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 무마 위해 세제혜택 확대 추진… 나랏돈으로 때우기 반복

이새샘 기자 , 송충현 기자 , 장원재 기자

입력 2018-07-16 03:00 수정 2018-07-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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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0.9% 인상 후폭풍]정부, 최저임금 인상 보완책 추진

그래픽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최저임금이 2년 연속 두 자릿수로 인상되면서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르면 18일경 관련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영세 사업주의 임금 인상분을 대신 지급하는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을 내년에도 연장 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상공인, 영세 중소기업에 대한 카드 수수료 인하, 임대료 인상률 억제 등 각종 간접 지원책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해 유류세 환급을 확대하는 등 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무리하게 최저임금을 올린 뒤 세금으로 부작용을 막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 재정 지원 최대 6조 원 규모에 이를 듯

정부 고위 관계자는 15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우려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자리 감소 등 경제적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예산을 동원한 직접 지원에만 최대 6조 원 규모의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우선 고려되는 방안은 올해 약 3조 원이 투입된 일자리안정자금을 내년에도 연장 운영하는 것이다. 일자리안정자금은 30인 미만 사업장의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는 정책으로 각 사업주가 신청할 경우 집행한다. 현재는 월 보수 190만 원 미만인 근로자를 한 달 이상 고용한 30인 미만 고용 사업주에게 근로자 한 명당 월 13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일자리안정자금을 3조 원 넘게 편성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부는 수차례 이 자금이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것이라고 언급해 왔는데 올해보다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면 세금으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막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근로장려세제(EITC) 지원 규모를 올해의 2배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ITC는 저소득 근로자나 사업주 등 저소득 가구의 세금을 환급해주는 제도다. 단독가구는 연간소득이 1300만 원 미만, 홑벌이와 맞벌이는 각각 2100만 원, 2500만 원 미만일 때 각각 최대 85만 원(단독), 210만 원(홑벌이), 250만 원(맞벌이)을 지원해 준다.

당정 관계자는 “현재는 116만 가구에 1조2000억 원을 주고 있다. 이를 최대 3조 원 이내에서 지급 금액과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급 대상은 200만∼25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카드 수수료 인하 등 정책 총동원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당정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타격을 입게 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세금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농축수산물이나 중고차 매입액의 일정 비율을 세액에서 공제해 주는 의제매입세액공제를 확대하거나 일몰을 연장하는 방안, 평균 임금인상률보다 임금인상률이 높은 기업의 세금을 줄여주는 근로소득증대세제 확대 방안 등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근 국제유가 상승을 감안해 유류세 환급 확대 등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는 또 자영업자들을 위해 신용카드 수수료를 인하하고 상가 임대료 인상 상한선을 낮추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12일 상가 임대료 인상 상한제 도입,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 간 가맹수수료 인하 등 영세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지원 대책을 최저임금위원회에 제출한 바 있다.

저소득층에 한해 기초연금을 내년부터 월 30만 원으로 올리는 방안도 추진된다.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당초 올해 9월 2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2021년 4월부터 30만 원으로 인상될 예정이었다.


○ “최저임금 인상 충격, 또 ‘퍼주기’로 막나” 지적도

정부는 지난해에도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16.4% 올린 직후 일자리안정자금 지급 등 약 4조 원 규모의 정책 지원 패키지를 발표한 바 있다. 매년 최저임금을 올리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대규모 재정을 동원하는 패턴이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은 수많은 복지제도 중 하나일 뿐인데 이를 지나치게 인상하는 바람에 EITC 같은 다른 복지제도들이 동원되고 있다”며 “일자리안정자금 같은 퍼주기 정책은 한번 만들면 없애기가 힘들어 지속적인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대책이 지나치게 재정 투입 위주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는 자영업자들이 받는 인건비 부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이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경영 악화를 어떻게 견뎌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복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송충현 / 장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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