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기원 둘러싼 팽팽한 설전… 뇌가 섹시해지는 기분
박선희 기자
입력 2018-08-07 03:00 수정 2018-08-07 03:00
리뷰 /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
공연 시작부터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은 올해 3년째를 맞는 작품이다. 독특한 콘셉트 덕에 자연스레 입소문이 나며 대학로 인기작으로 자리매김했다. 가벼운 분위기로 포문을 열지만 토론 주제는 의외로 심오하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폴 고갱(1848∼1903)의 작품 제목에서 따온 ‘인류의 기원’이란 주제를 놓고, 패널 여섯 명이 ‘창조론 대 진화론’ 진영으로 나뉘어 팽팽한 설전을 벌인다.
각 분야 전문가로 분한 배우들의 속사포 대사를 통해 진화생물학과 종교철학, 천문학, 인지과학 등의 최신 연구 성과가 쏟아진다. 하지만 무겁거나 지루하지 않다. 다양한 영상자료와 함께 쉽게 풀어낸 지식들이 배우들의 열연과 맞물려 자연스레 흡수된다. ‘할렐루야, 아멘’을 외치며 진화론을 공격하는 개신교 분자생물학자와 ‘종교야말로 과학의 발전을 가로막는 사회악’이라고 보는 냉소적인 진화생물학자의 대치 등 인물 간 갈등이 고조될수록 폭소는 오히려 크게 터진다.
특히 마지막 반전은 토론의 흐름을 따라가느라 과연 어느 쪽 의견이 더 타당한가에 매몰돼 있던 관객들의 허를 찌른다. 인류의 기원에 대한 논쟁이 인류의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무엇을 진리라고 믿든, 인간은 늘 보고 싶은 것만 보다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은 방송 토론 형식을 차용해 인류의 기원이라는 주제를 심도 있게 파고든다.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제공
소극장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신선하다. 전형적인 무대가 아닌 방송국 스튜디오를 떠올리게 만든다. 표를 받고 자리를 안내해주는 이들까지 극단 스태프인지, 배우인지, 방송 준비를 앞둔 AD인지 아리송하다. 테이크아웃 컵을 하나씩 들고 등장하는 배우들은 영락없이 생방송을 앞둔 패널 같다. 관객들을 훑어보며 잘 부탁한다고 인사를 건네고, 잡담을 나누기도 한다. 졸지에 방송 토론에 참여한 방청객으로 무대의 일부가 돼버린 관객의 기대감은 한층 높아진다. 공연 시작부터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은 올해 3년째를 맞는 작품이다. 독특한 콘셉트 덕에 자연스레 입소문이 나며 대학로 인기작으로 자리매김했다. 가벼운 분위기로 포문을 열지만 토론 주제는 의외로 심오하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폴 고갱(1848∼1903)의 작품 제목에서 따온 ‘인류의 기원’이란 주제를 놓고, 패널 여섯 명이 ‘창조론 대 진화론’ 진영으로 나뉘어 팽팽한 설전을 벌인다.
각 분야 전문가로 분한 배우들의 속사포 대사를 통해 진화생물학과 종교철학, 천문학, 인지과학 등의 최신 연구 성과가 쏟아진다. 하지만 무겁거나 지루하지 않다. 다양한 영상자료와 함께 쉽게 풀어낸 지식들이 배우들의 열연과 맞물려 자연스레 흡수된다. ‘할렐루야, 아멘’을 외치며 진화론을 공격하는 개신교 분자생물학자와 ‘종교야말로 과학의 발전을 가로막는 사회악’이라고 보는 냉소적인 진화생물학자의 대치 등 인물 간 갈등이 고조될수록 폭소는 오히려 크게 터진다.
특히 마지막 반전은 토론의 흐름을 따라가느라 과연 어느 쪽 의견이 더 타당한가에 매몰돼 있던 관객들의 허를 찌른다. 인류의 기원에 대한 논쟁이 인류의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무엇을 진리라고 믿든, 인간은 늘 보고 싶은 것만 보다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닐까.
100분간 펼쳐지는 지적 유희에 뇌가 ‘섹시’해질 뿐 아니라 마지막 반전으로 가슴까지 묵직해진다. 유쾌하면서도 세련된 지적 탐사에 목마른 이들을 물론이고 청소년들이 보기에도 안성맞춤이다. 19일까지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전석 4만 원. ★★★☆(★ 다섯 개 만점)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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