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단기성과 집착 말고 길게 봐야 수익 극대화”

윤영호 기자

입력 2018-09-01 03:00 수정 2018-09-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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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고수의 한 수]윤주영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본부장

국내 2세대 패시브펀드 매니저를 대표하는 윤주영 미래에셋 ETF본부장은 “패시브 투자라는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안분지족(安分知足·편안한 마음으로 자기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안다)의 투자를 할 수 있는 상품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빌딩 사무실에서 만난 ‘상장지수펀드(ETF) 전도사’ 미래에셋자산운용 윤주영 ETF본부장(47·상무)은 “투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라며 ETF 예찬론를 펼쳤다. 그는 “큰 수익을 얻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ETF에 투자하면 결과적으로도 좋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면서 “국내외 투자시장에서 자금이 ETF로 쏠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 전문가인 그가 지인들에게 강조하는 돈 버는 투자법은 매우 단순하다. ‘ETF에 장기투자하라’는 것이다. 그는 “대박 종목을 발굴하는 자신만의 특별한 비법이라고 할 내용은 딱히 없다”고 말할 정도이다.

ETF란 코스피200과 같은 특정 시장지수 구성 종목들로 포트폴리오를 만든 뒤 해당 지수의 상승률만큼 수익률을 추구하면서 증시에 상장해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게 한 펀드를 말한다. 인덱스펀드와 함께 대표적인 패시브(passive) 펀드로 꼽힌다. 반면 펀드매니저가 시장 평균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려고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펀드를 액티브(active) 펀드라 부른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미국의 S&P500과 같은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매월 일정액을 장기간 적립하는 게 가장 쉬우면서도 좋은 투자법이라고 조언한다. 윤 상무는 이를 언급한 뒤 “(버핏 같은) 대가들이 권한다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라면서 “투자에서는 그 방법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확률도 높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패시브펀드의 수익률은 꽤 좋다. 미국에서 지난해 말 끝난 10년간의 수익률 대결에서 버핏이 선택한 인덱스펀드가 대표적인 액티브펀드인 헤지펀드에 완승했다. 국내에서도 ‘패시브펀드 사관학교’로 통하는 유리자산운용이 2008년 8월 1일부터 올 7월 말까지 진행한 인덱스펀드와 액티브펀드(순자산 상위 50위 펀드 기준)의 10년 수익률 대결에서 인덱스펀드의 수익률이 크게 앞섰다.

윤 상무는 “이런 결과가 가능한 것은 패시브펀드의 장점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액티브펀드는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에게 주어야할 운용 보수와 판매수수료 등 비용이 인덱스펀드보다 높다. 그만큼 장기적으로 수익률을 갉아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아무리 뛰어난 액티브펀드 매니저라도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좋은 실적을 내기 어렵다는 점도 액티브펀드의 단점이라는 게 윤 상무의 지적이다.

윤 상무와 금융권의 인연은 1997년 고려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없어진 한진선물(先物)에 입사하면서 시작됐다. 지금도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당시는 선물거래라는 개념 자체가 일반인에게 매우 낯설었던 시절이다. 주변 지인들이 진지하게 “추석 선물 같은 것을 대행해주는 회사냐”라고 물었을 정도였다.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던 그는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일이 유망할뿐더러 월급도 많이 받을 수 있는 분야라는 말에 큰 고민 없이 입사를 결정했다.

하지만 그에겐 곧 좌절의 시간이 찾아왔다.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회사가 기울었던 것. 결국 입사한 지 2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정이 떨어질 만도 했지만 그는 제대로 금융공부를 해보자는 생각에 곧바로 KAIST 대학원 금융공학과에 진학했다. 그리고 대학원 선배의 추천으로 2001년 졸업과 동시에 유리자산에 입사했다. 패시브펀드와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유리자산에서 근무하며 윤 상무는 국내 패시브 매니저 1세대로 불리는 서경석 당시 유리자산 자산운용본부장에게서 투자철학 등을 배우고 익혔다. 윤 상무는 “당시 유리자산은 규모가 작은 데다 직원들이 젊어 벤처회사 같은 열정으로 넘쳐났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후 우리자산운용을 거쳐 2011년 미래에셋으로 옮겼다.

윤 상무는 미래에셋에서 ETF 상품의 다변화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에 스마트베타ETF를 도입한 것도 윤 상무이다. 스마트베타ETF란 패시브 방식을 주요 수단으로 하는 ETF의 특성은 살리되, 시장 대표지수와 차별화된 성과를 제공하는 게 목표이다. 윤 상무는 “선진국의 스마트베타ETF 시장은 고속 성장 중인데 한국은 아직 초기 단계”라며 아쉬워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국내 ETF 투자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단기투자에 머문다는 점이다. ETF는 장중에 실시간으로 가격을 알 수 있는 데다 거래 비용이 거의 없어 단기투자를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있다. 윤 상무는 “ETF는 장기투자를 해야 장점이 극대화되는 상품이다”며 “국내 투자자들이 장기투자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연금으로 ETF 투자땐 절세효과도 누려▼

지난달 28일 현재 국내에 상장된 ETF는 모두 391개. 투자자들로서는 어떤 상품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들을 위한 윤주영 상무의 조언은 크게 세 가지다.


○ 고수익엔 함정 있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윤 상무는 “ETF에 장기 투자하는 게 밋밋하기 때문인지 국내 투자자들은 고수익 추구형 ETF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고수익엔 항상 고위험이 따른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강조했다. 일반 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레버리지ETF와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 역방향 수익률을 추구하는 인버스ETF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상품의 총비용은 2% 안팎으로 알려졌다. 고수익을 추구하려면 그만한 비용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 EMP펀드 활용하라

윤 상무는 “한국 경제가 저성장기에 접어들며 높은 수익을 얻기가 힘들어졌다”며 “해외의 성장 시장이나 성장 분야에 특화된 ETF 쪽에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성장률이 높은 이머징 국가에 분산 투자하는 ETF나 4차 산업혁명, 헬스케어 등 성장하는 섹터 주식을 광범위하게 편입한 ETF 등에 투자하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최근 각광받는 EMP(ETF Managed Portfolio)펀드를 활용해 이런 분야에 투자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EMP펀드란 여러 ETF를 포트폴리오로 구성한 펀드로, 자산 배분을 극대화한 게 특징이다. 글로벌 자산 배분, 4차 산업혁명, 스타일 배분 등 다양한 테마형 EMP가 출시돼 있다.


○ 절세도 수익이다

세금도 큰 비용이다. 퇴직연금이나 연금저축펀드 계좌를 이용해 ETF 투자를 하면 절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두 계좌를 활용하면 국내형 ETF는 배당소득에 대해 과세 이연 후 연금 수령 시점에 3.3∼5.5%의 낮은 세율을 적용한다. 해외형 ETF에 투자하는 경우엔 매매차익과 배당소득에 대해 역시 과세 이연 후 3.3∼5.5%의 낮은 세율로 과세한다. 일반 계좌를 이용해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뜻이다.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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