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機 정비 법적문제 없다지만…

변종국 기자

입력 2018-07-25 03:00 수정 2018-07-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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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지연 일주일새 8건…승객들 불안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항공기 8편이 잇따라 연착되자 여름 휴가철을 맞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품 유용, 정비 인력 부족 등 안전 관련 의혹들도 잇달아 제기하고 있다. 진실은 뭘까. 항공 정비사와 전문가들은 안전 규정상 문제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다만 빡빡한 인력 운용으로 잠재 리스크까지 대처하기에는 힘이 부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먼저 부품 유용. A항공기에서 부품을 떼어내 B항공기에 사용하는 정비방법으로 현행법상 문제없다. 국토교통부 당국자는 “부품 돌려막기는 항공안전법상 허용되는 행위다.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고, 규정대로 지키면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정비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일단 과도하다. 현재 아시아나는 총 83대의 항공기를 운영하고 있고, 정비인력은 총 1496명이다. 항공기 1대당 약 18명의 정비사가 일하고 있다. 국토부 기준은 항공기 1대당 12명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국토부 기준을 훨씬 초과하는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감안하면 셈법이 달라진다. 현재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항공기 1대당 각각 8.7명과 3.5명의 정비사를 보유하고 있다. 국토부 기준에 못 미친다. 하지만 국토부는 문제 삼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 정비사 약 130명이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정비까지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측에서 보자면 투잡을 뛰고 있는 130명을 제외하면 항공기 1대당 정비사는 약 16명으로 줄어든다. 게다가 아시아나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은 조만간 항공기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어서 정비사 비율은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이 비율도 국토부 기준을 충족한다. 다만 15년 경력의 아시아나항공 C 정비사는 “정비 매뉴얼대로만 하면 지금 인력으로도 할 수 있지만 문제는 정비의 질이다”라고 했다. 그는 “인력이 더 있으면 야간에 예방정비라고 해서 매뉴얼에 없는 정비까지 꼼꼼하게 할 수 있지만 지금은 도저히 여력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숙련된 정비사들이 이탈하는 문제도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다. 정년퇴임을 앞둔 아시아나항공 D 정비사는 “진급이 안 되거나 다양한 기종을 정비해야 하는 과도한 업무 때문에 숙련 정비사들이 저비용항공사(LCC)나 항공정비업체로 많이 이직하고 있다”고 했다. 아시아나는 숙련 정비사들이 나가는 만큼 신규 정비사를 채용하고 있지만 숙련도는 베테랑에 미치지 못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도 “숙련된 정비사들을 영입하려는 LCC들의 스카우트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경남도립거창대 항공기계IT계열 최요한 교수는 “아시아나의 경우 극성수기 때 다른 항공사에 비해 항공기 운영 시간이 많기 때문에 더 꼼꼼히 정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한 번의 대형사고가 나기 전에 29번의 작은 사고가 있고, 그 이전에 300번의 사소한 징후가 나타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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