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패브릭 슈트가 남자를 완성한다”

동아일보

입력 2018-07-27 03:00 수정 2018-07-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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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티아조의 패션 키워드

‘영국 남자’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사람은 영화 ‘킹스맨’의 콜린 퍼스이다. 그의 날선 슈츠를 맞춤 제작하던 양복점 ‘헌츠맨’은 1731∼1735년 사이에 형성된 300년 역사의 남성 맞춤 정장거리 ‘새빌 로(Savile Row)’에 있다. 영화 덕에 새빌 로는 패션피플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런던에 가면 꼭 들르는 명소가 되었다.


○ 신사의 품격, 스카발

스카발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원단 번치북. 스카발이 제작한 고급 원단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스카발 제공
젠틀맨을 대표하는 영국 남자 패션, 그 역사의 시작이 바로 새빌 로 거리다. 세계적인 패브릭 브랜드 ‘스카발(SCABAL)’의 플래그십 스토어도 새빌 로 헌츠맨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다.

언뜻 보기에 남성복은 화려한 여성복에 비해 소재가 단순해 보이지만, 클래식한 남성 맞춤 슈트에서 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넘는다. 1938년부터 최고급 테일러링 패브릭을 제작해 전 세계 65개국 재단사와 의상 제조사에 공급하고 있는 스카발 역시 완벽한 테일러링을 위해 전속 디자이너와 직조 장인팀이 매 시즌 패브릭 컬렉션을 개발한다. 현재 이 컬렉션은 5000여 가지로 온라인 카탈로그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며 주문 후 24시간 안에 준비되어 전 세계로 발송된다.

맞춤 양복집들에 가서 상담하면 제일 먼저 보여주는 소재 책을 번치북이라고 부르는데 최초로 번치북을 만든 것도 스카발이다. 스카발은 호주에서 직접 양 목장을 운영해 양에서부터 매장까지, 농장에서 재단까지, 낙타에서 코트까지 최고의 소재를 직접 공급한다.


○ 한국에서도 스카발

스카발은 소재만 자체 제작하는 게 아니라 유럽 전역의 고객들을 위한 슈트 MTM(주문 맞춤·Made-to-Measure)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동안 한국에는 슈트 원단만 공급하다가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스카발 코리아’ 매장을 열었다.

스카발 전속 스타일 전문가가 패브릭 선택부터 스타일컷 선택, 개인의 세세한 취향까지 조언해 주며, 주문 후에는 영국 스카발의 사내 재단사를 통해 라펠부터 바지주름, 단추와 안감에 이름을 새기고 칼라 안쪽까지 자수를 놓는 것 등 고객이 원하는 구성의 모든 측면을 적용해 3주 안에 옷을 완성해 전달한다. 영국 런던까지 가지 않아도 새빌 로의 영국 슈트를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쇼룸 방문을 하지 않아도 집, 사무실, 호텔 어디서든 출장 맞춤이 가능하다. 퍼스널 브랜딩이 가장 중요한 시대에 개인의 취향을 담아 어드바이스 하는 MTM 서비스는 정치인과 경제인, 스타는 물론이고 전문직 낭성들에게도 꼭 필요한 서비스다.


○ 김정은과 말런 브랜도도 사랑하는 스카발

스카발을 사랑하는 마니아로는 대표적인 영국 남자인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있다. 영화 ‘대부’의 말런 브랜도, 영화 ‘카지노’의 로버트 드니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도 스카발 고객이다. 한국에선 드라마 ‘미스티’의 지진희와 안정환 등 많은 스타들이 스카발을 애용한다.

그러나 가장 이슈가 된 사람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스트라이프 패턴 인민복을 입은 김정은이다. 그가 입은 인민복의 가격까지 거론되며 레드카펫에 오른 스타처럼 떠들썩했다. 사실 여부가 궁금해 스카발 관계자에게 확인해보니, 아버지 김정일부터 스카발 소재를 구입해 왔다고 했다. 하지만 재단은 북한에서 한 거라 실제로 스카발 소재를 사용해서 만든 것인지는 확인이 어렵다고 한다. 관계자는 김정일의 영향도 있지만 스위스에서 유학한 김정은에게 스카발 소재 구입은 익숙했을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체격이 큰 김정은은 가볍고 윤기가 나는 160수 이상의 스카발 원단을 사용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요즘은 폭염으로 가벼운 옷차림이 절실하지만, 곧 다가올 남성의 계절 가을을 상상해보면 내 몸에 꼭 맞는 맞춤 슈트 한 벌이 절실하다. 올가을엔 스트라이프 또는 체크 슈트 소재를 선택해 나를 돋보이게 하는 핏과 디테일까지 완성한다면 클래식한 영국 남자로 완벽한 변신이 가능하지 않을까.

카티아조 패션디자이너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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