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 스님 퇴진 “산중으로 돌아가겠다”…은처자 논란은 부인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18-08-21 16:50 수정 2018-08-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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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에서 21일 사퇴한 설정 스님이 조계사를 떠나기 전 모습. 박영대기자 sannae@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에서 21일 사퇴한 설정 스님이 조계사를 떠나기 전 모습. 박영대기자 sannae@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21일 사퇴했다.

설정 스님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잘못된 한국 불교를 변화시키기 위해 종단에 나왔지만 뜻을 못 이루고 산중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조계종의 국회 격인 중앙종회는 지난 16일 총무원장에 대한 초유의 불신임안을 가결시켰다. 설정 스님의 사퇴는 불신임안에 대한 22일 원로회의의 인준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이뤄졌다.

설정 스님은 “조계종을 10% 내지 7, 8%의 특권층을 위한 종단으로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며 “총무원장으로 1994년 개혁을 통해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루고 싶었으나 소수 정치 권승(權僧)들이 종단을 철저하게 붕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설정 스님은 기자회견 뒤 조계사 대웅전에 들러 참배하고 신도, 종무원들과 인사한 뒤 오후 1시 45분경 차를 타고 재적 본사인 수덕사로 떠났다. 이날 회견에서 즉각 퇴진한다는 표현은 없었지만 “산중으로 돌아가겠다”는 말과 함께 조계사를 떠나 총무원장직을 내려놓은 셈이다.

설정 스님은 은처자(隱妻子·숨겨 놓은 처와 자식) 논란은 다시 부인했다. 스님은 “그런 일이 있다면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며 “물론 나를 염려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진실로 나를 보호해야 할,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이들은 그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불교계에 따르면 설정 스님은 중앙종회의 불신임안 가결 후 원로들에 대한 설득에 나섰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았고 주변의 압박을 받은 설정 스님의 측근들마저 사퇴를 종용했다.

이로써 조계종은 총무원장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되며 종헌종법에 따라 60일 이내에 총무원장 선거를 치러야 한다. 총무원장은 총무부장인 진우 스님이 대행한다.

설정 스님의 거취가 결정됨에 따라, 자승 전 총무원장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앙종회·교구본사협의회와 승려대회 개최를 준비해온 전국선원수좌회를 비롯한 개혁 그룹의 대결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승려대회 봉행준비위원회는 태풍의 영향으로 23일 예정됐던 전국승려대회를 26일 오후 2시 조계사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중앙종회·교구본사협의회 주도의 교권수호 결의대회도 같은 날 오전 11시로 옮겨 열린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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