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간 의심선박 정보공유 안돼… 해경 “통보받은 적 없어”

장관석 기자 , 최고야 기자 , 이정은 기자

입력 2018-08-07 03:00 수정 2018-08-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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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석탄 유입 논란]정부 ‘수상한 석탄’ 석연찮은 대응


북한산 석탄 국내 반입에 대한 정부의 석연치 않은 대응에 대한 의혹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로 금수품이 된 북한산 석탄을 국내로 들여온 선박들이 추가로 확인된 것은 물론이고 이들 선박이 지금은 거의 사라진 ‘톤(t)백’을 이용해 석탄을 싣고 오는 등 애초부터 북한 관련 징후가 있었는데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출항했기 때문. 수입 석탄의 하역 과정과 관세청의 대응, 기관 간 정보 공유 실태를 살펴보면 대북제재 국면에 대한 정부의 대응 의지가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톤백으로 날랐다면 북한 말고는 없어”

지난해 10월 북한산 석탄을 국내에 반입한 것으로 지목된 스카이에인절호는 당시 석탄을 톤백 3673개에 나눠 담아 들여온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 선박의 입출항 정보를 입력한 P해운사 관계자는 “톤백은 옛날 부두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트럭으로 실어 나를 때 많이 쓰던 방식이다. 톤백으로 들어오는 석탄은 거의 없어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내 해운업체 실무 관계자는 “요즘은 부두에 컨베이어벨트 같은 장비들이 다 잘 설치돼 있어 벨트로 이동시켜 배에 옮겨 싣거나 기계로 바로 싣는 방식으로 석탄을 선적한다. 요즘 그런 식(백)으로 (석탄을) 떠 주는 데가 북한 말고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화물 운송업계 관계자들 역시 톤백을 이용한 석탄 운송은 극히 이례적인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한 해운 중개업체 관계자는 “석탄의 대체재로 쓰이는 ‘우드펠릿’ 등 다른 제품과 섞이면 안 되는 재질 특성 때문에 별도의 톤백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요즘은 러시아 등에서도 톤백 방식을 거의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카이에인절호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이 선박이 ‘위험선박’이라는 정보를 통보받은 관세청의 조사를 받고도 당일 곧바로 출항했다. 스카이에인절호는 이후 북한 연계 선박으로 의심된다는 정보가 입수되면서 올해 3월에야 ‘우범 선박’으로 등록됐다.


○ 북한산 반입 의심선박 정보공유도 안 돼

북한산 석탄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자 외교부와 관세청은 6일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북한산 석탄 반입과 관련해 모두 9건의 사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카이에인절호를 포함해 지금까지 알려진 5건 외에도 북한산 석탄 반입 의심 사례가 4건 더 있었다는 것. 이 중엔 스카이에인절호와 리치글로리호가 북한산 석탄을 국내에 반입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해 10월 이전 사례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청 관계자는 “현재 조사는 거의 마무리된 단계로 (북한산 석탄) 사용처는 어느 정도 규명됐다”며 “관계자들도 모두 출국금지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북한산 석탄이라는 점을 알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북한산 석탄 수입 가격이 러시아산보다 40% 저렴하다고 나오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조사 중인 석탄은) 오히려 러시아에서 오는 다른 유사 물품보다 더 높게 신고가 됐다”고 말했다. 북한산 석탄 가격이 러시아산보다 훨씬 싼 것을 알고도 정부가 묵인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 거래 의심 선박을 단속할 해양경찰청과 관세청, 국정원 간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정부가 이들 선박에 대한 단속에 소극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대북제재 위반 의심 선박의 억류 등을 위해선 해경과 해양수산부, 관세청 등이 업무를 분담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해경은 최근까지 문제된 선박에 대한 정보를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관계자는 “국정원 등에서 1년에 2차례 북한 의심 선박 관련 정보를 주면 이를 참고해 업무를 수행하지만 북한산 석탄 반입 의심 선박에 대한 정보는 아직 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관석 jks@donga.com·최고야·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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