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1위 총수 면담 즉흥결정 했겠나”

한상준 기자

입력 2018-07-11 03:00 수정 2018-07-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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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이재용 깜짝면담 안팎
李부회장 자리 행사장 맨앞줄 배치, “대통령 안내, 사전조율 없이 불가능”
靑참모 “국내 투자와 일자리라는 명확한 메시지 재계에 전달한것”


‘서면 브리핑이 곧 나옵니다.’

청와대가 이 문자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별도 면담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인도 현지 시간 9일 오후 7시 55분, 한국 시간 오후 11시 25분이었다. 면담 두 시간여가 지난 뒤다. 문 대통령을 수행해 동포 간담회에 참석 중이던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행사장에서 휴대전화로 급하게 언론에 서면 브리핑을 배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예상에 없었던 면담이라 청와대 참모들 대부분이 알지 못했고, 윤 수석도 배석하지 못했다”며 “나중에 면담 사실이 알려지면 불필요한 억측을 부를 수 있어 늦게라도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수석을 비롯한 공보라인도 면담 사실을 뒤늦게 전달받을 정도로 전격적으로 결정된 일이라는 설명이다.

면담에 대해 청와대는 “영접과 테이프 커팅식까지만 예정된 (이 부회장과의) 일정이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대기실 밖에서 기다리던 이 부회장을 (그냥 서 있으라며) 외면할 수 없어 들어오라고 해서 이야기를 나눈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조한기 대통령제1부속실장과 홍현칠 삼성전자 서남아 담당 부사장을 배석시킨 것도 ‘독대’ 논란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반면 한 참모는 “재계 서열 1위 기업 총수와의 면담을 문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결정하겠느냐”며 “진행 중인 이 부회장의 재판과는 별도로 재계 리더를 통해 투자와 일자리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재계에 전달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청와대는 준공식에서 이 부회장의 자리를 행사장 가장 앞줄인 문 대통령 오른편 세 번째 자리에 준비했다. 또 두 정상의 참석에 대한 감사 연설은 홍 부사장이 했지만 공장 안내는 이 부회장이 맡았다. 대통령 근접 수행은 청와대 경호·의전 파트와의 사전 조율 없이는 불가능하다. 여러모로 청와대가 이미 삼성과 이 부회장을 향한 유화 제스처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준공식에 참석한 이 부회장의 표정도 화제였다. 문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제안으로 지하철로 이동해 도착이 늦어지자 행사장 입구에서 초조한 표정으로 기다리던 이 부회장의 모습이 현지 방송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처음으로 문 대통령을 영접해 90도로 인사할 때만 해도 이 부회장의 표정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준공식이 끝난 뒤 공장을 안내하는 이 부회장의 표정은 밝았다.

뉴델리=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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