개의 연구중심병원에 선정됐으며, 2016년에는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재지정에 성공했다. 또한 지난 3년간 다양한 연구 인프라 확충을 통해 ‘기술사업화 기반 조성’과 ‘지속 가능한 연구지원 시스템’ 구축을 위한 초석을 확고히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대한민국 의료계 기술사업화의 선두주자임을 재확인했다.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연구과제 2124억여 원을 비롯해 기술이전 수익 45억여 원을 기록했으며 특허 출원은 535건에 이른다. 이는 그 이전 3년간의 수치보다 연구과제 수주는 26.7%, 특허출원 및 등록은 78.9%, 기술이전 금액은 15배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연구 투자와 성과의 결실로 지난해 6월 고려대의료원은 보건복지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국가전략 프로젝트로 추진하는 정밀의료사업의 두 가지 세부 사업에 모두 선정되며 또다시 의료계 주목을 받았다.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다수의 의료기관들이 참여한 정밀의료사업단은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이끌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이를 고려대의료원이 주도하게 됨으로써 연구 역량과 실력이 다시금 공인된 셈이다.

향후 5년간 총 769억 원(사업시작 기준, 민간투자 포함)이 투입되는 정밀의료사업단은 김열홍 고대안암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이끄는 ‘정밀의료 기반 암 진단·치료법 개발 사업단(K-MASTER 사업단)’과 이상헌 고려대안암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의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 개발 사업단’으로 이뤄져 있으며, 김열홍 교수가 총 사업단장을 겸한다.

정밀의료사업단은 정밀의료에 기반을 둔 새로운 암 치료법을 개발하고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 클라우드 기반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국가 의료 체계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며 국내 의료계의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최고 임상연구 인증기구서 전면인증 획득

고려대의료원은 지난해 12월, 세계 최고 임상연구 인증기구인 AAHRPP(Association for the Accreditation of Human Research Protection Programs·국제 연구대상자보호프로그램 인증협회)로부터 의료원 산하 3개 병원 통합으로 전면인증(Full Accreditation)을 획득했다.

이번 인증을 통해 고려대의료원은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연구대상자의 권리와 복지를 보호하기 위한 임상연구 규정과 체계를 국제적 수준으로 갖추고 있음을 입증했다. 또한 연구의 질 향상은 물론 윤리적 신뢰성을 증대시키고 글로벌 임상연구 기관들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넓히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이브릴 항생제 추천 어드바이저 개발

고려대의료원은 지난해 SK㈜ C&C와 왓슨 기반의 인공지능 에이브릴을 활용한 항생제 처방 어드바이저를 공동 개발하기 위한 사업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사업은 한국이 OECD 평균에 비해 항생제 사용량이 높은 수준으로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정확한 항생제 처방을 통한 오남용 방지가 시급하다는 공감대에서 출발했다. 이에 감염병과 항생제 관련 국내외 논문·가이드라인·약품 및 보험 정보 등 방대한 양의 의료 문헌과 고려대의료원의 치료 케이스 및 노하우를 학습한 후 환자 증상에 맞는 항생제 추천 정보를 의료진에게 제공하게 된다.

고려대의료원과 SK㈜ C&C는 선택적 항생제 추천 엔진 및 챗봇 프로토타입 개발과 의학논문 및 가이드라인, 항생제 관련 사항 등을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하는 등 1단계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올해 1월 19일 2단계 사업 착수식을 가졌다. 고려대의료원과 SK㈜ C&C는 올해 하반기 상용서비스를 목표로 다양한 임상케이스를 활용한 베타테스트를 통해 추천 결과를 검증하고 사용자 편의성에 만전을 기해 상급종합병원은 물론 중소병원에도 서비스 대상을 확대해 항생제 오남용 사각지대를 제로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의료계 최초 기술지주회사 설립

2014년 6월 고려대의료원은 HT R&D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의료계 최초로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했으며, 현재까지 의료기기와 바이오벤처회사 등 총 10개의 자회사를 설립했다. 이에 의료원산학협력단과 의료원 산하의 두 개의 연구중심병원(안암·구로) 등 뛰어난 연구역량을 바탕으로 개방형 연구플랫폼을 구축해 국가 R&D 사업과 기업 공동연구개발 등 산·학·연·병 협력을 통한 원천기술 확보와 특허출원, 기술의 제품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고려대의료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메디클러스터 R&D 체계를 구축하는 연구발전 전략을 실행 중이다. 연구 성과가 다시 투자로 이어지는 투자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 연구지원체계를 안정화하고 의료원의 성장은 물론 차세대 국가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올해 3월에는 의료기술지주회사 자회사인 뉴라클사이언스가 브라만인베스트먼트로부터 100억 원을 투자받는 등 실질적인 성과도 거뒀다. 2015년 10월 성재영 의과대학 교수가 알츠하이머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창업한 바이오벤처기업 뉴라사이언스는 외부에서 CEO와 CFO를 영입해 운영을 맡기고 연구자는 연구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 의료기술지주㈜는 뉴라클사이언스 설립 시 투자한 보유 주식 일부를 매각하고, 이를 고려대 의대에 의학발전기금으로 기부하는 등 기술개발과 창업이 다시 재투자로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모범사례로 꼽힌다.

박진혜 기자 jhpark1029@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