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속도를 지켜야 하는 이유

노트펫

입력 2018-08-07 15:09 수정 2018-08-0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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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얼마 전 가족들과 함께 세인트루이스(St. Louis)를 다녀왔다. 세인트루이스는 야구팬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도시다. 지금은 토론토로 둥지를 옮긴 한국 최고의 세이브 투수 오승환 선수가 몇 년 동안 활약했던 카디널즈(Cardinals)의 연고 도시이기 때문이다.

세인트루이스는 지금은 약간 쇠락한 모습을 보이지만 한때 서부개척의 출발지점으로 상당한 번영을 과거에 누렸다. 그런 탓인지 세인트루이스에는 과학관, 동물원, 박물관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즐비하다. 그 중에서 과학관과 동물원은 무료로 운영되어서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다.

새벽부터 시작된 세인트루이스 당일 여행을 마치고, 오후 4시쯤 차를 타고 집으로 출발했다. 그동안 즐겨 사용하던 I-70 고속도로를 탔는데, 꽉 막힌 도로를 보고 난감해졌다. 급한 마음에 구글맵(Google Map)을 켜고 상황을 점검했다. 교통사고가 발생해서 2시간이면 갈 거리가 4시간으로 표시되었다. 구글은 잠시 후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한적한 시골길을 안내했다.

시골길은 고속도로만큼 제한속도(speed limit)가 높지 않다. 미국 중부의 고속도로 대부분은 시속 70마일(112.65km)이 제한속도다. 하지만 시골길 대부분은 시속 55마일(88.5km)인데, 그것도 사람이 사는 마을이 나오면 35마일(56.3km), 25마일(40.2km)로 뚝뚝 떨어진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답답함을 느끼는 속도다. 하지만 그 속도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미국 경찰들은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를 정도로 신출귀몰하기 때문이다.

느긋하게 마음을 먹고 경치 구경을 하면서 운전을 하였다. 그러다가 제한속도가 35마일로 떨어지는 구간이 나와서 30여 초 정도 브레이크를 살살 밟으면서 운전을 했다. 그러다가 좀 지루해질 무렵 도로 왼쪽 수풀에서 갑자기 새끼 사슴이 튀어나왔다.

만약 제한속도를 어기고 속도를 내었다면 그 새끼 사슴은 로드 킬 되었을 것이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3~4초 정도 후 또 다른 새끼 사슴이 왼쪽 수풀에서 오른쪽으로 건너왔다. 이번에도 과속을 하지 않고 천천히 가고 있었기 때문에 사고는 없었다.

오후 5시 정도에 겪은 그 사건들은 필자에게 작은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었다. 제한속도를 철저히 지켜서 두 마리 새끼 사슴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었고, 차량도 손상되지 없었고, 탑승자 전원 아무도 다지치 않고 무사히 돌아왔기 때문이다.

필자의 이웃들 중에는 큰 사슴을 쳐서 차를 폐차시킨 경우도 있다. 그 분은 운전자는 물론 조수석에 앉은 사람도 허리와 목을 삐끗해서 한동안 고생하였다. 가여운 사슴은 로드 킬이 되고 말았다. 또 다른 이웃은 코요테를 치어서 차량이 손상되어서 큰 수리한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법이 정한 제한속도를 지키면 차는 손상되지 않아서 좋다. 또한 운전자를 포함한 탑승자들도 다치지 않는다. 가장 좋은 것은 야생동물들의 소중한 목숨을 지켜줄 수 있어서 좋다. 그야 말로 ‘좋은 거래’(good deal)라고 할 수 있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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