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10월부터 게놈 이용 희귀병 진단”

동아일보

입력 2018-09-03 03:00 수정 2018-09-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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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명 게놈 프로젝트’ 지휘한 허버드 킹스칼리지런던 교수 방한

“처음 시작할 때부터 총리가 주도해 부처나 산업계, 학계의 장벽을 넘어선 덕분에 5년이 채 안 된 다음 달 1일, 10만 명의 게놈(유전체·한 개인이 지닌 DNA 전체)을 모두 해독하게 됐습니다. 이제 의료 현장에서 게놈을 이용해 희귀병이나 암을 진단하는 본격적인 게놈 의료 서비스가 시작됩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간 ‘개척자’는 당당했다. 10만 명에 달하는 실제 환자의 게놈 정보를 해독해 임상 의료에 활용하는 영국 ‘10만 게놈 프로젝트(100K Genome Project)’의 정보분석 총책임자인 팀 허버드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교수(사진)를 지난달 31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만났다. 울산시가 주최한 ‘게놈엑스포’ 기조강연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그는 “10만 게놈 프로젝트의 성공 비결은 부처와 분야를 넘어선 강력한 리더십과, 민감한 개인 의료정보에 대한 우려를 잠재운 기술적 진보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영국은 2012년부터 잉글랜드 내 85개 병원으로부터 희귀 유전질환 및 암 환자의 시료를 수집해 게놈을 해독했다. 희귀 유전질환의 경우 DNA가 거의 같은 가족 중 유전병을 앓고 있는 사람과 앓고 있지 않은 사람의 게놈을 비교하면 어떤 유전자가 유전병과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가능한 한 많은 환자 및 가족의 게놈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한국을 비롯해 게놈 정밀의학을 꿈꾸는 나라는 많지만 지금까지 별 진전이 없었다. 한국에선 울산시와 울산대병원, UNIST가 공동으로 ‘울산 1만 명 게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게 유일하다. 가장 큰 문제는 게놈을 해독할 시료를 얻기 힘들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연구자가 병원을 찾아가 개별 환자에게 게놈을 해독할 시료를 기증하도록 일일이 권유해야 한다.

허버드 교수는 “우리는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의 주도 아래 이 문제를 해결했다”며 “국가의 대국민 보건 서비스를 책임지는 상위 기관인 ‘국가보건서비스(NHS)’에 프로젝트 진행을 맡겨, 잉글랜드 지역 내 85개 병원으로부터 효율적으로 게놈 시료를 제공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까지 9만7000건 이상의 희귀 유전질환 시료가 수집됐고 이 가운데 7만5500건 이상이 해독됐다”고 말했다.

게놈 의학의 또 다른 걸림돌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다. 영국은 강력한 방화벽을 구축해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해결했다. 허버드 교수는 “모든 게놈 데이터는 방화벽 안에 안전하게 저장되고 반출할 수 없다”며 “오직 요약본만 공개되고, 허가받은 연구자만 로그인 뒤 허용된 범위 내에서 자료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데이터를 꽁꽁 싸두기만 하면 응용하기 힘들다”며 “클라우드 방식으로 의약 분야 연구자가 접근해 원하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도 신경 썼다”고 밝혔다.

울산=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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