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원전 이후 새 에너지원 필요… 친환경 천연가스에 주목해야”

김재희 기자

입력 2018-07-20 03:00 수정 2018-07-20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제3회 동아 모닝포럼 ‘패러다임 전환기의 에너지 확보 전략’

1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채널A가 ‘패러다임 전환기의 에너지 확보 전략’을 주제로 ‘제3회 동아 모닝포럼’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김창원 동아일보 산업1부 차장, 발표자인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 류권홍 원광대 교수, 이종수 서울대 교수, 이호무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세계 에너지 패러다임이 저탄소, 친환경에너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원자력과 석탄은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구조를 개편하기로 함에 따라 한국 역시 에너지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았다. 신재생에너지는 친환경 에너지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일조량, 풍량 등 기후 환경에 민감한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신재생에너지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과정에서 친환경적이면서도 신속한 발전 가동이 가능한 천연가스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1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제3회 동아 모닝포럼’에서 ‘패러다임 전환기의 에너지 확보 전략’을 주제로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탈(脫)원전 정책 이후 한국의 새로운 에너지원 확보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포럼에는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 류권홍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종수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이호무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패널로 참석했다.


○ 천연가스 ‘큰손’ 된 중국

석탄 의존도를 줄이고 천연가스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곳은 중국이다. ‘대기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한 중국은 석탄을 천연가스로 대체하는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량을 무섭게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2016∼2020년 1차 에너지 소비에서 석탄 의존도를 58% 이하로 축소하고, 청정에너지 비중을 15% 이상으로 확대하는 ‘에너지 믹스’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석탄 대체에너지로 천연가스를 활용해 천연가스의 1차 에너지 분담률을 2015년 5.9%에서 2020년 1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LNG 수입 시장의 ‘큰손’이 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LNG 수입량은 3790만 t으로 세계 2위 LNG 수입국이던 한국을 추월했다. 전년 대비 수입량이 50% 증가했다. 중국의 올해 1∼5월 LNG 수입량은 총 3490만 t으로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인 일본(3450만 t)보다 많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의 LNG 수입량 증가 속도가 빨라 2019년이면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인 일본 역시 기존의 장기계약을 통해 천연가스를 공급받는 것에서, 탄력적이고 유연한 LNG 조달 전략으로 옮겨가고 있다. LNG 잉여 물량이 발생해도 이를 다른 국가에 판매하지 못하는 ‘목적지 제한 조항’을 폐지하는 계약조건 유연화 등을 통해 유동성이 높은 LNG 시장을 만들려는 움직임이다.

반면 한국은 급변하는 중국과 일본의 천연가스 정책에 비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여전히 한국은 원전과 석탄발전을 이용한 전기 생산이 70%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국내 총 전기 생산에서 천연가스 발전의 비중은 22%인 데 비해 석탄은 43%로 가장 높았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에너지 산업구조는 과거의 일관된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면서 사실상 한국가스공사가 좌지우지하는 한국 천연가스 시장이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은 LNG 직수입을 늘려가는 등 천연가스 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시장 구조를 과거와 같이 유지하면 경쟁력을 갖기 힘들 것”이라고 충고했다.


○ 천연가스 세제 개편 등 정부규제 개선 시급

전문가들은 가스 산업에서의 가스공사 독점 체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우리나라 가스 산업은 도입 부문에서 단일 공기업이 해외로부터 LNG를 독점적으로 도입해 가공, 저장, 운송하는 체제를 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가스공사가 도입, 도매 부문을 독점해 발전용, 산업용, 가정용 등으로 판매하고 있다. 도입 부문의 경우 기업이 자체 사업을 위한 자가소비용 LNG 직수입은 허용됐으나, 판매용 도입은 여전히 막혀 있어 도입물량 비중이나 경쟁 효과는 미미하다.

가스공사의 사내 변호사를 지낸 류 교수는 “우리나라 가스 산업은 사실상 가스공사가 정부에 보고하고 구매하는 정부 산업이다. 산업 자체가 없다 보니 외부 변화에 반응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며 “국내 기업이 가스공사의 독점을 깨고, 가스공사의 파이프라인 등 시설들에 공정하게 접근 권한을 갖도록 하는 것 등이 국내 가스 시장에 주어진 과제”라고 설명했다.

가스가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역차별 받는 세제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세금제도는 연료의 오염물질 배출 수준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과 안전성 측면에서 석탄보다 우수한 LNG에 상대적으로 높은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LNG 발전단가는 1kWh(킬로와트시)당 75원 수준으로, 35원인 석탄의 두 배를 웃돈다. 개별소비세의 격차도 크다. 현재 LNG에는 kg당 60원의 개별소비세와 관세 3%가 붙는다. 수입부과금도 kg당 24.2원 부과된다. 반면 유연탄의 개별소비세는 kg당 평균 36원이다. 관세와 수입부과금도 별도로 붙지 않는다.

이 교수는 “LNG는 유연탄에 비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감축에 유리하지만 세금은 오히려 많이 부담한다. 천연가스가 발전용 연료 중 가장 불리한 세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맞춰 ‘상반기 재정개혁 권고안’에서 유연탄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LNG 수준으로 인상하거나 유연탄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인상하되 전기요금 인상 등의 부담을 고려해 LNG에 대한 세금 인하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비중이 낮아지는 데다 유연탄 세금까지 오르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에너지 전환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선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에 따른 전기요금 현실화를 이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료비 연동제를 통해 석탄, 가스 등 연료의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면 전기요금도 이에 따라 인상 또는 인하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도매가격은 움직이는데 소매가격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가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연료에 대한 세금을 정확히 반영하는 연료가격 연동제로 전력 소매가격이 움직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쌀 때는 싸게 쓰고, 비쌀 때는 비싸게 써야 장기적인 관점에서 에너지의 믹스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본부장은 “현재 LNG의 발전단가가 석탄발전에 비해 높기 때문에 천연가스로 에너지 비중이 옮겨감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전기요금 인상 정도가 국민이 수용 가능한 범위에 있는지 따져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