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최저임금’ 불 질러놓고 임대료 등 잔불만 끄려고 해”

김성규 기자

입력 2018-07-18 03:00 수정 2018-07-18 10:03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소상공인들, 정부 ‘곁가지 대책’ 질타

인사하는 中企장관에 어색한 박수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가운데)이 17일 서울 동작구 소상공인연합회 회의실에서 소상공인들과 최저임금 인상 관련 간담회를 진행하기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왼쪽은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오른쪽은 하현수 전국상인연합회 회장이다. 이들은 홍 장관에게 “소상공인의 수호천사가 되겠다는 취임 당시 말을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최저임금 문제는 생존이 걸린,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입니다. 그 불을 꺼야 하는데, 평소 이 문제에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발등이 아니라 옆의 잔불을 꺼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당사자들에게 마음의 상처가 될 뿐입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이 17일 서울 동작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말한 ‘잔불’은 상가 임대차, 카드 수수료, 대기업 골목상권 진출 등 문제를 말한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소상공인연합회는 홍 장관과의 만남에서 최저임금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상가 임대차나 카드 수수료 인하 등이 거론되는 데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홍 장관은 하루 전 중소기업인들을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라며 대기업 갑질 근절과 임대차 문제 개선, 카드 수수료 인하 등 그간 내놨던 소상공인 관련 정책을 설명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곧바로 “최저임금 문제를 그 자체로 다뤄야지 왜 다른 문제와 엮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은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으로만 다뤘으면 한다”며 “자꾸 불공정 문제 등 다른 문제가 끼어드니 핵심을 벗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최 회장도 “전체 소상공인 업체 320만 개 중 프랜차이즈는 6.8%에 불과한데 프랜차이즈 갑질 근절은 최저임금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홍 장관은 “문제를 비켜가려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한 대책으로 이해해 달라”고 답했다.

앞서 16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소상공인 어려움의 근본 원인은 매출액 대비 비용 비중,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갑질 횡포와 불공정한 계약, 높은 상가 임대료라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현실과 괴리돼 있다. 정쟁을 이유로 걸핏하면 문을 닫는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이 이런 때에만 마치 소상공인에게 관심 있는 것처럼 구는 행태는 이번에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간담회에서는 소상공인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박헌영 전국상인연합회 수석부회장은 “부산 구포시장에서 정육점을 하는데 가게 매출이 30% 줄었다”며 “경제가 엉망이다. 중기부에서 별도의 팀을 만들어 전통시장 상황을 체크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근재 한국외식업중앙회장은 “경기 부양 없는 최저임금 인상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긴급 이사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연합회는 전통시장상인, 농수축산인 등과 연대해 서울 광화문 등에서 천막 농성을 하고 국회 앞, 청와대 등 상징적인 장소에서 집회와 농성을 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시기는 24일 총회 이후 결정하기로 했다.

이들은 또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처벌을 감수하고서라도 불복종하는 방안으로 소상공인 노사 자율협약 표준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배포할 계획이다. 일부 회의 참석자는 “홍 장관에게 호소했는데 안 되면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가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관련기사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