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실서 ‘용가리 증기’ 뿜었더니, 일반담배 흡연자들이…”
조건희기자
입력 2018-07-09 18:08 수정 2018-07-09 22:44
“셋, 둘, 하나!”
사회자가 구령하자 두 흡연자가 일제히 입에서 하얀 증기를 내뿜었다. 마치 드라이아이스가 나오듯 뿌연 공기가 무대를 가득 채웠다. 구경꾼들이 환호하며 증기를 더 많이 내뿜은 흡연자를 승자로 지목했다. 니코틴 용액 제조업체 N사가 3월 서울 용산구의 한 술집에서 신제품 출시를 기념해 개최한 ‘무화량(증기의 양) 토너먼트 대회’의 한 장면이다. 행사가 열린 장소는 금연구역이지만 행사 동영상 속 참가자들은 이를 의식하지 않는 듯 끊임없이 전자담배의 증기를 내뿜었다.
● ‘굴뚝 증기’로 과시욕 충족
일부 액상형 전자담배 애호가들 사이에서 담배연기처럼 뿜어져 나오는 증기량을 크게 늘린 ‘굴뚝 전자담배’가 유행하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가열된 코일이 니코틴 용액을 끓인 뒤 여기서 나오는 증기를 흡연자가 들이마시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대용량 배터리를 사용해 전류량을 늘리면 순간적으로 코일의 온도를 급격히 올려 한번에 많은 양의 니코틴 용액을 기화시킬 수 있다. 일반 전자담배에 쓰는 배터리의 용량은 650mAh이지만 굴뚝 전자담배는 3000mAh짜리 2개를 쓴다. 정격(定格)전력은 일반 전자담배가 10~15w 수준인 데 비해 굴뚝 전자담배는 225w에 이른다.
유튜브에선 ‘무화량(담배에서 나오는 연기의 양)’이라는 키워드로 6600여 건에 이르는 동영상이 검색된다. 주로 발열이 용이한 코일을 따로 구해 기존 기기를 개조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현행 담배사업법상 니코틴 용액은 일반인의 제조 및 판매가 금지돼 있지만 전자담배 기기는 누구든 개조해도 문제가 없어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
전자담배 커뮤니티에선 기기 성능을 과시하는 글을 어렵잖게 찾을 수 있다. 주로 “커피숍 흡연실에서 ‘용가리 증기’를 뿜었더니 일반담배 흡연자들이 도망갔다”라거나 “방에서 피웠더니 경비원이 불이 난 줄 알고 쫓아올라왔다”라는 내용 등이다. 양재웅 W진병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다른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켜 ‘과시욕’을 충족하려는 행태”라고 분석했다.
● 증기 늘리면 유해물질 농도도 높아져
액상형 전자담배는 통상적으로 일반담배보다 유해물질 함량이 적다고 알려져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5~2016년 국내에서 많이 팔린 제품의 니코틴 함량을 비교 실험해보니 일반담배 1개비의 연기에선 0.4~0.5mg이, 액상형 전자담배 1개비 분량(10회 호흡)의 증기에선 0.3~0.7mg이 각각 검출됐다. 반면 두통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인 아세톤의 검출량은 일반담배가 104.5~127.4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에 이르는 반면 전자담배는 0~1.5μg으로 훨씬 적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굴뚝 전자담배를 통해 들이마시는 증기가 일반담배 연기보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번에 많은 양의 증기를 만들기 위해 코일의 온도를 급격히 올리는 과정에서 유해물질의 농도도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국심장협회 산하 담배규제중독센터(A-TRAC)가 지난해 3월 실험해보니 정격전력이 11.7w인 액상형 전자담배에선 1군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129.6μg 검출된 반면 16.6w인 제품에선 6배인 819.8μg로 나타났다. 2군 발암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의 검출량은 두 제품에서 각각 22.7μg와 532.1μg였다. 담배기기의 전압이 높을수록 유해물질도 많이 생성되는 것이다. 이들보다 정격전력이 최소 5배가량 높은 ‘굴뚝 전자담배’에선 훨씬 많은 유해물질이 나올 수밖에 없다.
8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정격전력이 80w인 전자담배를 사용해보니 세 모금 만에 10㎡(약 3평) 남짓한 흡연실이 증기로 가득 차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정격전력이 10w인 일반 전자담배는 10차례 이상 들이마시고 내쉬어도 증기가 금세 흩어져 사라졌다. 일반담배의 연기와 궐련형 전자담배(아이코스)의 증기도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었다.
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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