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재벌 진입-사금고화 차단’ 조건 극적 내부합의

장원재 기자 , 최고야 기자

입력 2018-08-25 03:00 수정 2018-11-2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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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은산분리 빗장풀기 시동
인터넷은행 지분한도 놓고 이견… 민주당 “34%”에 한국당 “50%”
ICT 사업비중 절반넘는 기업, 규제완화 대상 포함여부도 맞서


2015년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하던 금융위원회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참여해 금융혁신을 하려면 필요하다”며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제한)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하지만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였던 김기식 의원 등이 “은산분리 원칙은 민주당의 대선공약이자 당론”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무산됐다.

결국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4%(의결권 없는 주식을 포함하면 10%) 이상 가질 수 없다는 현행법 아래 출범했다. 시간이 지나며 영향이 나타났다. 케이뱅크는 대주주인 KT가 출자 지분 제한에 걸리며 증자에 실패해 대출 일시중단 사태까지 빚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집권 2기 혁신성장에 시동을 걸며 대표 정책으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들고 나온 것은 중국 등 주변국과의 경쟁에서 갈수록 뒤처지고 있는 핀테크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말 중국 방문 때 광범위하게 보급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참여연대 등 진보진영 시민단체는 “문 대통령의 공약 파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여당에서도 시민단체 출신인 이학영 제윤경 의원이 ‘인터넷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청와대와 당 지도부가 설득에 나섰다. 홍영표 원내대표와 한병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반대 의원을 일일이 접촉하며 협조를 구했다.

결국 민주당은 24일 법안소위 개최를 4시간가량 앞두고 극적으로 내부 합의를 이뤘다. 재벌 기업의 인터넷은행 진출을 금지하고 인터넷은행이 대주주의 사금고가 되는 것을 방지하는 조건으로 반대 의원들을 설득한 것이다.

민주당은 예전부터 과감한 규제 완화를 주장해온 한국당과 이날 오후 2시부터 5시간 넘게 세부 쟁점을 조율했지만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규제 완화라는 큰 방향이 정해진 만큼 법안 통과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법안심사1소위 위원장인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대주주 거래 규제 부분에는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은산분리 완화 대상과 한도에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이 주장한 ICT 기업 대상 규제완화에 대해선 “법체계상 문제가 있고 특혜 논란이 될 수 있어 ICT 기반 기업집단 개념을 법에 적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양당은 간사 협의를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협의를 재개하기로 했다.

장원재 peacechaos@donga.com·최고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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