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불붙었는데… 야전사령관도 없이 전장 나서는 한국

김재영기자 , 이새샘기자

입력 2018-07-10 03:00 수정 2018-07-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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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이 글로벌 전면전으로 확대되고 있는데도 한국의 무역정책을 일선에서 진두지휘해야 할 ‘야전사령관’들이 선임되지 않는 공백기가 길어지고 있다. 급변하는 무역 환경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면서 수출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전쟁 통에 야전사령관 실종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통상교섭본부 내 무역투자실장과 통상협력국장 자리가 두 달째 공석이지만 후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3월 신설된 신통상질서전략실도 신통상질서정책관(국장) 자리가 비어 있다.

지난해 8월 1차관 산하에서 통상교섭본부로 이관된 무역투자실장은 한국의 수출정책, 투자 유치,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실무적으로 지휘하는 자리다. 한국 수출의 실질적 ‘야전사령관’인 셈이다. 하지만 5월 18일 김영삼 전 실장이 사임한 뒤 두 달 가까이 자리가 비어있다.

신흥국 통상협력전략을 수립하는 통상협력국장 역시 이호준 전 국장이 5월 2일 투자정책관으로 옮겨간 이후 후임자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가 강조하는 신북방·신남방 통상정책을 실무적으로 진두지휘하는 자리다.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 움직임에 대응하려는 취지로 3월 신설된 신통상질서전략실은 아직 조직 구성도 마치지 못한 상태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 및 다자통상협력을 지휘하고 미국의 수입 규제에 대응해야 할 신통상질서정책관 자리에 석 달이 넘도록 적임자를 뽑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부 측은 후보자를 추리는 작업은 마쳤지만 청와대 인사검증이 끝나지 않아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부 후보자는 해외에 있는 등 여러 이유로 지연됐지만 이달 중으로는 마무리될 것”이라며 “실국장이 없더라도 시스템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업무공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백이 크지 않다는 설명은 ‘한가한 소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무역투자실장, 산업부 차관, KOTRA 사장을 지낸 조환익 전 한국전력 사장은 “수출 관련 회의에서 실장이 있고 없고는 천지차이”라며 “실장이 주재하면 산하기관에서 부회장급이 오지만 국장 주재 회의는 실무자 선에서 참석하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 ‘전쟁’ 아닌 ‘갈등’?…안일한 정부 인식

현장 지휘관의 부재는 실무진의 기강 해이와 지휘부의 오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현장에선 느슨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6일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되기 전까지 우리 통상 라인은 몇 시에 시작하는지, 어느 쪽에서 방아쇠를 먼저 당길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관세 부과는 0시에 시작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을 뿐이었다.

보통 무역투자실장이 주재하는 주요 업종 수출점검회의도 지난달에는 무역정책관이 대신 주재했고 이달에는 아직 계획조차 잡지 않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7월에는 전년 대비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여 실무자 회의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사령관들의 공백 속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장차관들도 느긋한 태도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국빈방문에 동행하고 있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8일(현지 시간)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정부 입장에 대해 “전쟁인지, 갈등 수준인지 조심스럽게 표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6일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미중 무역전쟁이 단기적으로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범정부 차원의 대응도 보이지 않는다. 6일 산업부는 백 장관 주재로 업종별 단체 위주의 ‘실물경제 점검회의’를, 기획재정부는 이찬우 차관보 주재로 금융시장 위주의 ‘관계기관 합동 점검반’ 회의를 따로 열었을 뿐이다. 청와대에서도 별다른 언급이 나오지 않았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 등이 잇달아 우려를 표시한 일본 정부와 대비된다.

조 전 사장은 “무역전쟁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어떻게든 반사이익을 얻으려 노력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라며 “하루빨리 수출·통상정책의 현장지휘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이새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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