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들 “과도한 상속세, 가업승계 부담”
송진흡기자
입력 2018-07-17 03:00 수정 2018-07-17 03:00
한국 상속세율, 사실상 세계 최고… 세금 부담에 사업 접는 기업인도
“세율 낮춰 가업승계 활성화… 법인세 더 걷는게 국가적 이익”
대구에서 안경 공장을 하는 A 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싶지만 세금을 내면서까지 가업을 이어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서다. 노동집약적인 안경 산업은 최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건비가 올라 채산성이 뚝 떨어진 상태이다. 중국 등 후발국 업체 때문에 향후 전망도 좋지 않다. A 씨는 “평생 일군 사업이어서 사업 전망이 나빠도 어떻게든 명맥을 이어가고 싶지만 ‘세금 폭탄’까지 맞고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긴 숨을 내쉬었다.
과도한 상속, 증여세 부담으로 가업 승계를 포기하려는 중소, 중견 기업이 늘고 있다. 경기 침체로 기업 경영 여건이 악화된 데다 외국에 비해 과도한 상속세나 증여세까지 내면 기업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중소, 중견 기업에서 가업 승계를 통한 경영 노하우 전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내 전체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 “상속, 증여세 앞에서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국내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가업 승계 시 가장 큰 애로사항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 기업의 67.8%가 ‘상속, 증여세 등 조세 부담’을 꼽았다.
중견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국내 중견기업 125곳을 대상으로 한 ‘2017 중견기업 가업 승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절반에 가까운 47.2%가 가업 승계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과도한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을 지적했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가업상속공제제도’를 꼽은 곳도 31.2%나 됐다.
과도한 세금 부담으로 사업을 접은 기업인도 많다. 국내 최대 콘돔 제조사였던 유니더스를 경영하던 김성훈 대표가 대표적인 사례. 김 대표는 창업주 고 김덕성 회장이 2015년 세상을 떠나며 물려받은 100억 원 상당 회사 주식에 50억 원이 넘는 상속세를 부과받았다. 김 대표는 세금 분할 납부를 신청하는 등 회사 경영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국 지난해 11월 회사 보유 주식 중 지분 34.88%에 해당하는 300만 주를 바이오제네틱스투자조합에 매각했다.
○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율
현재 국내에 적용되는 최고 상속세율은 50%. 선진국이 주류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6.6%)과 비교하면 2배에 육박한다. 일본(55%)보다는 낮지만 기업의 경우 주식 평가 시 최대주주는 30%를 할증해 최고 세율이 65% 적용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이다.
OECD 회원국(총 35개국) 가운데 상속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한국, 일본, 프랑스, 영국, 미국 등 모두 22개국. 반면 이스라엘, 뉴질랜드,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 11개국은 상속세가 없다. 호주와 캐나다도 상속세를 폐지하는 대신 자본 이득세만 매긴다. 상속세를 부과해 걷을 수 있는 세수(稅收)가 많지 않은 게 가장 큰 이유다. 또 가족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상속세 대신 법인세를 걷는 게 합리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충열 중견기업연합회 명문장수기업센터 팀장은 “전체 세수 가운데 상속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 안팎”이라며 “차라리 상속세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가업 승계를 활성화해 법인세를 더 걷는 게 국가적으로 이익”이라고 지적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세율 낮춰 가업승계 활성화… 법인세 더 걷는게 국가적 이익”
과도한 상속, 증여세 부담으로 가업 승계를 포기하려는 중소, 중견 기업이 늘고 있다. 경기 침체로 기업 경영 여건이 악화된 데다 외국에 비해 과도한 상속세나 증여세까지 내면 기업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중소, 중견 기업에서 가업 승계를 통한 경영 노하우 전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내 전체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 “상속, 증여세 앞에서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국내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가업 승계 시 가장 큰 애로사항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 기업의 67.8%가 ‘상속, 증여세 등 조세 부담’을 꼽았다.
중견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국내 중견기업 125곳을 대상으로 한 ‘2017 중견기업 가업 승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절반에 가까운 47.2%가 가업 승계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과도한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을 지적했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가업상속공제제도’를 꼽은 곳도 31.2%나 됐다.
과도한 세금 부담으로 사업을 접은 기업인도 많다. 국내 최대 콘돔 제조사였던 유니더스를 경영하던 김성훈 대표가 대표적인 사례. 김 대표는 창업주 고 김덕성 회장이 2015년 세상을 떠나며 물려받은 100억 원 상당 회사 주식에 50억 원이 넘는 상속세를 부과받았다. 김 대표는 세금 분할 납부를 신청하는 등 회사 경영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국 지난해 11월 회사 보유 주식 중 지분 34.88%에 해당하는 300만 주를 바이오제네틱스투자조합에 매각했다.
○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율
현재 국내에 적용되는 최고 상속세율은 50%. 선진국이 주류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6.6%)과 비교하면 2배에 육박한다. 일본(55%)보다는 낮지만 기업의 경우 주식 평가 시 최대주주는 30%를 할증해 최고 세율이 65% 적용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이다.
OECD 회원국(총 35개국) 가운데 상속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한국, 일본, 프랑스, 영국, 미국 등 모두 22개국. 반면 이스라엘, 뉴질랜드,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 11개국은 상속세가 없다. 호주와 캐나다도 상속세를 폐지하는 대신 자본 이득세만 매긴다. 상속세를 부과해 걷을 수 있는 세수(稅收)가 많지 않은 게 가장 큰 이유다. 또 가족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상속세 대신 법인세를 걷는 게 합리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충열 중견기업연합회 명문장수기업센터 팀장은 “전체 세수 가운데 상속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 안팎”이라며 “차라리 상속세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가업 승계를 활성화해 법인세를 더 걷는 게 국가적으로 이익”이라고 지적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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