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의 그림-영화속 명장면, 함께 즐기다

김민 기자

입력 2018-08-24 03:00 수정 2018-08-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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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 ‘장승업×취화선’ 전

오원 장승업의 불수앵무(佛手鸚鵡).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조선 회화 전시인데 입구에 서면 어두운 터널만 보인다. 이 터널을 따라 걸어가면 영화 ‘취화선’(2002년)에 출연했던 배우 최민식과 안성기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모퉁이를 돌면 인조 잔디와 갈대, 거울로 가득한 전시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오원 장승업(1843∼1897)의 ‘군마도’ 속 풀숲을 직접 걸어 다니는 느낌이 들도록 배치한 공간이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조선 최후의 거장―장승업×취화선’전이 최근 화제다. 장승업의 작품 29점과 소림 조석진(17점), 심전 안중식(10점) 등 총 56점을 감상할 수 있다.

간송문화재단과 서울디자인재단이 공동 주최한 전시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 명장면을 함께 전시하는 등 대중이 친근하게 다가가도록 힘쓴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장승업전 직전에 열린 ‘바람을 그리다’전은 혜원 신윤복과 겸재 정선의 작품을 인스타그램에서 볼 법한 해시태그 같은 친근한 표현과 함께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그만한 발랄함은 없지만, 그림 옆에 적힌 글귀를 쉽게 읽도록 한글 설명을 첨부하고 감각적인 큐레이팅을 더했다. 현재까지 두 전시 통틀어 관객 약 5만 명이 찾았다.

오원 장승업의 춘남극노인(春南極老人). 남극노인은 인간의 수명을 관장한다고 해, 고종의 장수를 기원하며 진상한 그림이다.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장승업의 대표작인 ‘삼인문년’과 쌍폭의 ‘남극노인도’가 전시된 공간에는 조향사가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향이 풍겨온다. ‘남극노인도’는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남극노인(남극성)에게 천진난만하게 복숭아를 바치는 동방삭을, ‘삼인문년’은 서로 나이가 많다고 자랑하는 세 신선을 그렸다. 이에 맞춰 흙냄새를 머금은 나무와 복숭아 향이 배합된 향기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청전 이상범, 심산 노수현으로 이어지는 현대 동양화의 출발점인 장승업의 다양한 작품을 고루 감상할 수 있는 기회. 세밀한 부분까지 확대해서 보여주는 디지털 병풍은 원작은 보존하면서, 대중적으로 작품에 접근하기 쉽게 고민한 결과물이다. 고미술을 일상적 언어로 풀어내는 탁현규 간송미술관 연구원의 설명도 인기라고 한다. 1만 원. 11월 30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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